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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교육감님 속이 뻔히 보입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한다'며 사실상 폐지 추진... 경기도교육청의 문제투성이 새 조례안

등록 2024.05.10 13:34수정 2024.05.1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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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0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서울특별시교육청, 인천광역시교육청, 충청북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충남, 서울에 이어 경기도교육청도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폐지를 예고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5월 2일,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제정안' 마련 토론회를 하겠다며 조례안도 함께 공개했다. '부칙'을 빼고 전체 5장 23조로 구성했다. "학교 구성원인 학생, 교직원, 보호자가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서로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경기도교육청은 설명했다.

그동안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려고 참 많은 정성을 들였다. 가장 눈에 드러나는 게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를 대신할 새로운 조례의 명칭이다. 처음에는 '학생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였는데 '경기도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바꾸었다가 다시 '경기도교육청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고쳤다. 왜 그랬을까.

임태희 교육감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를 직접 언급한 것은 2022년 7월 6일 교육감 취임 기자회견에서였다. 이날 임태희 교육감은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의 명칭과 시행 날짜를 틀리게 말했다. 나중에 경기도교육청 관계자가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만큼 학생인권 조례에 무관심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관련기사: 비판하더니... 학생인권조례 명칭 틀린 임태희 교육감 https://omn.kr/1zow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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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고 새로 만드는 조례의 명칭을 거듭 바꾸었다. ⓒ 임정훈

 
2010년 시행 당시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는 그 명칭과 내용에서 입법 취지가 분명했다. 존엄성을 지닌 주체로서, 학생이기 전에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기본권을 침해당하는 학생의 인권을 환기하고 이를 보장하려는 것이 의도였다.

그러나 2024년 5월 경기도교육청이 새로 마련한 조례안은 학생의 권리를 편협하게 축소하고 나아가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을 형식적으로 삽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모두의 인권을 희석시키는 꼴이 되었다.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을 내세워 궁극적으로는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는 데 이 조례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태희 교육감은 2023년 7월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을 강화하기 위해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전면 개정하겠다"라고 발표했다.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전면 개정 이유로 '교권 강화'를 명확히 한 것이다. 교권 침해가 학생인권 조례 탓이라는 세간의 그릇된 주장에 힘을 보탠 셈이다. 이 때 밝힌 새 조례의 명칭이 '학생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였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지난 2023년 9월 12일,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 조례 개정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명칭도 '경기도 학생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바꾸었다. '의안번호 714,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그것이다. 경기도교육감이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날짜가 2023년 10월 17일. 앞서 9월 20일부터 10월 10일까지 20일간 입법예고와 경기도민 의견수렴 절차도 거쳤다. 총 325건의 시민 의견이 학생인권 조례 개정을 반대했다. 제출 의견에 대한 검토 결과는 '불수용'.


신·구조문 대비표까지 공개했던 이 조례안은 2024년 1월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3년 11월 7일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에 회부된 이 조례안은 11월 27일 '계류'로 처리되었다. 교육기획위 논의에서 부결·무산되었기 때문이다. 2024년 5월 9일 현재까지도 경기도의회 인터넷 누리집에서 이 조례안은 '계류'로 확인된다.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자 경기도교육청은 2024년 5월 2일 '경기도교육청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라고 다시 고쳐 최종안이라며 재확정·발표하기에 이른다. '학생(인권)'에 주목하던 것에서 '학교 구성원' 끼리 권리와 책임을 나누어 맡으라는 명령으로 바꾸었다.

인권조례 폐지 아니라 제대로 된 인권교육 필요

이 과정에서 임태희 교육감의 발언과 진행 경과 등을 살펴보면 다음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 교권 강화를 위해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교권과 학생 인권의 대립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확인)하고 ▲ '경기도교육청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는 형식상 '학교 구성원' 모두의 권리와 책임을 보장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학생인권 조례 폐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 결국 학생인권 조례 폐지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하여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을 끼워 넣기 식으로 강제 동원한 조악하고 난삽한 '어중이떠중이 조례', '학교 구성원 각자도생 조례'라는 사실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새로운 조례안에 대해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와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와 관한 조례' 등 학교 현장에서 교육공동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학생, 교원, 학부모 모두를 포괄하는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제안했고 도교육청도 협력을 약속"하여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새 조례안은 6월 중 도의회 의결을 거쳐 7월 시행할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경기도에서 학생인권 조례는 2010년 전국 최초 제정 이후 14년 만에 폐지된다.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학생인권 조례 때문에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가짜뉴스'가 일으킨 나비효과가 학생인권 조례 폐지로 귀결되는 비극은 멈추어야 한다. 원래의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게 맞다. 교권 침해가 학생인권 조례 탓이라는 건, 학생이 교사의 적이라는 얘기다. 정말 그런가. 교사에게 필요한 건 교권이라는 권력이 아니다. 학생을 옴짝달싹 못하게 꽁꽁 묶어두라는 게 아니다. 교사라는 사람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것이 어째서 학생이라는 사람의 인권(조례)을 없애야 가능한가.

'인권조례 탓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권교육 필요하다', '더 제대로 적극적으로 인권교육을 해보자'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일까. '미운 풀이 죽으면 고운 풀도 죽는다'라고 했다.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 교육의 출발이자 정도임을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회는 알아야 한다. 시민의 인권을 폐지하는 민주주의는 없다.

악법 조항 수두룩한 새 조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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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지 학생인권 조례 폐지가 목적이고 기본적인 내용과 형식도 갖추지 못한 새 조례안 ⓒ 임정훈

     
새 조례안의 문제점을 조항별로 좀 더 살펴보자.

제3조(기본원칙) ② 학교구성원은 학교규칙(이하 '학칙'이라 한다)을 준수하며, 자신의 책임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 학교규칙은 '학교운영에 관한 사항'과 '학생생활에 관한 사항'으로 구분한다. 위에서 말하는 학교규칙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직접 관련된 '학생생활에 관한 사항'으로 이를 흔히 '교칙', '생활규정'으로 부른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9조(학교규칙의 기재사항 등)의 "7. 학생 포상, 징계, 교육목적상 필요한 지도 방법, 학업 중단 예방 및 학교 내 교육·연구활동 보호에 관한 사항 등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한 사항, 8. 학생자치활동의 조직 및 운영, 9. 학칙개정절차"가 여기에 해당한다. 학생의 두발, 복장, 화장, 신발, 휴대폰, 결석, 지각 등에 대한 것이다.

학생이 이를 어기면 어떤 처벌과 징계를 받는지 명시한다. 당연히 이는 학생에게만 적용된다. '학교구성원' 모두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례의 '기본원칙' 조항에서 "학교구성원은 학교규칙을 준수"하라는 것은 학생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을 마치 학교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되는 것처럼 속이고 있다. 결국 '교칙 준수'와 '책임 이행'을 학생에게만 강제하는 꼴이다. 학생인권 조례 폐지 의도가 제3조(기본원칙)에서 드러난다.

제4조(다른 조례와의 관계) ①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사항은 다른 조례에 우선하여 이 조례를 적용한다. ② 학교구성원에 관한 다른 조례나 규칙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는 이 조례의 목적과 기본원칙을 고려해야 한다.

→ ①항의 경우 "자치법규는 상위법령에 위반하는 규정을 둘 수 없으므로 다른 조례와의 관계에 관한 규정을 둘 때에는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제정되는 조례보다 우선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법령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다른 조례와의 관계에 관한 규정을 둘 때 주의하여야 한다"라는 법제처 가이드라인을 확인하지 않은 조항으로 보인다.

②항은 더 심각하다. "다른 조례의 제·개정 시 그 조례의 목적이나 이념에 맞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는 방식의 경우, 다른 조례와의 관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으로서 실제 법령 해석상 다른 조례와의 저촉 문제 등 의문을 일으킬 소지가 많으므로 피하도록 한다"라는 법제처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따르지 않았다. 또한 "다른 조례와의 관계에 관한 규정은 일반적으로 그 조례의 총칙 부분에 두되, 총칙 규정의 마지막 부분에 둔다"라는 지침 역시 어기고 있다. 제1장 총칙의 5개조 중 제4조에 다른 조례와의 관계 조항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지침 위반을 무릅쓰고 제4조에 독점적인 '다른 조례와의 관계'를 명시한 의도 역시 선명하다. 이 조례안을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 관련 조례의 둘도 없는 기준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 결과 제이 제삼의 학생인권 조례 등장은 물론 이를 보완·수정하는 다른 자치 법규의 입법 행위를 원천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악법이다.

기계적 균형, 형평성조차 안 갖추었다

제7조(학생의 권리와 책임), 제8조(교직원의 권리와 책임), 제9조(보호자의 권리와 책임)

→ 제2장 제7조, 제8조, 제9조는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조항별로 살펴보면, 제7조에서 학생의 권리와 책임 조항이 각각 10개, 제8조 교직원의 권리와 책임은 각각 7개 조항이고 제9조에서 보호자의 권리 조항 5개, 책임 조항 4개이다.

학생에게 가장 많은 권리와 책임을 부여한 반면, 교직원과 보호자는 그보다 '부족한' 권리와 책임을 부여받고 있다. 더욱이 보호자는 권리와 책임의 개수가 학생의 절반이거나 그에도 못 미친다. 균형이 맞지 않는다. 학생-교직원-보호자의 학교 구성원 별 권리와 책임의 기계적 균형, 형평성조차 안 갖추었다. 2023년 교육부에서 내놓았던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이 형식적으로나마 학생-교원-보호자 모두 각각 6개항의 권리와 책임 조항을 명시한 것과도 대비된다. 학생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너무 쉽게 들키고 만다.

권리와 책임의 개수로 보면 학생이 가장 많은 권리와 책임이 있고, 보호자가 가장 적은 권리와 책임을 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생에게 부여한 권리와 책임은 실제 학교에서는 무시하거나 보장하지 않는 것이 많다. 책임 조항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는 교칙에 따라 징계나 처벌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학교 구성원 중 가장 불리한 권리와 책임 조항이다. 학생의 권리와 책임이 아니라 학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재한 '학생 차별 조항'이다.

교직원이나 보호자의 경우에는 학생과 달리 해당 조항을 이행하지 않아도 직접적인 징계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선언적 의미에 가깝거나 이미 해온 것들이다. 결국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제7조, 제8조, 제9조는 형식상 공평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학생에게 가장 불리하고 위태롭다. 제7조 학생의 권리와 책임 조항을 만들기 위해 제8조(교직원)와 제9조(보호자)를 들러리 조항으로 끼워넣기 한 것이다. 학교 구성원 어느 누구도 온전히 존중받지 못한다.

'학생인권옹호관' 폐지, 인권 침해 구제 핵심 기능 제거

제14조(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심의위원회) ② 심의위원회는 20명 이내로 구성하되, 학생생활인성담당관은 당연직 위원이 된다.
제16조(권리구제 및 조치) ① 교육감은 교육활동 중 학생 및 교직원의 권리 침해에 대해 상담과 구제를 위하여 학생생활인성담당관을 임명한다.


→ 위 두 개 조항에서 보듯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에서 주목할 것 중 하나가 '학생인권옹호관' 제도의 폐지이다. '학생인권옹호관'을 지우고 '학생생활인성담당관'을 넣었다.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에서 학생인권 침해 구제의 핵심 기능이었던 학생인권옹호관 제도의 폐지는 학생인권 조례의 폐지를 실감케 하는 상징이다.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안'이 '학생인권 조례'의 폐지에 근거한 것임을 명확히 한 셈이다. 임태희 교육감이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기이한 소리를 아무리 되풀이해도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학생, 교직원, 보호자 모두를 아우른다는 조례안에서 "학생 및 교직원의 권리 침해에 대해 상담과 구제를" 담당하는 이의 명칭이 '학생생활인성담당관'이라는 것은 또 얼마나 우스꽝스럽고 편향적인가.

교원에게만 해당하는 특혜성 조항들

제18조(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제19조(교권보호지원센터의 설치 및 운영)

→ 위 두 개의 조항은 모두 학교 구성원 중 '교원'에게만 해당한다. 학생이나 보호자의 교육활동 보호, 학생-보호자 인권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내용은 조례안에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 이 조례안은 '교권 강화를 위해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우 심각한 불균형이다. 교원에게만 해당하는 특혜성 조항을 둔 것이다. 학생, 보호자, 교직원을 배제한 '기울어진 조례안'임을 여실히 입증한다. 이를 교원들이 마냥 반기고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역시 '교권 침해'이다. 더불어 제19조(교권보호지원센터의 설치 및 운영)와 별개로 이미 경기도교육청 관할 25개 교육지원청 별로는 '교권보호위원회'가 꾸려져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704명의 교권보호위원도 이미 위촉이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학생과 교직원, 보호자 등 다른 학교 구성원의 입장에서 보면 교원에게만 특혜에 특혜를 더한 조례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학생인권 조례-교권조례 모두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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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 조례 페지 반대 밝혔던 임태희 교육감 임태희 교육감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인권 조례 폐지에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 임정훈

 

부칙 제2조(다른 조례의 폐지) 다음 각 조례는 각각 폐지한다.
1.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2.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


→ 임태희 교육감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인권 조례 폐지에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를 "임태희의 소신"이라고 제목을 붙여 보도한 언론들도 있다.
 
교권보호를 내세워 학생인권이 대폭 축소돼서는 안 된다.(2023년 9월 6일, 경기도의회에서 이자형 도의원의 질문에 답변)

학생인권 조례는 유지돼야 한다.(2024년 1월 8일 자, 중앙일보 인터뷰)

개인적으로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2024년 4월 30일, 충남과 서울의 학생인권 조례 폐지에 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해야만 교육공동체가 발전한다고 하면 폐지가 답인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2024년 5월 2일, 경기도교육청 광교청사에서 기자간담회)
 
최근의 것들만 대략 확인해보아도 위와 같다. 그런데 새 조례안이 결국 학생인권 조례 폐지하는 것 아니냐고 기자들이 묻자 임태희 교육감은 "형식적으로 학생인권 조례는 자연 폐지되지만, 내용상으로는 통합 내지 통합 개편"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누가 들어도 이해 안 되는 말이다. 학생들에게도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았다.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도 험난한 과정을 거쳐 만든 것이다. 2012년부터 준비했으나 정권의 방해로 이루지 못하다가 1만 3000여 교사들의 서명으로 2020년 마침내 조례로 제정했다. 2023년에는 서이초 교사 사건의 안타까움을 담아 교권 조항을 보완하여 개정까지 했다. 이를 갑자기 폐지한다는 건 '교권 침해'다. 교사들의 애원과 고통스러운 요구로 만든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를 교육청과 의회가 일방적으로 하루아침에 짓밟아도 되는 것일까.

이러한 새 조례안이 들어선다 해도 "학교 구성원인 학생, 교직원, 보호자가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서로 존중하는 학교문화를 조성"하기는 어렵겠다. 오로지 학생인권 조례 폐지가 목적이고 기본적인 내용과 형식도 갖추지 못한 새 조례안에 그런 기대를 걸 수는 없다. 학교 구성원들끼리 권리와 책임의 '네 탓 공방'만 더 커질 우려도 지울 수 없다.

학생인권 조례 폐지는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다. 학교 폭력과는 다른 차원의 폭력이다. 무엇보다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의 학생인권 조례 폐지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학생들이 교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미래 유권자들이다.
#학생인권조례 #경기도교육청 #경기도의회 #교권 #임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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