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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30일 노무현 후보 선대위 출범식 때 노사모 회원들이 희망돼지 저금통을 거둬 전달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민석 전 의원이 노풍을 재점화했다?

노무현 후보 홈페이지(www.knowhow.or.kr) 게시판에 오른 한 네티즌의 글처럼, 김민석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신당인 '국민통합21'에 입당한 것을 계기로 노무현 후보에 대한 온라인 후원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21일 오후 2시 현재까지 휴대폰과 신용카드 결제, ARS 등 온라인을 통해 노무현에게 후원금을 보낸 개미군단은 2만486명이며, 전체 모금액은 5억6900만원을 넘었다. 온라인 모금을 시작한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1132명이 960만원을 후원한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반응이다.

17일부터 18일 오후 8시까지 걷힌 후원금 내역을 살펴보면 신용카드 후원금이 4065건(1억8022만1240원), 휴대폰이 2673건(4055만7120원), ARS가 1339건(1339만원, 오후 6시30분) 등으로 집계됐다. 한 사람당 평균 3만원 가량을 후원한 셈. 이 가운데에는 신용카드로 100만∼300만원 등 고액을 낸 후원자도 있다. 또한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5000만원이라는 큰돈을 후원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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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단일화 ' 주장하는 김민석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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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노 후보 후원금이 폭주하자 당내 분란으로 골머리를 앓던 선대위 관계자들도 오랜만에 얼굴이 밝아졌다. 허운나 인터넷본부장이 18일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후원금 급증 사실을 전달하자, 김경재 홍보위원장은 "옳은 길은 외로운 법이지만, 국민들이 알곡과 쭉정이를 분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허운나 의원이 '어머니 라식 수술비로 모아 놓은 돈을 후원금으로 보냈다'는 네티즌의 사연을 소개하자, 회의에 참석했던 김희선 의원은 눈물을 흘렸고 일부 의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온라인 후원 열기만큼이나 노 후보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노무현 지지글이 쉴 틈 없이 올라오면서 '노무현 살리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네오'라는 아이디를 가진 네티즌은 게시판에, 노 후보의 호소를 외면하는 김근태 의원의 태도와 김민석 전 의원의 '변절'에 "또 다시 상처받아 힘들어하고 있을 노 후보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어머니 라식 수술을 잠시 뒤로 미루고 100만원의 후원금을 보냈다"고 밝혔다.

'유용일'이라는 필명의 네티즌은 "어제 <100분토론>을 본 뒤 이회창만 이긴다면 정몽준이라도 찍으려고 했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며 "처음에는 DJ당의 후보였기 때문에 지지했지만, 지금은 고졸 출신의 소신 있는 보통사람 노무현 그 자체를 지지한다"고 고백했다.

초등학교 3학년 딸내미가 저금통을 털어 준 9000원에 1000원 보태 후원금을 낸다(ID: 장산흰구름)는 노사모 회원도 있고, '백수 신랑은 3만원, 직장 생활하는 나는 7만원의 후원금을 보냈다'(ID: 아줌마)는 사람도 있다.

"어머니 (라식)수술비 보냈다는 말 듣고 죄인된 느낌이었습니다"
- 국민 여러분께 보내는 노무현의 감사 메시지

▲ 17일 선대위 회의에 참석중인 노무현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후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후원금이 폭주하자, 18일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으로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다음은 노 후보의 감사 메시지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노무현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제 하루 동안 여러분들께서 제 홈페이지로 7500만원(17일)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후원금을 보내주셨습니다. 전에 없었던 일입니다. 정말 저는 놀라고 있습니다. 가슴이 지금 떨리고 있습니다. 제가 그동안에 이번 선거만은 정말 돈이 적게 드는 선거를 치르겠다, 그리고 깨끗한 돈으로 선거를 치르겠다, 이렇게 약속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100만명으로부터 만원씩 받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다짐을 하고서도 과연 이게 될까, 이렇게 걱정하고 자신이 없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러분들께서 제게 새로운 용기를 주고 계십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돈과 함께 보내주신 사연을 하나 하나 다 읽어보았습니다. 어떤 분은 반찬 값을 아끼겠다고 하셨더군요. 어떤 분은 또 술을 한 잔 안 먹겠다고 하셨습니다. 거기까지는 좋지만, 어린 아이의 저금통을 깼다, 또 담배를 끊겠다, 이런 말씀을 들을 땐 정말 가슴이 찡해 옵니다.

그리고 통일헌금 내려고 준비해 두셨던 돈, 감사합니다. 그러나 참, 어머니 (라식) 수술비를 제게 보냈다는 말씀을 듣고는 제가 무슨 죄인이 되는 느낌입니다. 그렇게는 하지 마십시오.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정말 이대로 버텨나갈 수 있을까, 때로는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정말 저 자신이 생겼습니다. 정말 이대로라면, 여러분들이 이렇게 도와주신다면 저는 이 어려움을 거뜬히 극복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을 얻었습니다.

여러분 이겨내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이 성원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꼭 해내겠습니다.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 이한기 기자


다음은 노무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오른 글 가운데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 후원금 100만원… 그로 인해 얻은 자부심

조금씩이지만 제 형편이 나아지는데 비해 노 후보는 점점 더 궁지로 몰리는 듯 하더군요. 어제 김근태 후원회장에서 김 고문을 향한 간절한 호소에 이미 그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에게 갖고 있던 마지막 끈을 놓아버렸습니다.

며칠 전에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모여 노 후보 선지지 후 후보단일화 방안을 결의했다고 하길래 좀 더 지켜볼까 싶었는데 김민석이가 정몽준이한테 갔다는 소식을 들으니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더군요. 김민석에 대한 기대를 버린 지 이미 오래됐지만 또 다시 상처받아 힘들어하고 있을 노 후보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어머니 (라식) 수술은 잠시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국민경선 당시 단돈 1만원을 내지 못해 마음 아파했는데 오늘 전 그 백 배의 돈을 후원금으로 보냈습니다. 월급 받아 이것저것 떼고 남는 돈보다는 더 큰돈이지만, 아깝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자부심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자부심 외에는 여러분들께 나눠줄 전리품이 없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 후보님의 말입니다. 기부하는 사람에게야 큰돈이지만 막상 쓸려면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네요. 탈당 러시가 이어질 때마다 민주당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ID: 네오)


▶ 노무현,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퇴근 못하고 여기에 매달려 있습니다. 아침에 답답한 마음이,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이의 노무현 성원에 너무도 따스해지는 밤입니다. 문득 후원금 리스트를 보다 옆자리의 후배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요. 그러더니 하는 말, "돈이 있는 사람은 저렇게 돈 못 내요. 대단하네요."

마음이 모아질수록, 내 마음도 뜨거워지고,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사무실에 혼자 있어서일까요? 근데, 이 느낌 생소하지 않아요. 바로, 노무현이 광주 경선에서 1위 했을 때 그 느낌입니다. 정말 기분 좋은 밤입니다. 만원이, 백만원이, 삼백만원이 당신을 위해 아깝지 않은…. 노무현,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ID: 바위처럼)


▲ 김민석 전 의원이 정몽준 신당으로 간 이후 노무현 홈페이지에는 네티즌들의 노 후보 지지 글이 쏟아졌다.
▶ 5000만원을 후원합니다

지금 한창 어려운 노짱을 위하여. 40대 중반의 노병은 죽지 않았다. 김민석, 너는 이제 정치계를 떠나라.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 너는 절대 당선될 리 없다. 이것은 노짱의 이름으로 약속한다.

12월 1일 0시까지 10억원을 모금하지 못하면 개인 돈 5000만원을 후원합니다. 물론 5000만원 수표를 먼저 제공합니다. 결제일은 2002년 12월 1일입니다. 수표는 자동으로 결제됩니다. 수표 부도는 형사 처벌입니다. 배수진을 치고 10억 후원금을 모금하겠습니다. 그저 노짱이 12월 19일 당선만을 위한 것입니다. 아무 것도 원치 않습니다. (ID: 리틀6월)


▶ 김민석, 제2의 노풍 점화하다?

지난 국민경선 때 광주의 선택이 노풍을 점화했지요. 아마 제 기억으로는 3월 16일이었던 것 같은데, 토요일이었고…. 저는 회사 기숙사에서 TV로 그 광경을 보다가 눈물을 찔끔했었지요. 아직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면서 가슴이 뭉클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김민석의 변절을 보면서 하루종일 우울했습니다. 퇴근 후 개혁적 국민정당 게시판에서 누군가 노 후보 홈페이지에 난리가 났다고 글을 올렸더라구요. 뭔 일일까. 정말 난리가 났더군요. 제2의 노풍이 점화된 듯 합니다. 우리 모두 10월 17일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김민석이라는 이름도…. 그가 노풍에 불을 질렀으니까요. (ID: Dr-popeyes)


▶ 고졸 출신의 소신 있는, 보통사람 노무현

솔직히 오늘 아침까지도 많이 망설였습니다. 어제 <100분토론> 후 더더욱…. 이회창만 이긴다면 정몽준이라도 찍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이렇게 다른 사람의 글을 읽다보니…. 이렇게 흔들리는 제 자신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다시 한번 보통사람 노무현씨의 걸어온 행적을 되새기며 마음을 굳힙니다.

제가 과거 DJ를 지지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습니다. 그가 걸어온 길, 온갖 핍박과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걸어온 역경의 인생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노무현씨를 지지하게 되었던 것도 DJ당의 후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민주당 후보가 아닌, DJ당 후보가 아닌 노무현씨 자체를 지지합니다. 고졸 출신의 소신 있는, 보통사람 노무현님. (ID: 유용일)


▶ 초등학교 3학년 우리 딸이 저금통을 털어

우리 딸은 초등학교 3학년이다. 정치를 알기에는 어리지만 노사모 회원이다. 아빠 땜에 노무현을 알게 되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노무현을 좋아한다. 이회창, 정몽준보다는 노무현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민석에 대한 이야기와 후원금에 대해 우리 딸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노무현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1주일마다 주는 용돈을 절약해서 조그만 유리병에 모아두고 있는 초등학교 3학년인 예쁜 딸이 기꺼이 9000원을 내놓았다. 여기에 나는 1000원을 보태 1만원을 후원했다. 우리 딸의 10000원이 총알이 되어 원칙도 없고, 배신을 밥먹듯이 하는 썩어빠진 인간들의 심장으로 날아갈 것이다. (ID: 장산흰구름)


▶ "에고, 겨우…" "백수 주제에 그것도 크지"

집에만 오면 신랑이랑 싸운다. 10분만, 20분만, 컴 서로 차지할라꼬…. 신랑은 백수다. 하루종일 컴 드려다 보고도 지겹지 않은지…. 오늘 후원금 3만원 냈다고 한다. "에고, 겨우…"라고 했더니 "백수 주제에 그것도 크지"라고 소리친다. 난 눈물이 찔끔났다. 내가 신랑 백수라고 기를 너무 팍 죽여놨구나.

저는 5만원 후원금 냈습니다. 얼마 전 희망돼지 4마리 받아와서 3년 전부터 집에 있던 왕돼지를 잡았습니다. 3마리 채우고, 한 마리가 남았습니다. 신랑이랑 열심히 동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는 보따리 장사하며 생활하고 있는 가난한 부부입니다. 하지만, 마음만은 꽉 찬 부자입니다. (ID: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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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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