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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미국인들의 성생활에 관한 광범위한 분석 보고서가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이 보고서는 미국인의 건강 통계를 관장하는 기관인 NCHS(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가 미시간대학사회연구소에 발주해 지난 2002년부터 실시된 "성적 행동과 선별적 건강 측정(Sexual Behavior and Selected Health Measures)"라는 조사결과를 분석한 것으로, 미국인의 성행동과 성 취향을 담고 있다.

이 조사는 15세에서 44세 사이의 미국인 남녀 1만2571명을 대상으로 삼았으며, 조사결과는 에이즈, 성병 등 공공 건강 문제를 비롯 미국 청소년들의 임신과 출산 양상에 관한 자료로 이용된다.

미국에서는 1973년 이후 보통 6~7년 주기로 미국인의 성과 가족에 관한 조사를 실시해왔는데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했던 이전 조사들과는 달리 이번 조사에서는 남성까지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또 동성애나 성적 행동에 관한 민감한 부분으로까지 조사영역을 확대했다.

청소년 오럴섹스 비율, 성인여성 동성애 관계 늘어

▲ NCHS가 실시한 "성적 행동과 선별적 건강 측정(Sexual Behavior and Selected Health Measures)"조사 분석자료가 최근 발표됐다. 사진은 NCHS 웹페이지 화면.
이 보고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청소년의 성생활과 성인들의 동성애에 관한 조사결과다.

그동안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오럴 섹스가 널리 퍼져있다는 인식이 미국사회 전반에 번져있었는데 이번 보고서는 그 소문이 사실임을 수치로 확인해 준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15세에서 19세 사이의 청소년 군에서 오럴섹스를 한 적이 있다는 답변이 여학생 54%, 남학생 55%로 나왔다. 남녀 모두 반이 넘게 오럴섹스 경험이 있다는 것. 특히 잘 사는 중산층 이상 백인 가정 출신 청소년들이 오럴섹스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놀라운 발견은 성인 여성 간 동성애 관계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18~29세 사이의 젊은 여성들 가운데 동성애 관계를 한 번이라도 가진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에 달했다. 이는 같은 나이대의 남자들 사이에서 남성 간 동성애 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30~44세 사이의 성인 남자들은 이제까지 자신의 삶에서 평균 6~8명의 섹스 파트너가 있었다고 답했다. 한편 같은 나이 또래 여자들이 관계한 섹스 파트너 수는 평균 4명이었다.

그러나 15~44세 사이의 남녀 집단의 3분의 2가 지난 1년간 한 사람과만 성관계를 가졌다고 답했다. 지난 1년 동안 셋 이상의 섹스파트너가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남자 10%, 여자 7%였다.

처녀성 간직하고 임신 피하고자 오럴섹스를?

▲ 15세에서 24세의 미 여성들 가운데 오럴섹스만 하는 비율(상), 25세에서 44세의 미국 남녀 성인들의 섹스 유형(하)
이 보고서를 접한 전문가들은 모두 가장 먼저 청소년의 성 행태에 주목한다. 그동안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레인보우 파티'(여자아이들이 각각 다른 색의 립스틱을 칠하고 남자애들과 그룹으로 하는 오럴섹스 파티)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도 오럴 섹스에 대한 관심이 높았기 때문.

이번 조사에 참가한 제니퍼 맨러브 박사는 청소년 오럴섹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디어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여자애들이 남자애들에게 오럴섹스를 해주고 남자애들은 주로 받는 입장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그런 경향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성차가 훨씬 없다."

그렇다면 왜 청소년들 사이에서 오럴섹스가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할까. 특히 오럴섹스를 경험한 아이들 중 4분의 1 정도는 직접성교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이 직접성교보다 오럴섹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번 조사에서 다루어지지 않았으나 대신 맨러브 박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직접 성교는 하지 않지만 오럴섹스를 하는 청소년들이 꽤 되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직접 성교를 피해서 명목상의 처녀성을 간직한다고 믿어서일 수도 있고 오럴섹스가 간편한 피임법이라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다."

실제로 조사 결과 오럴섹스를 해본 적이 있는 미국 청소년들 중 콘돔을 썼다고 대답한 수는 고작 10명 중 한 명 꼴이다. 또 아직까지 한 번도 직접 성교를 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직접성교의 대안으로 오럴섹스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제니퍼 맨러브 박사의 분석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문제는 오럴섹스가 직접 성교보다 피임에서는 성공적이라 해도 성병을 피하는 데는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청소년 건강 전문의 레베카 홀부르크는 NPR(공영라디오, National Public Radio)과의 인터뷰에서 "각종 성병이 오럴섹스를 통해서도 전염된다"고 경고하며, 콘돔 사용을 당부했다.

도마에 오른 학교 성교육

이번에 청소년들의 성 행태 수치가 발표되자 미국 학교의 성교육도 도마에 올랐다. 특히 오럴섹스로 인한 성병 위험을 학생들이 인식하고 있지 못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 청소년 성교육의 보수화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부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5년간 미국사회가 보수화로 치달으면서 성교육도 보수화됐다는 것. 실제 최근 학교 커리큘럼에서 성교육을 제한하고 금욕을 강조할 것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젊은이들을 위한 옹호자'(Advocates for Youth)라는 단체의 대표인 제임스 와고너는 "가장 충격적인 사실 중 하나가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임질 발생률이 네덜란드나 프랑스에 비해 70배나 높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토론을 아예 안 함으로써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성에 관한 솔직한 토론을 피하는 보수적인 문화를 비난한다.

필자가 10월6일 만난 킨지 연구소 연구원 제니퍼 배스도 이에 동조했다.

"세상이 아이들에게 참 위험한 곳이다, 성과 관련해 여러 질병이 전염될 수 있는데도 청소년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 하다. 가정은 물론 학교, 또 사회에서도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지식이 열려 있어야 한다."

여성이 남성보다 동성애 관계가 많은 이유

18~29세 사이의 성인 여성 동성애 비율이 14%로 나타난 것도 분석대상이다. 이번 조사 분석을 담당했던 윌리엄 모셔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여성들 사이의 동성애 양상은 '새롭고 예상하지 못했던' 수치 증가"라고 말했다.

어떻게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었을까

자신의 성생활에 관한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은밀한 개인의 사적 영역에 속하는 분야이면서도 암묵적인 사회적 억압도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를 발주 받아 행한 미시간대학사회연구소는 200명 이상의 여성을 조사원으로 훈련해 그들이 가택 방문으로 일일이 정보를 습득하도록 했다. 이렇게 가가호호 방문해 인터뷰한 사람이 1만2571명. 질문은 대면응답이 아닌 컴퓨터를 사용했다. 대답하는 이가 컴퓨터를 이용해 익명을 확실히 보장받으며 조사에 응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질문 간에 겹치는 부분을 두어서 나중에 분석할 때 응답자의 대답이 일관성이 있는지도 고려한다.

특히 조사원들은 청소년들에게서 솔직한 대답을 얻기 위해 그들의 말이 가족이나 선생님, 친구들 등 주위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각별히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들의 솔직한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조사 목적과 의의 전달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반면 킨지 연구소의 제니퍼 배스는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킨지 연구소가 수집해온 많은 개별 연구에 따르면 충분히 예견된 수치라는 것. 배스는 "미국의 현 세대에서는 양성애자인 여자 수가 양성애자인 남자 수보다 많고 여자들이 20대에 더 유동적으로, 상대의 성별에 구애되지 않고 섹스 파트너를 고른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LUG(Lesbian Until Graduation, 졸업 전까지는 레즈비언)'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하는데 이 말이 이번 데이터로 뒷받침 된 셈이다.

어찌됐든 NCHS의 이번 '성적 행동과 선별적 건강 측정' 보고서는 미국 내 성 담론에 한 획을 긋게 될 것으로 보인다. 킨지 연구소의 제니퍼 배스는 "청소년 성 행태와 동성애 관계 부분은 앞으로 에이즈라든가 성병(STD)에 관한 정책 수립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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