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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일 오후 5시 25분]

정보 자기결정권과 업체유착 여부 관건


전국 1200개 초등학교에서 145만명의 학생 명부를 특정 업체에 유출하고, 이 업체는 학생 명부 전체를 무더기로 회원가입을 하는데 활용했다는 보도가 1일자로 <오마이뉴스>에 나가자 교육부에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사가 보도된 직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16개 시도교육청과 업체를 대상으로 사실 관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16개 시·도교육청에 업무연락을 보내 문제가 된 E사이트에 가입한 학교의 파악과 학생 명부가 유출된 사실 등에 대해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학생 정보인권 침해와 함께 업체 유착 개연성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부 관련 부서의 담당 사무관은 "몇 개 학교를 샘플로 뽑아내 사실 관계를 조사한 결과, 보도 내용이 사실일 뿐더러 1년에 한 번씩 1학년 신입생 등의 명부를 더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시도교육청 조사 결과 등을 받아본 뒤 6일쯤 불법 여부를 공식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육부 조사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학생의 정보 자기결정권(미리 개개인에게 허락을 받았는지) 침해 여부와 ▲대가(반대급부)를 받은 학교가 업체에 편의를 제공했는지 여부 등을 따져보는 것. 이 둘 가운데 하나라도 문제가 드러날 경우 법 위반으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날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관련 기사에 'kbosco'란 아이디를 가진 누리꾼이 댓글을 달아 "정보가 넘어간 것도 문제이지만 학교 홈페이지와 업체 홈페이지의 연계 자체도 문제"라면서 "정회원이 아니고서는 (아바타를 꾸미기 위한) '해피'를 쌓는 것이 매우 한정되어 있어 해피가 적은 아이들은 거의 왕따 분위기"라고 학교 실태를 전했다.


[1신 : 1일 낮 12시 35분]

업체에 속았나, 아니면 넋이 빠졌나?
학교가 초등학생 145만 명부 넘겨줘


"학교가 우리 아이를 비롯하여 학생과 학부모를 모조리 사설업체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시켰습니다. 업체 사이트에 가입해야만 학교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다니,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요?"

서울 ㅅ초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김아무개(42)씨는 최근 자녀가 다니는 학교 홈페이지 운용방식을 알게 된 뒤 깜짝 놀랐다. 자신과 자녀도 모르는 사이에 사설업체인 Y회사가 운영하는 E사이트 회원으로 자동 가입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업체가 학생들 아이디 자동으로 생성시켜

▲ E사이트는 현재 1200개의 초등학교와 손잡고 온라인 학교를 운용하고 있다. 학교는 이 업체에 학생 명부를 제공하고 업체는 학생들을 일괄 가입시켰다. 사진은 서울지역 등록 학교 수가 나타난 부분.
ⓒ 윤근혁
이렇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일선 초등학교들이 2002년부터 현재까지 학교 홈페이지를 대신 운영, 관리해주는 사설 업체에 학생과 교사 명부(이름, 학년, 반 번, 성별)를 고스란히 넘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설 업체는 이 명부를 바탕으로 학생 하나하나의 아이디를 자동으로 만들어냈다. 이른바 '묻지마'식 일괄가입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김씨가 분통을 터뜨린 학교와 사정이 같은 초등학교는 놀랍게도 전국 16개 시도에 걸쳐 1200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의 '온라인학교'로 무더기 등록되어 있는 학교가 우리나라 전체 초등학교 다섯 개 가운데 하나꼴인 셈이다.

지난 2000년 문을 연 E사이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100억원에 이르는 등 초등학교 유료 학습사이트 가운데 부동의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11월 30일 전화통화에서 "전체 회원 170만명(유료회원 16만명) 중 85% 정도가 학교에서 명부를 받아, 온라인학교에 자동 가입한 학생들"이라고 무더기 가입 사실을 인정했다. 학교에서 건넨 명부를 바탕으로 일괄 가입을 시킨 학생들이 어림잡아 145만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E사이트에 준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기본 콘텐츠 이용료는 무료지만, 주요 콘텐츠를 쓰기 위해서는 한 달에 3900원을 내고 유료회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초등교육포털서비스를 자처하는 E사이트는 숙제도우미, 아바타존, 게임 등과 함께 전국학력평가 문제와 영재교육원 동영상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9월엔 오프라인 초등학생용 학습문제집도 냈다.

학교 홈페이지인가, 사설 업체 광고판인가?

▲ E사이트에서 서버를 제공 받아 만든 충남지역 ㄱ초 공식사이트. E사이트에 연결되는 단추가 15개나 있었다.
ⓒ 윤근혁
학교가 이 업체 제공 서버를 이용해 홈페이지를 운용하는 경우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업체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현재 이에 해당하는 학교는 전체 온라인학교 1200개 초등학교의 25% 정도인 300여개 교.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로 지목하는 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대목이다.

담임교사가 전학을 온 학생과 학부모를 학교 사이트에 회원으로 등록하면 곧바로 E사이트의 준회원이 된다. 학교 홈페이지와 E사이트의 아이디도 같은 것으로 자동 발급된다.

또 학교 홈페이지 곳곳에 이 업체와 연결하는 단추들이 퍼져 있다. 충남 ㄱ초의 경우 학급홈페이지, 쪽지, 전자메일, 마이페이지, 인터넷특기적성교육 등 15개의 단추가 그랬다. 다른 초등학교 사이트도 사정은 거의 같다.

이쯤 되면 학교 홈페이지인지, 사설 업체 광고판인지 분간하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고아무개 교사(충남 ㅇ초 정보부장)는 "학교 홈페이지를 무료로 제공해 준다는 사탕발림에 학교가 속아 넘어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가 정보인권 침해" VS "학운위 심의 거쳐 문제없어"

▲ E사이트에서 발견한 온라인학교 개설절차 안내문이다. '교사 및 학생 명부 입수'란 문구가 보인다.
ⓒ 윤근혁
업체 쪽은 별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E사이트 김아무개 과장은 "학교 쪽에 보안각서를 쓰고 학생명부를 받았고 학생정보 또한 이름 등 몇 개 항목만 적혀 있었을 뿐"이라면서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뒤 학교가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학부모에게 안내했기 때문에 회원 일괄가입도 특별한 문제가 있으리라고 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대곤 전교조 서울지부 수석부위원장은 "자그마치 1000개가 넘는 초등학교가 1백만명이 넘는 학생들의 정보를 별문제의식 없이 사설업체에 넘겨주어 회원으로 가입토록 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교육당국은 명백한 정보인권 침해이자 사기업의 장삿속에 놀아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이제부터라도 지도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실태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초중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업체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했고,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모 장학관은 "학교사이트 운영은 학교 책임이라 학교장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기자가 작성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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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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