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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마을 된장. 100% 콩을 갖고 전통방식으로 된장을 만든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한국에 6년 동안 살았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오이김치를 담근 적이 있는데, 연변에서 먹던 맛이 안 나는 겁니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가지무침을 담갔는데, 역시 제 맛이 안 나더군요. 이상했죠. 연변에선 아무렇게나 담가도 제 맛이 나는데 한국에선 갖은양념을 써도 제 맛이 안나니 말입니다. 결국 재료와 환경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연변민들레생태산업연구유한회사(이하 민들레마을) 일을 하고 있는 이창화씨의 말이다. 그가 민들레마을의 '된장'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11월부터 3월까지 아주 춥고 4월부터 따뜻해지는 연변지역은 콩을 기르기에 아주 좋은 곳으로 꼽힌다. 그래서 이 곳의 콩 수확량은 중국 내에서 꽤 많은 편이다.

게다가 이 곳에선 전통 된장 담는 법이 각 가정마다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각 가정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서 된장을 담가 먹는다. 농약을 전혀 치지 않고, 100% 콩으로만 만든 유기농 된장이다.

"연변의 맛, 왜 한국에서 안 나지?"

리동춘 연변민들레생태산업연구유한회사 동사장은 "한국에서 웰빙 바람이 강한 것처럼 중국 대도시에서도 친환경 식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면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낙관했다.

민들레마을의 된장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100% 유기농'이란 점과 함께 독특한 생산 방식에서 비롯한다.

이 곳의 된장 생산은 기업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우선 각 집이 콩을 따서 각각 메주를 담근다. 조선족 마을이 예로부터 이어온 된장 생산 방식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것이다. 문제는 고른 맛의 유지. 만약 각 집이 각각 된장을 만들고, 민들레마을 유한회사가 유통만 맡는다면 맛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 민들레마을을 된장을 통해 '전통문화 유지'와 '상품화'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이를 해결한 게 공동 미생물 배양실 운영이다. 각 집에서 만든 메주는 유한회사가 운영하는 창고에서 6개월간 성숙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각기 다른 사람이 만든 메주가 똑같은 맛의 된장이 된다.

'전통문화 유지'와 '상품화'란 두 마리 토끼를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리 동사장은 말한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공장화 시스템의 힘도 전혀 빌리지 않았다. 된장이 만들어지기까지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생산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업농' 대신 '소농'을 선택했다. '소농'이어야만 각 가정의 고유한 삶의 방식이 유지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소농'이야말로 가장 생태적인 농업방식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나아가 리 동사장은 "이와 같은 가족기업(소농) 형태는 도시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형태"라면서 농촌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형태라고 강조했다.

"조선족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된장 전문가들입니다. 기업화가 되면 이들은 단지 콩만 재배하거나, 아니면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겠죠. 저는 이들의 전문성을 살려주는 게 좋다고 봅니다. 기업은 대량생산, 획일화, 고속화라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반생태적입니다."

전통된장의 우수성에 대해선 이번 행사 기간에 '우리 민족 전통된장의 우수성에 대하여'를 발표한 연변대학교 농학원 식품과학계 리범수 교수의 글이 구체적이다.

리 교수의 글에 따르면 전통된장과 중화인민공화국항업표준(이하 항업표준)이 정한 된장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전통된장은 자연발효를 시켜 국균·세균·효모 등 다양한 미생물들이 종합 작용한다. 하지만 항업표준용 된장은 국균효소를 인공적으로 접종하여 발효시키기 때문에 미생물 조성이 단일하고 맛 또한 단순하다.

▲ 민들레된장은 한자식 음차로 '민덕래대장'이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또한 제조방법도 다르다. 전통된장은 삶은 콩을 찧어 뭉쳐서 자연적으로 띄워 메주를 만든다. 이후 메주를 깨끗이 씻고 쪼개서 햇볕에 말린 뒤, 소금물을 적당히 부어 숙성시켜 만든다.

그에 반해 항업표준에 의한 된장은 메주를 만드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대신 삶은 콩에 인공적으로 배양한 국균을 접종시켜 발효시키고, 이것을 부순 뒤 소금물을 적당히 부어서 만든다.

리 교수는 연변된장을 시중에서 흔히 파는 한국 된장과도 비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콩이 많이 재배되지 않아서 된장을 만들 때 대두·탈지대두·쌀·보리쌀 또는 밀가루 등을 쓰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콩에 다른 재료를 넣었는지 여부가 연변전통된장과 시중 한국 된장의 큰 차이점이라는 설명이다.

리 교수는 민들레농장 유한회사가 연변지역 된장 생산업체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에 따르면 연변엔 룡정시 홍성된장, 도문시 량수된장, 연길시 이란된장, 돈화시 연명호된장 등 적지 않은 지역특색의 된장들이 있다. 그러나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고, 연간생산량이 몇 만톤 정도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소규모 업체들이다. 게다가 브랜드 지명도도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들레 유한회사처럼 집산지가 만들어지면 브랜드 지명도가 커지고, 제품포장, 저장, 유통 등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리 교수는 내다봤다.

"이제 세 집, 그러나 무리해서 키우진 않겠다"

▲ 민들레 된장은 3년간 숙성과정을 거쳐 오는 8월 첫 선을 보였다.
ⓒ 오마이뉴스 김대홍
민들레마을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미래를 낙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0'. 아직까지 준비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민들레마을 유한회사에 메주를 납품하고 있는 농가는 모두 3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3년 동안 숙성과정을 거친 된장이 이번 행사 기간 처음 선을 보였다.

사실상 이번에 선을 보인 된장이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민들레마을의 앞날은 탄력을 받을 수도, 다소 기운을 잃을 수도 있다.

리 동사장은 "농가 세 곳이라면 너무 약한 출발"이라는 기자의 지적에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멀리 본다면서 생태를 파괴하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동사장에 따르면 올해 25곳 가정이 새로 민들레마을 유한회사에 참여해서 메주를 납품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연변조선족자치주는 간판 등 모든 표기법에서 한글 우선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한자는 한글 다음에 썼으며, 지명이나 이름도 중국식 발음이 아니라 한글을 사용하고 있었다. 즉 '연길'의 경우 '옌지'가 아니라 '연길'이라고 발음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열린 제3회 연변민들레생태문화예술절(8.24-25)을 다룬 이번 기사에선 현지 발음 기준에 따라 중국식 발음이 아니라 한글 발음에 따랐다.


태그:#연변, #리동춘, #연길, #민들레마을,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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