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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콘서트>에서 '착한 사람' 'B.O.A', 두 코너를 통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개그맨 유세윤씨.
ⓒ 나영준
"개그의 성패 여부는 바로 '반전'에 있다. 배우의 입에서 무슨 대사가 나올지 짐작이 가면 쉽게 말해 '재미없다'. 시청자의 상상력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이 코너는 기대 이상의 반전을 코너 내내 스피디하게 터뜨리며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준다."
- KBS <개그콘서트> 시청자 게시판 중에서


역시 '복학생'이었다. 개그맨 유세윤(27)이 다시 안방에 웃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그콘서트>(KBS, 일요일 오후 8시 55분)에서 그는 마임 형식의 '착한 사람만 보여요(이하 착한 사람)'에서 아무런 소품이 없는데도 마치 모든 사물이 눈에 보이는 듯 근엄하게 행동하는 상사로 출연하고 있다. 극중에서 그는 부하 직원 김병만에게 "자네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 들어"라는 말을 수시로 던진다.

또 혈액형을 소재로 한 'B.O.A' 코너에서는 "어떡해, 엄마가 전화를 먼저 끊으셨어. 아마 모자의 정도 먼저 끊으시겠지"라고 외치며 '소심절정'의 A형을 연기해 역시 유세윤이란 평을 듣고 있다.

▲ 마임을 접목 시킨 '착한 사람만 보여요'.
ⓒ KBS
▲ 혈액형을 소재로 한 'B.O.A'에서 유세윤은 소심한 A형 역할을 맡았다.
ⓒ KBS
이전에 '2005봉숭아학당'에서 "칼라파워!"를 외치며 유행에 뒤떨어지지만 친근한 복학생의 모습을 보여주던 유세윤. 이후 그는 '장난하냐' 코너에서 인간의 이중적인 면을 부각시켰고 "장난하냐?"를 유행어로 만들었다.

어쨌든 그는 그 어렵다는 개그계에서 작년부터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기획사 사무실에서 개그맨 유세윤을 만났다.

인기 비결? 내 안의 모습과 맞아 떨어진 캐스팅 때문

▲ 소심함과 악마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었던 '장난하냐?' 코너.
ⓒ KBS
- 요즘 많이 바쁠 것 같다. 개그콘서트 '착한 사람' 'B.O.A' 코너에 대한 반응이 어떤가?
"아뇨, 하나도 안 바빠요(웃음). 코너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개 둘 다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착한 사람'의 경우는 아무래도 직장인들이나 연령이 있으신 분들이, 'B.O.A'는 여성분이나 학생층이 많이 웃어 주시는 것 같습니다."

- 그런 아이디어는 혼자만의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이전 '복학생'이나 '장난하냐?'의 경우는 회의 중에 제가 낸 의견이지만 이번 두 코너는 아이디어가 나온 상태에서 저는 '캐스팅'만 됐거든요. '착한 사람'은 김병만 선배가 다 만들어 놓고 저를 불러 주신 거고 'B.O.A'의 경우도 이전 호흡을 맞춰오던 김시덕 선배님이 저를 A형으로 캐스팅해 주신 겁니다. 운이 좋은 거죠."

그는 아이디어는 개그맨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사실 관계는 정확히 밝혀 달라고 강조했다. "기사 나가면 선배님들도 다 보시는데…(웃음)"라고 웃긴 했지만, 꼼꼼히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한 단면이 엿보이는 구석이었다.

- '착한 사람' 코너는 다른 형태의 코미디와는 조금 색다르지 않은가.
"그렇죠. 일종의 마임 형식 코미디죠. 사실 마임이라고 하면 일반인에게 그간 다소 어렵게 생각됐던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도록 풀어냈는데 다행히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 코너 'B.O.A'도 동시에 인기를 얻고 있지만, 혈액형에 대해서는 일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혈액형 같은 경우 예전부터 인터넷 등에 이야기가 많긴 했는데 정작 개그로 풀어낸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늦은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고요. 사실 과장됐죠.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웃음). 하지만 영화나 노래에서도 다루었으니까 개그도 편하게 봐 주셨으면 해요. 참, 실제로는 전 O형입니다(웃음)."

복학생 이미지, 부담스러웠지만 마음 비웠다

- 지금까지 출연한 코너들이 소위 '대박'이 아닌가. 그 비결이 있을까.
"그런가요(웃음). 대박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선 좋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캐릭터들이 저와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소심하기도 하고, 때로는 '착한 사람'에서 보여지는 사장님처럼 거만하기도 하고. 제 안에 있는 모습과 맞는 모습을 만난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세윤을 유명하게 한 봉숭아학당의 '복학생'. 각종 추억의 소품으로 열연하는 모습.
ⓒ KBS
- 영화배우도 그렇지만 한 가지 이미지로만 남는 건 배우에게 부담이 아닌가. 복학생이 준 영향이 커서 변신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저도 고민이 있었죠. 그렇지만 '일단 내가 마음을 비워야 시청자들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복학생 이후 '변신을 해야 하고, 더 재미있어야 하고…' 그런 부담을 가지다 보니 오히려 아이디어가 안 나오더군요. 그래서 '난 아무것도 없던 사람이야,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자!'하고 마음먹었습니다.

- 그간 맡은 역할을 통해 인간 안에 숨어 있는 이중성이나 소심함 등을 잘 드러낸 것 같다. 실제 그런 면이 있는가 아니면 따로 공부를 하는가.
"사실 학창 시절 조금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제가 원래 좀 소심해서(웃음) 실제 개그맨이 될 줄은 몰랐거든요. 친구들과 함께 시험쳤기에 망정이지(KBS 공채 19기) 안 그러면 혼자선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뭐랄까, 제가 어릴 때부터 책은 안 좋아했지만(웃음) 생각은 굉장히 많았거든요. 커서 심리학자가 될까 생각할 정도로 사람심리에 대해 분석하고 관찰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 스스로 평가하는 코미디의 특징이 있다면.
"사실 예전 '장난하냐?' 같은 코너는 누구라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웃음) 주위에서 매사에 시비를 거시는 분이 있어서 거기서 영감을 얻었거든요. 하하하. 제가 만드는 코미디가 좀 비꼬는 걸 좋아하죠. 복학생 같은 경우도 사실은 그렇게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을 비꼬는 거였고 '장난하냐?'도 그런 치사한 모습에 대한 비틀기였죠. 어렸을 때부터 그런 식으로 비꼬기를 잘한 것 같아요."

▲ 진지함 속에도 약간(?)의 장난기는 숨길 수 없는 듯.
ⓒ 나영준
시간과 함께 흐르는 자연스러운 코미디를

- 좋은 코미디란 어떤 것일까. 앞으로 하고 싶은 코미디는?
"뭐랄까. 단순 '개그'보다는 '코미디'를 하고 싶습니다. 예전 <유머 1번지>가 그런 틀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 것이 현재 <개그콘서트>에서는 '집으로'라는 코너거든요. 일종의 콩트죠. 시청자와 주인공들 사이에 시간이 같이 흐를 수 있거든요. 이를테면 드라마에서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질리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친숙해집니다. 자연스럽게 틀에 박히지 않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궁극적으로 그런 연기를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자면.
"늘 지금처럼 좋은 매체가 되어 주시고요. 과장된 제목에 낚이지 않게 해 주세요. 하하하하! 사실 요즘 매체들 보면 제목만 보고 클릭했을 때 '낚이는' 기사가 많잖아요. 물론 <오마이뉴스>는 그런 매체가 아니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계속 진실한 뉴스를 보여 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웃음)."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유세윤은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뜨기 위해 아등바등 대는 것보단 맡은바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일은 따라온다고 믿는다는 개그맨 유세윤. 그의 생활신조는 "무조건적인 도전이 아닌,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는 온다"라고 한다. 그의 바람대로 조만간, 시청자들은 '복학생'이 아닌 유세윤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보다 친숙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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