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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삼성비자금' 폭로와 <한겨레>와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삼성 내부 문건인 '회장 지시사항'은 지금까지 정황으로만 알려졌던 '삼성제국'의 검은 세계가 양파껍질을 벗겨내듯이 조금씩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언론이 보도한 문건 내용을 찬찬히 읽으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은 로비 지시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만, 삼성이 '이건희' 회장 개인 중심으로 경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이라 자부하던 삼성 아닌가? 하지만 그 엘리트는 다 어디 가고, 이건희 회장 한 사람 입에 따라 그룹 경영 방향 자체가 결정된다는 것은 비극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방특수부 검사들도 잘 관리하라'"면서 "'일본 대기업은 동경지검장의 애첩까지도 관리를 했다. (검사를) 관리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는 말을 이 회장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는 <오마이뉴스> 3일자 보도는 충격이다.

일본 동경검사들은 세계 최고라는 생각을 들었다. 가장 깨끗하고, 가장 법에 엄격한 일등 검사들인데, 이들도 관리대상이다. 애첩관리가 사실이라면 일본 동경검사들의 지금까지의 칭찬은 헛된 것이다. 거짓이라면 이건희 회장은 일본 검사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에 눈을 돌릴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을 보자.

"한겨레신문이 삼성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고 쓴 기사를 전부 스트랩 해서 다른 신문이 보도한 것과 비교해보고 이것을 한겨레 측에 보여주고 설명해줄 것. 이런 것을 근거로 광고도 조정하는 것을 검토해볼 것." - <오마이뉴스> "호텔할인권 어떨까, 와인은 문제 안돼", "반도체는 일본 뒤집었는데, 조선은 왜" 보도 중

<한겨레>는 삼성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언론 논조와 방향을 단순히 감정적으로 대하고 있다. 삼성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이건희 일가 주위에 맴돌고 있는 온갖 의혹들을 <한겨레>가 언론이 가야 할 길을 갔기 때문이다. 정말 두렵다. 기자도 사람이다. 언론도 먹고 살아야 한다. 아무리 <한겨레>지만 삼성이 이렇게 나올 때 두렵지 않았을까?

하지만 <한겨레> 혼자, <오마이뉴스> 혼자, 김용철 변호사 혼자면 삼성제국을 무너뜨릴 수 없다. 함께 하면 된다. <오마이뉴스>, <한겨레>, 김용철, 사제단, 시민단체, 국민들 모두가 하나가 되면 할 수 있다. 시민과 언론, 종교단체가 하나가 되었을 때 군부독재도 끝냈을 수 있었다. 삼성이 대한민국에 남긴 엄청난 축복은 더 큰 축복이 되게 하고. 삼성이 대한민국 남긴 엄청난 암흑은 끝내야 한다.

전두환 독재정권 박종철 사건을 끝까지 은폐하려고 했지만 진실을 덮을 수 없었다. 진실은 가장 연약할 때 가장 큰 힘을 밝힌다. 진실은 밝혀졌고, 그토록 오래 지속될 것 같았던 군부독재도 막을 내렸다.

우리가 힘을 모으면 된다. 김용철 변호사는 구체적 증거를 밝히고, 사제단은 진실의 빛을 밝혀주고, 시민단체는 경제민주화회복을 선언하는 대대적인 운동을 펼치고, 시민들은 촛불을 밝히면 된다. 언론은 진실 캐내고, 보도하면 된다.

정말 2만불 국민소득을 원하는가? 2만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들이 정직해야 한다. 투명해야 한다. 경제민주화가 2만불 소득과 선진국 진입을 위한 핵심이다. 그 중심에 삼성이 서 있다. 삼성이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과 비리 실체를 정확히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하고, 법의 심판을 받을 때 경제민주화는 가능하다.

2만불을 넘어 3만불,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 여기서 삼성비자금과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비롯한 의혹을 삼성의 로비와 언론의 침묵,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외면을 다시 넘어간다면 경제민주화는 요원하며 선진국 진입은 어렵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삼성과 이건희 회장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제 가자. 경제민주화를 향하여. 김변호사, 사제단, 시민단체, 시민, 언론이 손에 손잡고 가자. 경제민주화를 향하여!


#삼성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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