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취재 : 허환주 장지혜 유동훈 권예지 인턴기자

지난 10일 시작된 한미FTA 협상을 놓고 찬반논쟁이 갈수록 뜨겁다.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 반드시 협상을 성공시켜야 한다며 강행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시민사회·노동·농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실제 협상이 타결되면 얼마나 큰 변화가 생길까. 이번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는 자동자·쇠고기·의약품·금융업 종사자들에게 물었다. 미국과의 전면 시장개방은 한국시장에 어떤 충격을 주겠느냐고.

[자동차] "벌써부터 미제 자동차 가격문의 쇄도"

▲ 서울 서교동에 있는 미국계 자동차 대리점 모습.
ⓒ 허환주
한미FTA를 바라보는 국산자동차업계의 시선은 일단 우려스럽다.

현대자동차 성산동지점 김영상(52) 판매차장은 "FTA가 체결돼 미국산 자동차가 국내차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들어온다면 판매 대수로 월급을 받는 우리들(영업사원들)은 상당한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격이 떨어진 수입차와의 경쟁 때문에 매출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4년째 자동차 판매영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미국산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 팔리지 않는 국내차 판매원들이 그쪽(수입차)으로 많이 이동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고용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수입차를 취급하는 업체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미국계 자동차 회사인 'Rex Motors'에서 근무하는 양대준(36) 대리는 "요즘 고객들로부터 FTA가 협정되면 자동차 가격이 내리냐는 문의가 많아졌다"며 "이미 수입된 차들은 많은 가격 하락을 보지 못하겠지만 (FTA협상) 이후 자동차들에 대해서는 많은 가격 하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수입차의 가격 하락이 다른 국가 수입차의 수요 확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KOLON Moters' 강북지점 BMW팀에서 근무하는 문성윤(28)씨는 "FTA협정으로 수입차 가격이 하락됐다는 인식이 퍼지면 BMW 역시 가격이 하락됐다는 이미지가 생기지 않겠느냐"며 "BMW를 찾는 고객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쇠고기] 가격 떨어져도 질 낮은 제품 유통

▲ 서울 마장동에 있는 우시장.
ⓒ 장지혜
육류업계는 무엇보다 질 낮은 쇠고기를 받아들여 팔아야하는 게 걱정이다. 한우전문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손순이(54)씨는 "미국산 쇠고기는 질도 떨어질 뿐 아니라 손님들도 한우를 더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손씨는 "(영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익은 미국산 쇠고기가 더 낫지만 이를 팔지 않을 것"이라며 "FTA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마장동 우시장에서 한우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김영수(39)씨도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타격을 입게 마련"이라며 "이렇게 무조건 개방을 해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무조건 (육류시장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며 "쇠고기는 생산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요를 맞추려면 한우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반면 쇠고기 수입업자는 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수입쇠고기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박찬규(44)씨는 "이왕 개방해야 하는 것이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한우만의 경쟁력을 위해 우리가 노력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호주산 쇠고기를 주로 다뤄왔다는 박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호주산 쇠고기 값도 폭락할 것이고 한우도 가격을 낮춰야만 한다"며 "처음에는 한우를 취급하는 쪽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가격이 안정되면 서민들은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산과 수입산의 가격경쟁이 소비자에게 이득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약품] "비싼 약, 보험처리 힘들고 약값 오를 것"

▲ 서울 종로에 있는 약국들.
ⓒ 권예지
약사들은 한미FTA로 인한 약값 상승을 예측하고 있다. 개업 10년차인 D약국 민병찬(30대)씨는 "미국 약은 병원 처방약이 대부분이고 우리나라 처방약은 대부분 미국 약을 복제해서 쓴다"며 "(FTA체결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의 약값 상승"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간암치료제인 제픽스나 골다공증 치료약 포사맥스의 경우 보험처리를 받기 위해 골밀도 검사 등 다양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의약품 한미FTA 협정이 체결되면 비싼 약은 대부분 보험처리가 힘들고 약값은 더 비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B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협상에 따라 (약품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지겠지만 약국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 제약회사들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J약국을 운영하는 김영민(40)씨도 "의약품과 관련한 한미FTA 협정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의약품 협정을 맺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크게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제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일 뿐"이라고 말했다.

[보험] "일부분 영향, 소비자 혜택도 있을 것"

보험업계는 한미FTA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보험설계사 권영수(동부생명)씨는 "FTA에서 아직까지 보험과 연관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협상 과정에 대해 정부에게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권씨는 "모든 것이 힘의 논리로 결정되는 느낌"이라며 "우리 역시 미국을 상대한 다른 나라들처럼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야 하느냐"고 개탄했다.

남미순(메리츠화재) 보험설계사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보면 FTA는 다소 우려스럽다"며 "특히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험업과 관련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미 지난 90년대 중반 외국 보험사들이 대거 국내에 진출했기 때문에 한미FTA가 보험업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의료시장개방'으로 인한 파생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남씨는 "FTA로 의료시장이 전면적으로 열려 경쟁이 이뤄지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해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한생명 김용훈 신장브랜치 지점장도 "FTA가 현재 보험설계사들이 피부에 느낄 정도로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병원이 들어오고 미국 금융서비스가 국내에 진출해 보험업까지 뛰어든다면 어느 정도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씨는 또 "우리가 1~2년을 더 준비한다고 해도 미국경제와 문화에 쉽게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자유무역은 세계적 추세"라며 한미FTA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