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강남 미니신도시 발표로 송파 거여 주변 지역은 기대심리로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었다. 사진은 지난 31일 거여역 주변에 걸린 뉴타운 축하 플래카드.
ⓒ 오마이뉴스 김연기

강남 미니 신도시 발표 이후 송파 거여 주변 지역은 기대심리로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었다.

서울 송파구 지하철 5호선 거여역 출구를 나오니 가장 먼저 '축! 거여-마천 뉴타운 확정'이란 현수막이 보였다.

거여역 주변은 송파 미니 신도시 후보지인 특전사와 남성대 주변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집값은 이미 오를대로 올라 있었다.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된 31일 오후 4시 거여역 주변의 A공인중개소. 40~50대로 보이는 서너명의 여성들이 이 일대 지도를 봐가며 뭔가를 메모하느라 정신이 없다. 30분 남짓 그곳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집값을 문의하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손님 "특전사에서 터를 안 내주면 어떻게 되나요?"
공인중개사 "뉴타운 지구는 그거(특전사)랑 상관 없어요"
손님 "평당 3000만원이 넘는다면서요?"
공인중개사 "말로는 그렇게 얘기하죠. 그러나 실제론 얼마나 더 뛸지 저희도 알 수 없죠."


한달새 1억원 폭등... 매물은 실종

그곳에서 나와 발길을 금호아파트 입구 부동산 밀집지역으로 옮겼다. 40~50대 여성들이 두 세명씩 짝을 이뤄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일부 부동산은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신분'확인을 거친 후에야 들여보내주기도 했다. 이곳에는 이날 오전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다녀갔다.

인근 B공인중개소에 들러 주변 시세를 알아봤다. 금호아파트 45평형의 한달 전 가격은 올해 초보다 5000만원 오른 6억원이었다. 그러나 송파 거여가 미니 신도시로 확정되면서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다.

이 아파트는 한달 만에 다시 1억원이 올라 현재 7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의 동아효성아파트 47평형도 한달 전 6억5000만원에서 현재는 7억3000만원까지 뛰었다. 그나마 나와 있던 매물도 쏙 들어간 상황이다.

B공인 관계자는 "하루에 5~6팀 정도의 매수자가 몰리고 있지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가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 미니 신도시에 포함된 특전사 주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인근 남한산성으로 가는 등산로 입구에는 거여역 주변과는 달리 꽤 낙후돼 보였다.

이곳에도 '경축 거여-마천지구 뉴타운 확정'이란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특전사 군인들이 사는 비호아파트 외에 아파트는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특전사 맞은편으로 단독주택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었다.

남한산성 입구에서 7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최호민(54)씨는 "서울시에서 뉴타운 지구로 발표한데 이어 정부가 또 미니신도시로 확정했는데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게 아니냐"며 "앞으로 좀 더 기다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뉴타운에 이어 미니신도시까지 호재가 겹치면서 거여동 일대 매물은 거의 실종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호가만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들썩이는 뉴타운 지구

▲ 3차 뉴타운 예정지인 종로구 창신동 일대. 축하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29일 3차 뉴타운 후보지 9곳 중에 가운데 한 곳으로 지정된 종로구 창신동과 숭인동 지구는 개발 호재로 역시 들떠 있었다. 이 지역은 25만 4342평에 1만 4233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뉴타운 후보지로 지정된 창신동 곳곳에는 축하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재개발 상담을 위한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즐비했다.

강북의 뉴타운은 8.31 부동산 대책에 따라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최소 15만평으로 광역지구를 지정해 사업시행자 지정요건이 현재의 주민 동의 2/3에서 1/2로 축소되고, 층고제한(5층-25층)도 완화된다. 용적률이 300-400%사이로 조정돼 초고층 아파트 건축까지 가능해진다.

창신동 두산아파트 앞에서 D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 대표는 "창신동 일대가 개발 호재로 인해 기대심리가 높다"면서, "그러나 이 내용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에 대해 '투기꾼'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준 꼴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을 운영하다 보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들은 큰 손들인데, 그들이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주범들이다. 정부에서 뉴타운 조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솔직히 난개발이 우려된다. 아파트 가격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건설경기를 죽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뉴타운 재개발 전문상담을 하는 E사 박아무개 대표는 매물을 찾은 손님과 함께 현지를 막 돌아보고 온 상태였다.

박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31일 하루만 10팀이 넘게 찾아와서 정신 없이 보냈다"면서, "지금 사두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신 뉴타운 예정지역의 지분은 1평당 2000만원 내외라고 시세를 귀띔했다.

창신동 F사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정아무개씨는 "정부의 부동산 발표로 뉴타운 개발 조건이 상당 부분 완화돼 그 어느 때 보다 기대감이 높다"면서, "지분 1평당 85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뉴타운 개발 계획이 발표된 후 2배 이상 가격이 올랐고,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상가를 갖고 있거나 큰 지분 평수를 소유하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뉴타운 개발에 반대하지만, 주민들 대부분은 이번 계획에 동의하고 있다"면서,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1-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F중개업소를 찾은 창신동의 한 주민은 "최근 지분 8평을 1억원에 팔라는 제안을 받았다 거절했다"면서, "나중에 30평대 아파트를 분양받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강남 대체할 '투기 무대' 속속 등장

▲ 31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추병직 건교부 장관, 문경원 행자부 제2차관, 이주성 국세청장, 양천식 금감위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을 최종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에서는 8.31 부동산대책을 계기로 "투기는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막상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강남을 대체할 새로운 투기 무대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 공급되는 지역에 대한 부동산 투기 가능성을 정부가 적극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는 개발이익 환수가 마련되지 않은 공급확대 정책이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느긋한 입장이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31일 "물론 주변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주택과 땅 값이 상승하리라 보지만, 국공유지이고, 주변이 이미 토지거래 허가구역이기 때문에 그렇게 문제가 클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현재 국세청에서 주변 지역을 현장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섣부른 공급 확대책이 오히려 투기를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 본부장은 "이번 8.31 대책이 송파 신도시, 강북 광역개발 등 무분별한 공급확대를 내세워 투기와 집값 폭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도 "판교보다 집값 폭등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신도시를 강남권에 건설해 강남권 집값을 잡겠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칫 제2의 판교 사태를 낳을 우려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최근 문의를 해오는 고객들 대부분은 강남권에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이라며 "정부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미 이곳은 투기의 수단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