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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인정전의 드므
창덕궁 인정전의 드므 ⓒ 이승철
"그건 무슨 물건인가요? 혹시 화로가 아닐까요?"

그 아주머니도 전에 내가 생각했었던 말을 하고 있었다.

"이건 화재를 예방하기 위하여 비치해 놓은 방화수통이랍니다."

나는 전에 창덕궁에서 안내원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때였다. 마침 부근을 지나던 60대 중반쯤의 신사가 우리들의 대화를 들은 듯 끼어드는 것이었다.

"이건 '부간주'라는 것입니다. 또 이렇게 생긴 것 말고 좀 더 넓적하게 생긴 것도 있는데, '드므'라고 하지요."

그는 이런 분야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나는 창덕궁에서 보았던 모양이 조금씩 다른 두 종류의 물건에 대해서 말하게 되었다.

"그게 바로 드므지요. 이렇게 생긴 것은 부간주라고 합니다."

그는 우리들에게 부간주와 드므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다.

창덕궁 인정전 앞의 부간주
창덕궁 인정전 앞의 부간주 ⓒ 이승철
'드므'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명사, 넓적하게 큰 독"이라고 설명이 나와 있다. 그러니까 대개의 사람들에게 외국어처럼 들리는 낯선 단어인 '드므'는 순수 우리말인 것이다. 이 드므는 궁궐의 화재를 막기 위해 상징적으로 비치한 물건이라고 한다.

경복궁을 최초를 창건할 때 마주 보이는 관악산이 불기운이 성하여 화재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하여 광화문 양쪽에 해태상을 세운 것과 비슷한 뜻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드므는 건물의 가까이에 초기 화재 시 실제로 사용할 수도 있는 물을 담아 놓았다는 것이라 좀 더 실용적이라고 할까.

'드므'의 용도는 실제로 방화용수로 사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드므에 물을 담아 놓음으로써 불의 귀신인 화마가 왔다가 드므에 담아놓은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라서 도망친다는 속설에 따른 것이다.

또 모양도 비슷하고 용도도 비슷한 '부간주'도 액운을 방지해 준다는 역시 상징적인 물건이다. 그런데 이 부간주에 동지 때 팥죽을 끓이기도 했다고 전한다.

고대 중국에서도 비슷한 물건을 비치했다고 전하는데, 이것을 '문해(門海)'라고 불렀다고 한다. 즉 문 앞에 있는 큰 바다라는 뜻으로 화재를 예방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만들어 놓았다는 말이다.

드므와 부간주 비교해 보세요
드므와 부간주 비교해 보세요 ⓒ 이승철
우리 서울에 있는 참으로 값진 문화유산인 궁궐을 돌아볼 때 중심이 되는 건물이나 이름난 문화재를 보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렇게 작고 지나치기 쉬운 물건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뉴스와 시골아이에도 보냅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시인 이승철'을 검색하시면, 홈페이지 "시가있는오두막집"에서 다른 글과 시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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