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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민우회가 벌인 '생리대 가격인하 서명 운동' 캠페인
ⓒ 한국여성민우회
"생리대에 붙는 부가세 면제해주면 화장품, 속옷도 과세하지 말아야 한다."
"여성들의 생리대는 남성들의 면도기와 똑같은 필수품에 불과하다."


생리대에 붙는 부가세 면제 여부에 관한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의 입장은 이처럼 단호했다.

재경부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일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생리대가 생활필수품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다른 생활필수품과 차이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에게 절실한 의약품도 과세가 되는데, 생리대만 면세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생리대에 붙는 부가세는 면세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경부의 입장이 단호한 만큼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한국여성민우회의 입장 역시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측은 "생리대는 단지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국가가 보호해야 할 모성권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며 "특히나 출산율이 급속히 저하된 현재 출산장려책의 일환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임을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6일 여성민우회 여성환경센터 명진숙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쟁점1] "생활필수품 중 하나일 뿐" - "생명 재생산에 직결된 필수품"

-'생리대는 우리나라 여성 1300만명이 사용하고 있고, 가임여성이라면 선택의 여지없이 생리대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리대는 생활필수품이다'라는 의견에 대해 재경부는 생리대가 생활필수품이란 점은 인정했지만 다른 생활필수품과 차이는 인정하지 않았는데.
"생리대는 생활필수품이면서도, 다른 생활필수품과는 맥락을 달리한다. 여성의 생리는 모성권과 관련해서 이해되어야 한다. 헌법에도 '여성의 생리, 임신, 출산 등 생명 재생산을 위한 기능을 가진 모성권은 국가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생리대는 단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관심을 갖고 여성의 모성권을 보호, 지원해줘야 할 국가차원의 문제이다."

[쟁점2] "여성들만 배려해 달라니" - "사회건강 유지하는 차원이다"

-재경부는 '여성에게 생리대가 중요하다면, 남자들에게는 면도기가 중요하고, 환자들에게는 약품이 중요하고,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 중요하고, 주부들에게는 고무장갑이 중요하고, 노인들에게는 돋보기 안경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여성의 생리대 뿐 아니라 다른 생활필수품에 관련된 제도적 노력이 필요한 것은 기본 전제이다. 하지만 다른 생활필수품과 같은 논리로 생리대에 적용할 수는 없다. 남성들에게 수염은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여성들에게 있어서 생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생리는 단지 여성 건강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들이 생리기능이 온전히 보존될 때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이 고려가 되지 않으면 여성은 매우 힘들어진다. 다시 말해 모성은 우리 사회를 건강히 유지시켜 줄 수 있는 힘이다."

[쟁점3] "OECD 국가들도 부과세 매긴다" - "모든 필수품 부가세 인하 추세"

-그러한 차원에서 미국이나 캐나다 일부 주에서도 생리대에 부가세를 면제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재경부는 의료필수품인 의약품도 면세대상이 아니고, OECD회원국 중 대부분의 나라는 생리대에 부가세를 부과한다고 반박했다.
"건강한 사람은 약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생리대는 가임 여성이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는가? 여성의 생리는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자연적 생리이자, 사회적 생리 현상이다. 이것을 의약품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리고 영국은 생활필수품에 영세율을 적용하고 있고 OECD회원국들은 모든 생활필수품에 부가가치세를 내리거나 면세하는 조세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다르다. 사실 우리나라도 생리대 뿐 아니라, 의약품 등 다른 생활필수품들의 부가가치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쟁점4] "다른 나라도 세금 부과한다" - "처지에 따라 정책도 달라야"

-부가세가 제정되던 70년대는 천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하지금 지금은 대다수의 여성이 일회용 생리대를 구입해 사용한다. 과거의 인식으로 생리대 부가세 면세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 재경부는 '70년대도 생리대를 널리 사용하는 다른 국가들은 생리대에 부가세를 붙였다'고 잘라 말했다.
"70년대는 천생리대가 많이 사용됐다. 그러나 80년대에는 일회용 생리대가 널리 사용되었다. 이는 여성의 활발한 사회참여와 관계가 깊다. 정책은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여성의 사회참여에도 기여하는 생리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70년대에 다른 나라들도 생리대에 부가세를 붙였다고 하는데 상황이 다른 두 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모성보호관련 정책이 우리보다 잘 돼 있는 나라들 아닌가. 그리고 또 부가세를 부과하는 게 일반적이라 해도 우리나라가 앞서 다른 나라의 정책변화를 견인해내면 안 되나?"

[쟁점5] "결국 이익은 제조업자에게 돌아가" - "출산장려정책 다각도로 접근될 것"

-재경부는 "결국 면세혜택이 생리대 제조업자에게 가지 않겠는가"라며 "면세정책의 효과가 없을 것이다"고 우려한다. 또한 "출산장려 정책이 꼭 생리대 면제혜택 뿐이겠는가"라며 "육아 휴직, 출산금 보조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출산장려를 위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 하지만 생리대 부가세 면제는 다른 정책들과 함께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여러 정책들을 하나하나 이뤄나가야 한다. 그리고 부가세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세금이다. 재경부는 최종 소비자가 혜택을 받기 위한 정책을 제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 일은 재경부가 해야 하는 일이다.

생리대 부가세 면제 문제는 남녀성별 대립문제의 문제 차원이 아니다.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려는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일이다. 이 문제에 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많은 토론과 의견절충이 필요하다. 그에 따른 구체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 "함봐봐~그리고 함생각해봐~"
ⓒ 한국여성민우회


"생리대 면세 논란 올해로 끝내자"
작년엔 재경부 '승', 올해는 민우회 '승'?

생리대 부가세 문제를 놓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가 지난해 8월 생리대 인하 및 부과세 면제 등에 관한 토론회와 캠페인 등을 하면서 촉발됐다.

그러나 작년엔 '재경부의 완승'이었다. 재경부는 "생리대는 하나의 상품에 불과하다"는 논리로 여성계의 주장을 물리쳤다. 또한 작년 10월 민주당 정범구 의원 등 23명의 국회의원이 제안한 '생리대에 영세율을 적용받게 해 여성의 복리후생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입법발의안은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한나라당 나오연 의원 등 여야 의원 24명이 국회에 '생리대와 유아용 기저귀에 대해 부가세 면제를 허용하라'는 내용의 부가세법 개정안을 제출함에 따라 생리대 관한 논쟁은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지난해와 사뭇 양상이 다르다. 지난해는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이었다면 올해는 출산율 저하라는 사회적 위기의식에 힘입어 유아용 기저귀까지 면세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회의원들까지 들고 일어서자 재경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대표 발의자가 재경부를 관할하는 국회 재경위원회의 위원장인 나오연 의원인 데다 김정숙, 박근혜, 이연숙 등 '이해 당사자'인 여성 국회의원도 3명이나 발의자에 포함되어 있기 떄문이다.

여기에 더해 한명숙 환경부 장관과 지은희 여성부 장관 등 사실상 민우회 '우군'인 정부각료가 2명씩이나 포진해 있어 재경부가 여론을 주도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 박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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