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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양 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지난해 12월 병역 거부를 공개적으로 선언, '양심적 병역 거부' 논쟁의 불을 지폈던 오태양(27) 씨가 같은 해 3월 병역 거부를 결심한 직후 육군 학사장교 시험에 합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오씨의 '병역 거부' 결정은 자신의 합격 여부를 인지하기 이전에 이뤄졌지만, 경향신문은 이 같은 사실을 <양심적 병역거부자 '軍회피 의도’논란>이라는 타이틀로 보도해 독자들로 하여금 정반대의 해석을 유도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5일자 초판 사회면에 "지난해 말 종교상 신념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오태양(27) 씨가 지난해 육군 학사장교에 지원, 합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오씨가 병역을 회피할 목적으로 거부선언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씨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종교(불교)적 신념에 상관없이 군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평범한 젊은이였다. 그는 지난해 12월14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군대 가는 것보다는 직장 생활과 사회 단체 활동을 병행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병역특례 산업기능 요원 시험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지난 2월 '한겨레'가 마련한 인터넷 토론방에서 병역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의 수기를 읽고 나서부터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5일 오씨는 경향신문 보도와 관련, "학사장교 시험을 본 것은 2000년 11월말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나 역시 이왕 군 복무를 결심한 상황에서 좀더 좋은 조건에서 군 복무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험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가 '여호와의 증인' 수기를 보고 병역 자체를 거부할 것을 결정했다. 3월말에 합격 통지서를 받으면 입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발표 약 2주전 서울교대 학군단에 찾아가 자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육군3사관학교 입교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장교 복무 여부를 떠나서 합격 여부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입대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병역 회피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공군학사장교 출신의 예비역 신동환(32) 씨는 "병역 기피 심리는 사병으로서의 군 복무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다. 종교적 소신이 아니라 힘든 생활을 피하려는 불순한 의도에서 병역을 기피했다면, 어느 누가 장교 생활을 거부하겠는가? 장교 복무 기회를 마다하고 감옥행을 선택한 오씨의 처지는 역설적으로 그의 의도가 순수했음을 반증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 기자는 "신문사로 제보가 들어와서 병무청과 오태양 씨에게 각각 확인취재를 했다, 기사 원본에는 오씨의 반론이 많이 반영됐지만, 편집 과정에서 삭제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씨는 7일 오후 서울 동부경찰서에 출두,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게 된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5일자 경향신문 초판 보도 전문.

양심적 병역거부자‘軍회피 의도’논란

지난해 말 종교상 신념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오태양씨(27)가 지난해 육군 학사장교에 지원, 합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오씨가 병역을 회피할 목적으로 거부선언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병무청은 5일 “오씨가 2000년 가을 육군 학사장교 시험에 응시, 지난해 3월 최종 합격했다”며 “오씨는 그해 7월 육군3사관학교 입교를 앞두고 자진포기 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병무청 관계자는 “육군 학사장교에 지원한 경험이 있고 여러 이유를 들어 수차례 입영을 연기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오씨의 병역거부가 실제로는 병역회피 의도가 아닌지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씨는 “병역의무 이행에 관해 고민을 하던 중 학사장교 시험을 쳤고 합격자 통지 전인 지난해 2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기로 결심을 굳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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