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국회에서 곡기 끊은 노동자들

티브로드 해고노동자, 8월 30일부터 국회 앞 무기한 단식 돌입... "해고자 복직해야"

등록 2016.09.07 16:42수정 2016.09.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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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도 티브로드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에 태광측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노동당은 6일 오후 국회앞 티브로드 해고노동자 농성장 옆에서 정당연설회를 통해 지지의사를 분명히 했다. ⓒ 김용숙


밥을 굶고 있단다. 그것도 8일째다. 그나마 무더위는 어느 정도 가셨다지만 아직 한낮의 햇볕은 무척이나 따갑고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더해 여드레째 곡기를 끊으면서 얼굴은 창백하게 보였다.

힘에 겨운 듯 초가을에는 어울리지 않는 두툼한 옷을 차려입은 채 농성장 바닥에 힘겹게 누워있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지 얼굴은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이 그들이 처한 처지의 절박함을 더하고 있었다. 6일 오후 국회 앞에 마련된 티브로드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 모습이었다. 

연초에 부당해고 당한 티브로드 51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동안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원청인 티브로드 본사와 전주센터 앞에서 농성을 했다. 지난 6월 7일엔 두 사람이 한강대교에 올라 고공시위를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문제 해결에 아무런 진척이 없자 8월 30일부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해 있는 상황이다.

"티브로드 재허가 저지투쟁에 돌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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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낮 12시에 열린 기자회견 ⓒ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외침에 연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희망연대노조와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 등 노동·시민단체들은 이들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회가 1일로 214일째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티브로드 하청업체 설치·수리기사들의 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청업체에 단체교섭 의무를 지우도록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도 한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이들 단체들은 7일 낮 12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티브로드는 당장 해고자들을 일터로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월 설을 앞두고 쫓겨난 노동자들이 이제 곡기마저 끊은 채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자그마치 220일째다. 누구의 책임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누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가?"라고 되물으며 "원청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 하지마라. 태광자본-티브로드 원청이 '진짜 사장'이고, 바로 당신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계속해서 '티브로드에 묻는다'면서, "왜 51명의 선량한 노동자들이 목숨과도 같은 일터를 빼앗겨야 하나?", "적게는 수년, 많게는 20년씩 티브로드를 위해, 그리고 지역의 가입자들을 위해 위험을 마다치 않고 땀 흘려 일해 온 노동자들이 왜 하루아침에 해고자가 되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티브로드 사태는 미래부와 방통위의 직무유기가 초래한 결과"라면서, "다단계 하도급에 따른 고용불안은 유료방송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다. 노동현장에서는 벌써 몇 년째 해고사태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협력업체 고용문제는 가장 시급한 미디어 민생 현안"이라면서, "20대 국회는 다가오는 국정감사에 미래부, 방통위 책임자를 불러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유료방송시장의 고용불안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티브로드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 고용불안의 악순환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강력한 투쟁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티브로드가 끝내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버틴다면 언론미디어단체는 종편 재승인 반대투쟁에 준하는 범사회적인 '티브로드 재허가 저지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끝까지 투쟁해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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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로드 해고노동자들은 6일 오후 따가운 햇볕에서 아랑곳 하지 않고 국회 정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 추광규


티브로드 해고노동자들에게 태광의 외면만이 힘겨움의 전부가 아니다. 노동자들은 지난 3일 경찰이 농성장을 침탈했다며 5일 오전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 주말에 경찰은 농성장을 침탈했다, 특히 농성장을 지키는 인원이 별로 없는 시간을 틈타, 신고되지 않은 물품이라며 현수막과 피켓을 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국회 앞 인도는 신고 대상이 되지 않는 곳이고, 단식농성을 시작한 지난 8월 30일 경찰 관계자의 협조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바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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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3일) 경찰이 농성장의 일부 물품을 수거하면서 해고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희망연대노조 제공


이들은 계속해서 "올해 초 발생한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해고 사태가 218일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아, 우리는 지난 8월 30일 단식농성을 시작하였다"면서 "이미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이용자들은 티브로드에 수차례 해고자 복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청인 티브로드는 해고된 협력업체 노동자와 직접 고용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무시하였다"면서, "이에 우리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가족들의 걱정을 뒤로 한 채, 단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경과를 말했다. "우리의 요구는 단 하나"라면서, "해고된 조합원들이 하루라도 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이 정당하고 당연한 요구를 왜 곡기를 끊어서까지 외쳐야 합니까"라고 따져 물은 후, "직접 고용 관계가 없다고 해도 간접고용,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노동자들을 사용해온 티브로드가 이 사태의 원인임을 알고 있다. 결국 '진짜 사장' 티브로드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고자 복직과 고용보장 쟁취, 이 당연한 요구가 해결될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해고노동자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티브로드는 가입자 330만 명을 두고 있는 점유율 1위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다. 티브로드는 전국 77개의 사업권역 중 22개 권역에서 방송,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전화), MVNO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티브로드 #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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