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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구조 북한 인도와 비슷

▲ 지난해 10월 1일 제 54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육·해·공군 기수단이 정렬해 있다.
ⓒ 국방홍보원
최근 이라크전쟁과 앞서 아프간전, 코소보전, 걸프전에서 입증됐듯이 현대전은 흔히 정보전, 공중전으로 불린다. 즉 현대전의 승리를 결판내는 것은 육군의 '병력수'가 아니라 해·공군력이라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군의 현실은 과연 현대전을 잘 치를 능력이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그 이유는 한국군은 육군이 지나치게 비대한 반면 해·공군력이 약한, 전형적인 '노동집약형 군대'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군의 육·해·공군 구성 비율은 81%:9.8%:9.2%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편성 비율은 인도, 북한과 비슷한 형국이다. 이들 두고 한 군사평론가는 "한국군은 한 마디로 전형적인 후진국형 군대"라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한국보다 병력이 많은 나라는 미국뿐이다. 영국(21만 명), 독일(29만 명), 프랑스(26만 명) 모두 병력수는 한국군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전력은 한국보다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군은 병력수(69만명)에서 중국(237만명), 미국(141만명), 인도(130만명), 러시아(124만명), 북한(108만명)에 이어 세계 6위를 기록해, 외형적으로는 '군사대국'에 속한다.

한국시사문제연구소 이선호 소장(예비역 해병대 대령)은 "한국군 69만, 북한군 108만명을 합치면 한반도 전체의 병력은 무려 177만명"이라며 "이는 중남미 전체 군 병력보다 많은 것으로, 중국을 제외하면 한민족은 세계 최대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북한군의 병력은 108만명, 남한군은 69만명이다. 그런데 북한군의 경우 복무기간이 남자 10년, 여자 7년인 반면 남한은 26개월이다. 복무기간이 북한군의 11%(남자기준)에 불과한 한국군이 병력 숫자는 북한군의 64% 수준이다. 어떤 면에서 한국군은 북한군보다 더 심한 노동집약형 군대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국방비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현대전은 한 국가의 경제력, 과학기술력, 인력과 지식 등을 총동원하는 이른바 '총력전' 개념이다. 다른 분야에 대한 국가예산을 줄이면서 국방비만 늘린다면 오히려 총체적인 군사 역량은 약화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GDP의 3.5% 선이 국방비의 한계라고 본다. 국방부도 GDP의 3.5%가 장기적인 목표다.

한정된 국방비로 적정 군사력을 유지하는 문제는 결국 군 병력 구조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한국군이 현재와 같은 육군 중심의 다병력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설사 GDP의 3.5%를 국방비로 확보한다고 해도 내실 있는 전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군의 올해 전력투자비 5조7328억원 가운데 육군이 34.1%, 해군이 22.3%, 공군이 25%를 사용하고 육·해·공군 공통비가 18.6%다. 해·공군의 경우 장비값이 육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가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불균형인 셈이다.

이는 전력투자비만 따져본 것으로 경상운영비까지 포함할 경우 전체 국방비 가운데 육군 편중 현상은 더욱 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 쪽에 전체 국방예산의 육·해·공군 배분비율을 문의한 결과 "그런 식으로 예산통계를 내지 않아 파악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현역장교는 "육·해·공군 공통비 가운데 80~90%는 육군이 가져간다"며 "예산권을 쥐고 있는 육군이 해·공군력을 증강해주겠다고 1980년대부터 20년째 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로 변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군 요직을 육군이 쥐고 해공군에 대한 예산 및 인력 배정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의 한 관계자는 "군 관련 요직을 육군이 독차지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는 현재 육해공군 병력 비율에 따른 안배 차원이며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며 "4~5년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해공군에 많은 예산이 배정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북한군 따라잡기식 전력증강

강대국 군대는 '다이어트 중'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은 모두 병력수를 줄이고 있다. 미군은 지난 1989년 215만3000명에서 지난해 141만4000명으로 줄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영국·프랑스·독일은 모두 '작지만 강한 군대'를 내걸고 군 구조 개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만 병력 감축의 무풍지대다.

눈에 띄는 것이 중국의 움직임이다. 중국의 국방비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지만 거꾸로 병력수는 지난 1989년 320만명에서 지금은 237만명으로 83만명이 줄었다.

국방연구원 임길섭 박사는 "한국군이 갑작스럽게 기술군으로 변할 수는 없다. 군은 항시 존재하는 위협에 대비해야한다"며 "어떤 무기의 도입 계획을 세운 뒤 실제로 들여올 때까지 10년이 걸린다. 병력감축은 갑작스럽게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과 군은 다르다. 사단이나 여단 한 개를 없애는 것은 기업에서 한 부서 없애듯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군이 점진적으로 병력 감축과 군 구조 개편을 제대로 시도해본 적이 없다는 것은 군의 의지를 의심케하는 것도 사실이다. / 김태경 기자
한편 한국 '육군 비대화'는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빚어진 군사 전략차원의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즉 북한군의 포병이 임진강 북쪽에 포진하고 있는 한 전방의 주요 고지마다 전투부대를 배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로 인해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고 싶어도 북한의 110만 대군이 물밀듯이 내려올 경우 이를 후방으로 끌어들일 만한 공간도, 시간도 한국에는 없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한국군은 북한군에 대응할 만한 '대칭적 전력구조'를 통해 북한군을 압도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북한군과 비슷한 육군 중심의 다병주의로 귀결됐다는 설명이다.

구정회(예비역 공군 준장)씨는 지난 2001년 <한국군 구조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이라는 논문에서 "북한만을 의식하는 전력 증강은 남북한 사이에 군비경쟁의 악순환만 벌이다가 나중에는 별로 가치가 없는 무기가 될 것"이라며 "지난 수십 년간 한국군의 전력증강 정책은 북한과 주변국에 대한 대응능력을 크게 확보하지 못했고 이런 군비 경쟁 속에 미국은 주한 미군의 전력을 통해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단기 속결전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 투자는 결국 지상군 전력에 편중됐다"며 "이러한 위협을 제거할 만한 타당한 대안이 없어서 지상군 중심의 기형적인 군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구씨의 결론은 한마디로 지금과 같은 군병력 편제는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현역 장교는 남북한 무기의 실질적 성능을 들어 '육군 비대현상'을 비판했다.

"북한군이 보유한 탱크는 3800여대로 한국군의 2300여대보다 많다. 그러나 북한군 탱크는 한국전쟁 때 쓰던 T-34와 구식 T-54·55·59가 대부분이다. T-62 천마 탱크 등은 400여대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거의 3세대급으로 평가받는 K-1 탱크만 1000여대다.

북한의 전투기 보유대수는 800여대(남한은 500여대)지만 대부분 MIG-15를 비롯해 MIG-17·19다. 한국의 F-16에 맞설 수 있는 MIG-29는 불과 30여대다. 한국은 F-16만 160대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해군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전투함은 430여척(남한은 160여척)이나 배수량 1000t급은 소호급과 나진급 등 프리키트함 3척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수백t급이다. 한국은 1000t급 이상만 40여척이다.

그리고 남한의 전투 지속능력이 3개월인데 비해 북한은 겨우 1주일이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한국군이 육군 중심의 다병주의를 고집하는 것은 난센스다. 북한이 80년대 중반부터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은 한편으로 재래식 전력이 더 이상 남한의 상대가 안된다고 판단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중동부 전선 육군칠성부대에서 바라본 분단의 현장은 초병들의 대적경계 의지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 국방홍보원
북한군의 위협 양태에 대해 육해공군의 시각차는 여전히 크다. 이 때문에 한정된 국방비를 어떤 군사 장비에 우선 순위를 두고 사용할 것인가를 놓고 각 군 사이에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육군은 북한군의 기갑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아파치 공격헬기 도입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해공군 쪽은 북한군 탱크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K-1 탱크를 1000대나 확보했는데 또 무슨 공격헬기가 필요하냐고 반박한다.

육군은 미 기계화보병사단이 아파치 헬기 70여대로 이뤄진 자체 항공여단을 가지고 있고, 지난 이라크 전쟁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해공군쪽은 △유럽이나 이라크와 달리 한국은 산악지형으로 공격 헬기가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고 △이라크는 10년간의 경제제재로 대공 무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미군 헬기가 활개쳤지만 북한의 방공망은 다르다고 반박한다.

한 예비역 공군중령은 해공군측 주장을 옹호한다. 그는 "공격 헬기는 기본적으로 방호력이 취약하고 속력(시속 330km 정도)이 느려 스팅어 같은 휴대용 대공미사일은 물론 대전차 로켓포에도 격추된다. 얼마 전에도 사담 후세인 잔당 병력이 쏜 대전차 로켓포 RPG-7(유효사거리 이동표적 250m, 고정표적 500~600m)에 300억원이 넘는 아파치 헬기가 격추되지 않았나? 지난 1999년 코소보 전때 유고군의 방공망 때문에 미군 아파치 헬기는 뜨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 현역 장교도 이같은 주장에 맞장구를 쳣다. 그는 "아파치 헬기 1개 대대를 만드는 비용(2조원 규모)이면 공군은 F-16 전투기 30여대, 해군은 잠수함 10척을 갖출 수 있다. 어느 쪽이 한국군 전력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까? 공군 전투기 500여대를 총 지휘하는 공군작전사령관이 중장이다. 육군 항공작전사령관이 중장인데 직할로 가지고 있는 헬기 몇 대 안된다. 아파치 헬기 도입은 육군항공작전사령부 위상에 걸맞지 않게 부족한 헬기 대수 채워놓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또 중장 밑에 장성급 참모나 지휘관 자리가 몇 개 더 만들어지고 육군이 비대화되는 것이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한 예비역 고위장성은 "해·공군이 육군을 감축하고 그 만큼 해·공군병력을 늘리자고 얘기하자 육군 쪽은 육군 숫자는 그대로 두고 해·공군을 각각 3만명 정도 늘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한 적이 있다"며 "현재 69만명도 대군인데 그 어떤 대통령이 그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었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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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 수상함, 잠수함, 항공기가 11월 20일 입체작전 능력향상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 국방홍보원
공군이 도입하기로 한 공중급유기, 해군이 추진하는 경항모에 대해서도 물론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중급유기로 전투기의 작전반경을 넓혀서 대체 누구를 폭격하려고 하느냐는 지적이다. 해군의 경함모 계획에 대해서는 "한반도 자체가 떠 있는 항공모함"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군은 북한군만을 상대하는 대응개념, 재래식 전쟁 개념으로 발전해왔다"며 "그러나 통일 뒤 북한 외의 다른 위협을 상정하고 군 구조를 바꾸는 것은 국가적 외교안보 전략하에서 결정되어야 할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항공작전사령부를 만든 것은 사단별로 500MD 2대 등 서로 흩어져 있는 헬기를 한데 모아 통합 운용해 효율적인 정비·운영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군에 화력지원 요청할 때 단계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 육군이 자체 항공전력을 보유하면 적의 위협에 훨씬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공격 헬기는 전투기보다 활용에 있어 유연성이 뛰어나다. 그리고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헬기는 육해공군이 다 따로 보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군은 지난 1988년 '818 계획'을 추진할 때 나름대로 군 구조개편 계획을 세웠으나 군 내부의 이해 다툼으로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때부터 점진적으로 군 전력구조를 개편했으면 현재 한국군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한국군=육군, 미군=해공군'

지난 6월 27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주한미군 재배치와 한국의 국방비 증액 관련 기사가 실렸다. 이 가운데 흥미를 끄는 구절이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주한미군 재배치와 관련, 한국군이 육상 전력을 더욱 증강시키는 대신 해공군력은 미국이 책임지기를 원한다.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앞으로 미군은 공군력 및 정보분야 등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한국군은 다른 부분을 책임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미 행정부는 한국이 공격 및 수송 헬기, 장갑차 등 육상전력 강화를 위한 장비를 구매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부차적이거나 미군 능력과 중복되는 잠수함 등에는 예산을 투입하지 말도록 설득 중이다..."

이 기사는 한국 육군 비대화의 또 다른 근본적인 이유를 잘 보여준다. 즉 해·공군력은 미군이 책임지고 육군은 한국군이 책임지는, 이른바 한-미간의 '역할분담론'이다. 해공군 쪽은 육군이 장악한 국방부가 이런 역할분담론을 근거로 예산배정 등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가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 국방대와 경희대가 공동 개최한 '주한미군의 위상과 미래' 학술회의에서 국방대 김열수 교수는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김 교수 역시 "주한미군의 전투력과 정보자산을 활용한다는 면에서 미국 주도하에 수립된 작전계획은 연합작전의 효율성은 증대시킬지 몰라도 한국적 상황에 맞는 독자적 전쟁기획 능력 구비와 군사전략의 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 군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이 한국쪽에 육군만 증강시키고 해공군 육성은 뒤로 미루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제, "그러나 한국군은 당연하게 그런 식으로 생각해왔고 미군에 의존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한국군은 현대전의 핵심인 정보·정찰 능력이 특히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군은 전략정보의 90% 이상을 미군으로부터 제공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주한미군 철수불가론'의 중요한 근거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군이 보유한 정보·정찰기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RF-5A(12대), RF-4C(27대) 정도에 불과했다. 최근에야 백두·금강사업으로 미국제 호커 800XP(8대)가 도입돼 정부수집 능력을 보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한국군은 왜 진작부터 성능이 뛰어난 정보·정찰기를 사오지 않았을까? 현대전에서 정보·정찰 능력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탱크나 장갑차, 야포 구입을 늦추더라도 이런 장비는 일찍부터 갖춰야 하지 않았을까?

"한국이 원하는 무기 못 사온다"

이같은 의문에 한 현역장교가 답을 내놨다.

"미국이 한물간 무기를 한국에 파는 것은 비일비재하지만, 특히 정보·정찰 관련 장비에 대한 통제가 심했다. 그들은 한국군이 독자적인 정보·정찰 능력을 갖추는 것을 꺼려했다. 정보·정찰 능력을 쥐고 있어야 한국군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교의 주장을 어느 정도 신뢰해야 할지는 의문이나 한국군 내에선 대체로 이같은 주장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의 얘기는 이어진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동시에 남한군의 전력이 그들이 상정하는 것 이상으로 증강 되는 것 역시 막고 있다. 남한군의 지나친 전력증강은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불안정 요인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육군이 해공군의 성장을 막는 주요한 근거가 돼 왔다.

어떤 나라든 정보·정찰 장비는 대개 공군이 운용하기 마련이다. 육군이 장악한 국방부가 공군의 힘이 강해지는 것을 꺼려해 정보·정찰기 구입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찰·정보력은 미국이 책임진다는 것이 주요한 근거였다. 미국이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제한한 것과 한국이 1970년대말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자 집요하게 방해한 것 등이 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1960년대말 F-4D 팬텀기를 도입하면서 RF-4C를 들여오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요구를 묵살하고 성능이 떨어지는 RF-5A를 넘겨줬다. RF-4C는 당시로서는 미군 입장에서도 신형 전술 정찰기였기 때문이다.

한국이 '꿈에도 그리던' RF-4C를 입수한 것은 지난 1989년의 일이다. 당시 대구에 있던 미 공군이 본토로 철수하면서 RF-4C 18대를 넘겨주고 떠났다. 이후 미 본토에서 퇴역한 9대를 받아 현재 총27대를 운용중이다. 물론 RF-4C는 이미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한국군 스스로의 현대식 군 재편 노력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이를 달성해낼 수 없다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대전에 대비한 한국군의 체질개선은 한동안은 탁상공론에 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하겠다.

"병력 줄여야 전력 증강 할 수 있다"

군 병력 감축과 군 전력 증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좀 오래됐지만 지난 1995년 3월 당시 국방대학원 나기산 (2002년 작고·예비역 육군 대령) 박사의 연구는 시사점을 준다. (김성걸·이상기 <신한국군 리포트>에서 인용)

2000년까지 병력을 10만명 감축하면 95년부터 2000년까지 5조6200억원, 2001년부터 2005년까지 6조7700억원을 투자비로 더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2005년까지 10만명을 더 감축하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13조5000억원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연 경제성장률을 정부 목표선인 7.0%로 하고 GDP의 3.5%를 국방비로 잡고, 국방비의 30%를 투자비로 해 얻은 수치다.

2000년까지 10만명을 줄이고 (전력)투자비율을 현행 육·해·공군 4:3:3이 아닌 3.5:3:3.5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면 육군은 기계화사단, 차량화사단, 항공부대를 각각 1개씩 증편할 수 있다. 해군은 잠수함 10척을, 공군은 F-16 전투비행단 1개, E-3A 공중조기경보기 1대, 호크 방공포 여단 3개를 더 늘릴 수 있다.

상비군의 감축에 따른 병력 열세는 '신예비군 제도'를 도입해 보완하면 된다. 1개 보병사단 운영비로 4개 동원사단을 운영할 수 있다. 2000년에 주변 상황을 검토해 또다시 10만명을 감축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이렇게 하면 한국군은 국민총생산 3.5% 수준의 국방비로 '병력집약형 군대'에서 '기술집약형 군대'로 탈바꿈할 수 있다


나 박사가 이 연구를 발표할 때는 IMF사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기여서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군 병력 감축=전력약화'라는 고정 관념을 깨는 데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러나 한국군의 내부 사정은 만만치않다. 병력 감축은 결국 육군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병력 감축 얘기만 나오면 육군은 장교의 '자리'감소를 우려해 군 구조 개편을 무시하는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공군은 먼저 자리나 비율 보장을 요구해 '제사보다는 젯밥을 노린다'고 서로에 대한 비판만 무성했다. /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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