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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등록 후 발급 받은 복지카드
장애 등록 후 발급 받은 복지카드 ⓒ 이명옥
사실 장애는 어느 활동의 불편함일 뿐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든 사고의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다만 그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살 뿐이며, 모든 사고의 가능성에서 자신만은 열외로 생각하기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지구인과 외계인만큼 다른 존재로 생각할 뿐이다.

나만 해도 내가 기억하지도 못하는 어릴 적 소아미비는 그렇다고 쳐도 강화도 외포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교통사고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

교통사고로 다리 두 군데가 부러져 2년 정도 병원에 있으며 참 많은 사고환자를 보았다. 그들이나 나나 단 한가지 소원이 있었다면 목발을 짚어도 좋으니 제발 땅을 밟고 걸어 보는 것이었다.

그 지루한 병원 생활을 마치고 다시 걷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내 안에서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체중이 많이 불어나고 지속적인 근육 강화 운동을 하지 못한 관계로 보행의 불편함이 더 확연하게 드러나자 많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편견과 차별이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고를 당해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첫번째로 겪는 좌절감은 자신이 장애인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신과의 내적 싸움이고, 두번째로 겪는 좌절감은 사회의 그릇된 인식일 것이다.

몇 년 전 지하철 무가지 신문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일 잘한다고 늘 칭찬을 아끼지 않던 팀장이 겨울철이 되자 갑자기 계단을 오르내리다 사고를 당하면 내가 장애인이어서 산재 처리가 되지 않으니 그만두라고 노골적으로 해고를 강요했을 때 난 비로소 '아,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이런 것이구나' 피부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난 그날 조용히 돌아와 본사에 전화를 걸어 장애인 아르바이트 고용 여부, 노동부를 비롯한 곳곳에 나와 같은 경우를 알아보고는 팀장에게 조용하지만 당당하게 말했다. "제가 본사에 알아봤거든요, 팀장님이 말씀하시는 경우는 제게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 자의가 아닌 한 절대 그만 둘 수 없어요"라고.

팀장은 노발대발하며 자기는 무식해서 노동법이니 그런 거 모른다며, 다만 아르바이트 고용 권한은 자신에게 있으니 다음날부터 당장 그만두라고 난리를 치더니, 아르바이트가 끝날 시간쯤 다시 와서 사정조로 "그만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조심하자고 의논을 하자는 것인데, 아주머니가 노동법이 어쩌고 본사에 알아보고 어쩌고 하니 화가 나서 큰소리를 치게 되어 미안하다, 혹시 사고가 나면 내 책임이 아니고 아주머니 책임이라는 각서를 한 장 써주시고 일을 계속하시라"며 각서 한 장만 써달라고 반대로 사정을 해왔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라서 눈길이나 계단에서의 사고 확률이 더 높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보다 더 신경을 쓰기 때문에 눈길이나 위험지역에서의 사고율이 낮지 않을까? 그 일을 계기로 권리는 스스로 찾아 누리지 않는 한 절대로 자신의 몫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후 아는 한의사 선생님이 "병원서 검사를 받고 장애인 등록을 하라"고 만날 때마다 매번 충고를 해 주셨지만 난 '꼭 장애인 등록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망설이다 그냥 해를 넘겼다.

그러다 작년 남편이 일터에서 산업재해를 당하는 것을 보았고, 여성 장애인협회 사람들과의 만남의 기회가 생기면서 당당하게 장애인 등록을 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지난 3월 15일 드디어 서류를 받아 검사를 하고 장애 등록을 한 후 복지카드를 발급 받았다.

다시 말하지만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다른 불편을 지닌 것뿐이다. 장애인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갖고,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아 누리며, 당당하게 사회와 맞설 때 차별과 편견이 아닌, 비장애인과의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더 빨리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2장 필요해요... 카드는 2~3주 정도 걸려요
장애 등록은 어떻게 하나

장애인 등록 절차는 다음과 같다.

▲ 등록 가능한 장애의 종류에는 지체, 뇌병변, 시각, 청각, 언어, 정신장애, 정신지체, 발달장애(자페증), 신장, 심장, 호흡기, 간, 안면, 장루, 요루, 간질 등이 있다.
▲ 사진 2장을 들고 동사무소 사회복지과에 가서 장애 등록을 하고 싶다고 서류를 요청한다.
▲ 담당자는 어느 부분이 불편한지, 어느 병원을 갈 것인지 물어본 후 사진을 붙인 서류를 내어 준다.
▲ 서류를 가지고 장애 등급을 판정이 가능한 병원 가운데 가까운 곳을 찾아가 검사를 받는다(검사비는 자비며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 병원에서 검사 소견을 통해 장애 등급을 판정 한 후 서류를 밀봉하여 건네준다.
▲ 동사무소 담당자에게 가져다주면, 본인이 보는 데서 서류를 뜯어 장애 등급을 확인한 후, 장애인 등록 카드인 복지카드를 발급해 준다(카드 발급은 2~3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복지 카드는 등급에 따라 주어지는 장애인 복지 혜택의 증빙 서류를 대신한다.

장애인은 등급에 따라 자동차 구입이나 휠체어, 전동차, 전기요금, 인터넷 사용비, 휴대폰, 철도와 항공료, 국립 극장이나 국공립 공원, 공립스포츠 센터 등에서 할인 혜택을 받으며, 전철은 우대권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중증 장애일 경우 도우미를 요청 할 수 있으며 가정 형편에 따라 약간의 장애 연금도 수령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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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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