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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수를 당한 양평동 상점들에게서 나온 쓰레기
ⓒ 이경태

지난 16일 새벽 무너진 안양천 둑 공사구간(지하철 9호선 907공구)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양평동 주민들의 홍수 피해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건설부 홍보팀 관계자는 1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삼성물산이 맡은 공사구간이 (수해) 원인이 됐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책임을 느끼며 현재 200여명의 직원들이 주민들의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현장에 나가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측은 주민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홍보팀 관계자는 "주민들의 소송제기 움직임은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면서도 "(안양천 둑 붕괴에 대해) 아직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대응도 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평동 주민들은 조만간 '피해보상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집단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각 가정과 점포별 급한 피해복구 작업 때문에 주민대책위 구성은 좀 늦춰졌다. 주민대책위는 빠르면 18일 저녁에야 첫 모임을 열 것으로 보인다.

또 양평동 주민들은 이번 둑 붕괴로 입은 피해가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민대책위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명아무개씨는 "이번 홍수로 피해를 입은 점포가 적어도 500개는 넘는다"며 "피해액을 모두 합치면 10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해 외에도 복구 기간 영업 정지 피해 더 늘 것"

▲ 직원들이 진흙탕이 된 공장을 치우고 있다.
ⓒ 이경태
실제 안양천 둑이 터져 물에 잠긴 양평동 한신아파트 주변 일대는 상가와 소규모 공장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피해복구에 나선 각 상가와 공장 직원들조차 정확한 피해액을 짐작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양천 둑에서 약 100여m 거리에 있는 한 자동차정비공장은 둑 붕괴 당시 공장 전체가 성인 무릎 위치 정도까지 잠겨 정비기계와 부품 등에 큰 손해를 입었다.

이 공장 김아무개(60) 상무는 "지하에 뒀던 콤프레샤 2대 등 주요 장비가 물에 완전히 잠겨 약 4000만~5000만 원에 이르는 피해를 봤다"며 "피해 복구가 안 돼 영업이 며칠 더 중단되면 얼마나 피해가 늘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재봉틀 부품을 생산하는 또 다른 공장은 납품 기일에 맞춰 완성한 부품과 재료가 모두 녹슬어 큰 손해를 입게 됐다.

이 공장 직원인 이아무개(43)씨는 "부품 하나 가격이 2500원, 5000원인데 지금 모두 녹슬어 갖다 버려야 할 판"이라며 "피해액이 너무 커 얼마 정도인지조차 말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수해가 완전히 복구되려면 적어도 보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며 "수해로 인한 피해 외에도 복구 기간 동안 납기일 연장 등으로 인해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웃에 위치한 S교회 문아무개(50) 담임목사도 "교인들의 도움으로 어지간히 치웠지만 아직도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며 "재산피해는 정확하지 않지만 1억원 정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흙을 뒤집어쓴 목욕탕의 체중계가 그날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 이경태
양평동 주민들은 18일 오후,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복구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곳곳에 미처 치우지 못한 쓰레기 더미가 남아 있어 피해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침수로 인한 피해를 수습조차 하지 못한 지하상가에는 악취 나는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상황이다.

지하상가에 있는 목욕탕 종업원 김아무개(48)씨는 "아직 전기가 안 들어와 어두워서 정리를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일러도 망가졌고 새로 한 지 1년 밖에 안 되는 바닥 장판도 다 물에 잠겼다"며 "나로서는 직장을 잃은 셈"이라고 푸념했다.

B피트니스 클럽 고아무개 사장도 "망가진 운동기기만 다 따져도 수천만원은 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 이경태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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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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