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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허가 신청당시 공주시에 제출된 주택 정면도(왼쪽)와 현재 모습(오른쪽). 왼쪽 정면도의 경우 1층 창문(빨간색 부분)이 절반만 드러나게 돼 있는 반면 오른쪽 사진에는 창문이 모두 드러나 있다.
ⓒ 심규상
한 경찰 간부가 건축-감리사와 짜고 단독 주택의 주거공간을 ‘농기계창고’로 준공허가 받은 후 각종 세제 감면 혜택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건축시공업자인 이모씨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2월 공주경찰서 과장으로 있는 A씨(54)와 충남 공주시 반포면 마암리에 단독주택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공사를 의뢰한 A씨와 해당 건축사사무소가 이씨에게 건넨 설계도에는 지상 3층 건물(연면적 94.3평)에 2-3층은 살림집으로 1층은 연습실과 보일러실, 화장실과 방 등을 갖추도록 돼 있었다. 이씨는 설계도대로 지반을 높여 1층 창문 정면부가 모두 드러나게 시공했고 같은 층 일부 면적에 화장실과 샤워시설 등을 갖췄다. 이씨는 "지난해 2월 말부터 공사를 시작해 같은 해 7월 말 공사를 끝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A씨와 해당 건축사가 관할 공주시청에 제출한 준공서류는 이와는 달랐다.

지상 1층은 50%만 지상으로 드러난 ‘지하’로, 용도는 ‘농기계용 창고’로 신고했다. 즉 3면 창문이 지상으로 드러난 1층을 '지하'고 '농기계용 창고'로 신고해 사용승인(2004년 8월 20일)을 받았다는 것.

건축물 대장에는 지하 1층을 ‘농기계용 창고’(140㎡)로 1층과 2층은 단독주택(173㎡)으로 사용승인 됐다. 건축주는 건축과정을 챙긴 A씨가 아닌 A씨의 부친(77)으로 돼 있다. 해당 건물에는 현재 2층에 A씨 가족이, 3층에는 A씨의 부모가 거주하고 있다.

▲ 건축사와 건축주는 준공허가 후에 흙이 무너져 창문이 드러난 것(왼쪽) 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시공업자는 처음부터 설계도 대로 창문이 드러나게 직접 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농기계용 창고'인 지하 입구
ⓒ 심규상
'농기계 창고' 시설이 인정돼 A씨는 평당 3만1000원에 이르는 대체농지 조성비를 전액 감면받고 농기계용 창고시설 면적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감면받았다. A씨는 이후에도 해당 농기계창고시설 면적에 대해서는 일반 단독주택시설에 비해 재산세 등을 감면받게 된다.

불법시기, 준공허가 이전인가? 이후인가?

건축시공업자인 이씨는 "실건축주인 A씨가 처음부터 건축-감리사(건축 감리 박모씨)와 짜고 1층을 생활거주공간(연습실)으로 설계시공한 후 ‘농기계용 창고’에 ‘지하’로 허위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민원이 제기되자 공주시는 지난 9일 해당 건축사와 현장확인을 통해 1층 정면부를 기준으로 대형창문이 허가 당시 제출된 도면과는 달리 80cm가량(3면 기준 40cm) 밖으로 드러나 있음을 확인했다. 또 1층(지하) 내부에 신고 당시 도면에는 없는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는 점도 적발했다.

실제 농기계용창고로 들어서는 입구마저 폭이 1미터 50cm에 불과해 경운기는 물론 간단한 관리기도 출입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따라서 쟁점은 불법이 이루어진 시기가 건축허가 이전이냐 이후이냐로 모아진다. 이전일 경우 건축허가를 신청한 건축-감리사와 건축주가 허위서류를 제출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공주시 건축과 관계자는 "해당 건축-감리사에게 확인결과 사용승인 신청 당시에는 반지하로 시공했고 화장실 변기나 샤워기 등은 일체 없다고 했다"며 "건축주가 사용허가를 득한 후에 건축사와 협의 없이 임의로 바깥 흙을 파내 창문을 드러나게 하고 화장실 등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축시공업자인 이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건축-감리사에 따르면 당시 이씨는 공사도중 일을 끝내지 않고 사라져 중간에 또 다른 시공업자가 공사를 벌였다고 한다"며 "1차 시공업자인 이씨가 사실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해당 주택의 측면부 전경
ⓒ 심규상

건축사-건축주“준공허가 후 흙 무너져 내려 화장실 추가 공사”
시공업자 “처음부터 창문 드러나게...방, 화장실도 갖춰”
화장실 타일시공 인부 “준공 허가 받기 전 직접 타일공사”


이에 대해 실건축주인 A씨는 지난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용허가를 얻은 이후 주택 정면부 흙이 경사로 무너져 내렸다"며 "다시 흙을 채워 창문 일부를 가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장실 공사에 대해서는 "허가를 득한 후 살다보니 화장실이 필요해 추가 설치한 것"이라며 "시정조치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도 "1차 시공업자인 이씨가 집을 짓다 도망갔고 인부들 인건비조차 주지 않았다"며 "오히려 시공업자인 이씨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주시 건축과는 건축사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해당 화장실 변기나 화장실 시설을 철거하고 흙을 채워 정면부 창문을 절반 가량 가리도록 구두 시정명령한 상태다.

반면 시공을 맡았던 이씨는 건축주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실내 인테리어를 뺀 대부분 시공을 계약대로 자신이 직접 했다는 것.

당시 화장실 공사를 맡은 현장 작업자도 "시공업자인 이씨의 지시에 따라 사용승인을 받기 전인 지난해 7월 초 직접 1층 화장실 타일시공 등을 했고 1층 정면부 또한 창문 전체가 돌출돼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작업자도 "작업 당시 실내 구조로 볼 때 누가 봐도 1층이 농기계용 창고로 설계시공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주시 감사계, 진위여부 조사 중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시공업자는 “창문에 토사방어막이 없는 점 등으로 볼때 공법상 건축-감리사와 건축주 주장처럼 흙을 80cm 가량 인위적으로 걷어냈거나 자연스럽게 허물어져 내린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주시 감사계는 처음부터 주택용으로 설계한 후 허위 도면을 제출해 사용승인을 받았는 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허위서류를 제출했을 경우 건축-감리사에 대한 징계는 물론 건물사용승인 취소와 감면받은 대체농지조성비와 등록세 취득세를 추징할 수 있다.

한편 건축시공업자 이씨는 올 초, 건축주 A씨가 주택공사를 벌이면서 약속한 공사대금 일부를 주지 않고 자신의 개인정보를 유출시켰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충남도 경찰청 감찰계는 조사결과 A씨가 이씨와의 공사계약 과정에서 공직자의 품위를 손상시킨 점이 부분적으로 인정된다며 지난 달 말 '특별교양' 처분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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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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