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대체 : 11일 오후 6시 23분]

취재 : 최경준·박상규·안홍기 기자
사진 : 이종호 기자




"강재섭은 나와서 무릎 꿇어!"
"노무현만 빨갱인 줄 알았는데, 이명박하고 이재오도 빨갱이잖아!"


이른바 '빅2' 간 대선후보 경선룰 갈등이 벼랑 끝으로 향하던 11일 오전. 염창동 한나라당사 앞에 퍼진 구호다.

'(경선룰) 혁신안 원안 고수'라고 적힌 붉은 띠를 둘러맨 당원 100여명이 당사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친박'(친 박근혜) 성향의 당원들이다.

이들은 당사를 점거하겠다며 현관 진입을 시도했고 안쪽에선 경찰 경비대가 막아섰다. 결국 현관 유리문 하나는 '와장창' 부서졌다. '쩍' 갈라진 현재의 한나라당을 보는 듯 했다.

장면 #1. 흥분한 '친박' 당원들 "이명박은 빨갱이!"

▲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경선규칙 중재안에 반발하는 당원과 보수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염창동 당사 마당에서 강재섭 대표와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일부 회원들이 한나라당 현판에 갈색 페인트 스프레이를 칠해 놓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자신들을 한나라당 평당원이라고 밝힌 이들이 당사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당사 현관 앞 계단에서 "강 대표가 마련한 중재안은 무효""당원 1표, 여론 2표는 국민 기만 사기 정치""강 대표의 중재안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이는 "강재섭·이명박·이재오 3자 야합 꼼수 정치, 중재안 철회하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

그래도 이때까지 시위는 평화로웠다. 그러나 오전 11시가 넘어가자 시위대 사이에서 흥분어린 구호가 터져나왔다.

"강재섭은 나와서 무릎 꿇어라!"

이어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의 원칙을 깰 거면 노무현의 품으로 가라" "이 전 시장이나 이재오 의원은 순 빨갱이!"라는 원색적인 색깔론도 등장했다.

장면 #2. 불어난 시위대, 산산조각 난 현관

점점 긴장이 고조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당사 안으로 들어가자!"고 외쳤다. 오전 11시 30분께 이들은 당사 진입을 시도했다. 당사 현관 안쪽에는 무장을 하지 않은 경찰 경비대 2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경찰은 재빨리 현관문을 닫으며 유리로 된 현관문을 봉쇄했다. 시위대는 "XX놈들아 비켜!" "강재섭 나오라고 그래!"라며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들은 "다친다, 뒤로 물러서라"고 외쳤지만 흥분한 시위대가 이 경고를 들을 리 만무했다. 결국 유리문 하나가 완전히 부서졌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 1명과 경찰 3명이 얼굴 등을 다쳤다. 이들의 얼굴에서 붉은 피가 흘렀다.

대치상황은 경찰이 대원 300여명을 추가로 당사에 배치하면서 종료됐다. 그러나 시위대는 해산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 50여명이 버스를 타고 합세해 시위대는 15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강성(74) 대한민국 어버이연합회장은 이 단체를 "주로 서울 종묘공원에 모이는 노인들 800여명으로 구성돼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강재섭 대표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데 한 쪽(이명박 측)에 치우쳐 당이 와해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우리는 제2의 6·25참전용사가 된 마음으로 오늘 한나라당을 찾아왔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대부분 70, 80세인 이들이 합세하면서 한나라당을 향한 비방은 더욱 거칠어졌다. 서울 동대문에서 왔다는 이아무개(72) 할아버지는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의원은 이쪽으로 나와 자결하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장면 #3. 갇힌 당직자들 "점심 먹으러도 못나가고" - 시위대는 '삼각김밥'

▲ 혁신안 원안 고수를 요구하는 한나라당 평당원 100여 명은 11일 오전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 현관 앞에서 강재섭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당사 진입을 시도하는 평당원과 경찰이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현관 유리문이 박살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 시각 당사 안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당직자 70여명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점심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가려던 이들은 시위대에 막혀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떤 직원은 당사 지하 기자실에 있는 다른 출입문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자실 출입문도 이미 자물쇠로 닫힌 상태였다.

당사 밖의 시위대는 '삼각김밥'과 생수로 점심을 때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식사를 하면서도 계속 "강재섭 불러오라!"고 외쳤다. 당사 입구 오른쪽 벽에는 누군가 스프레이로 "사망 축"이라고 크게 적어 놓기도 했다.

시위대가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를 보이자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 비서실장은 "마땅히 강 대표가 어르신들께 사과하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강 대표는 지금 지방으로 이동중이고 며칠동안 칩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물러가라!" "거짓말하지 마라!"는 외침과 삿대질로 박 비서실장을 몰아세웠다.

결국 박 비서실장도 당사 안으로 다시 돌아왔다. 박 비서실장은 이후 경찰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당사를 빠져나갔다.

사태는 '장기전'으로... 천막농성 들어간 시위대

오후 4시 30분, 대부분의 시위대는 자진 해산했다. 그러나 50여명은 "강 대표의 중재안이 무효가 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며 천막 농성을 준비에 나섰다.

울산에서 왔다는 정기보씨는 "울분을 이기지 못해 어젯밤에 올라왔다"며 "중재안이 철회되는 순간까지 단 1명이라도 남아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당원이라고 밝힌 남동호씨는 "작년 당 대표 경선에서 강 대표를 적극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실망이 크다"며 "당 후보는 당원이 뽑고 대통령은 국민이 뽑아야지 왜 자꾸 당원들의 권리를 축소하느냐"고 강 대표를 비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오마이뉴스 이종호

태그:#한나라당, #박근혜, #강재섭, #점거, #중재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