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날짐승 닭이 낳은 완전 식품인 달걀을 계란(鷄卵)이라고 한다. 그럼 땅에서 나는 알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알토란같다'고 한다. 알이 두 번 쓰인 예로 '역전앞'이라는 낱말에서 보인 예와 마찬가지다. 잎과 줄기, 뿌리 등 한 부분도 버릴 게 없는 토란이 제철을 맞았다.

흙에서 나는 알 같은 '토란(土卵)'은 생김새가 정말 알 같다. 토란 줄기는 늦가을에 베어 뒀다가 껍질을 벗겨 말려서 육개장을 끓이든가, 들깨를 갈아넣고 나물을 해서 먹으면 물컹하면서도 씹을수록 쫄깃한 맛에 한 번 입을 대고서는 쉬 포기하지 못한다.

토란잎도 요긴하게 쓰인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가려 할 때 비라도 쏟아지면 오동나무 잎을 구하지 못하는 학동(學童)들은 토란 대를 꺾어 잎을 쓰고 집으로 뛰어야 했다. 토란잎은 어떤 경우라도 비닐 코팅을 한 것처럼 물을 먹는 법이 없어 가다가 찢어지지만 않으면 우산 대신 쓸 만 했다.

우비 대용 뿐 만 아니라 토란잎을 잘 말려 뒀다가 정월 대보름날 소금물에 담가 불려서 삶아 내면 먹어보지 않고서는 그 맛을 논하지 못할 맛있는 쌈 거리다. 간장 물에 양념을 하여 찐 이 음식을 내 평생 다시 먹어 볼 수 있을까?

▲ 이 놈 세 뿌리만 캐면 네 가족 한끼는 충분하지!
ⓒ 쌀농부
그럼 본격적으로 토란국-토란탕을 끓여보자. 가까운 시장에 가서 토란 한 봉지를 산다. 손이 여린 주부님들은 가능하면 껍질을 벗겨둔 것으로 사야 껍질 벗기면서 이리저리 만지다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일이 없다.

우선 토란 뿌리는 봄에 심었던 '무강'(1년을 묵은 것으로 아무리 삶아도 단단해 먹기에 불편하고 독이 강한 것)을 제외하고, 1년 산 보드라운 놈을 추려서 껍질을 벗기고 소금에 서너시간 절여서 독을 빼야 한다.

절인 뒤 물을 따라 버리고 솥에 넣고 한소끔 끓여 독을 완전히 제거해야 준비 완료다. 들깨를 갈아 체에 바치고, 마늘을 넣고 푹 끓여 토란 알맹이가 익었다 싶으면 조선 간장으로 간을 하고 마련된 육수와 고기를 넣으면 된다.

고기는 꿩이 으뜸이며, 닭이 버금인데 이 짐승들은 잘게 토막을 내 생강, 마늘, 참기름을 넣어 짤박하게 볶아 뒀다가 쓰는 게 제 맛이요, 그래야 국물이 토란 알맹이와 함께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간다.

이 두 고기에 자신 없는 분들은 늘상 하던 대로 쇠고기를 써도 무방하다.

계절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입맛을 잃은 분들께 권하고 싶다. 요즘이 제철이기도 하거니와 토란 재배 과정을 살펴보면 밭작물 중에서 몇 안 되는 안전식품이다. 왜냐하면 잎이 나기가 무섭게 그늘을 만들어 잡초를 고사시키기 때문에 제초제를 덜 쓰고 살균제, 살충제를 쓰지 않아도 물기만 적당히 있는 땅이면 잘 자라기 때문이다.

무, 도라지, 연근, 마, 버섯, 더덕, 당근 등과 함께 뿌리식물인 토란도 태음인(太陰人)에 맞는 식품이다.

예로부터 토란은 몸의 열을 내리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으로 이용했다. 민간에서는 껍질을 벗기고 짓찧은 토란과 밀가루를 썩어 임파선염, 피부염, 치질, 타박상 등에 바르면 낫는다 했다.

홍역을 앓을 때는 토란과 당근을 편으로 썰어 삶은 물을 먹이면 나았다고 하며, 이뇨 효과도 있기 때문에 토란 삶은 물을 마시면 소변이 원활해진다고 한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김규환은 서울생활을 접고 빨치산의 고장-화순에서 '백아산의 메아리'를 들으며 살고 있습니다. 6, 70년대 고향 이야기와 삶의 뿌리를 캐는 글을 쓰다가 2006년 귀향하고 말았지요. 200가지 산나물을 깊은 산속에 자연 그대로 심어 산나물 천지 <산채원>을 만들고 있답니다.도시 이웃과 나누려 합니다. cafe.daum.net/sanchaewon 클릭!

이 기자의 최신기사역시, 가을엔 추어탕이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