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체결되면 농업 피해액 29조"

관련 보고서 24개 모두 비공개... "다음 정부서 차분히 검토해야"

등록 2012.07.02 21:53수정 2012.07.02 21:53
0
원고료로 응원
a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FTA 문제점과 대응방안 국회토론회에서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부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김동환


정부가 진행중인 한중FTA가 체결될 경우 농업 분야에서 15년에 걸쳐 29조의 피해액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시민사회 단체들과 이종걸, 박원석 의원실은 2일 오후 2시 30분부터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한중FTA 문제점과 대응방안 국회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토론회 참여자들은 한중FTA 졸속 추진을 막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다음 정권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밀실 통상' 심각... 한중FTA 보고서 24개, 공개된 건 없어 

이날 토론회에 나선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지금의 농산물 과세율을 절반으로 줄일 경우 연간 1조 956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15년간 감소될 농업생산액이 총 29조 원에 이른다.

장 부소장은 "한미FTA와 한-EU FTA로 인한 농업 피해액은 각각 12.2조 원과 2.6조 원"이라며 "한중FTA가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농민신문>을 통해 보도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를 근거로 이같이 추정했다"면서 "정부가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언론 보도를 인용했다"고 덧붙였다.

주제준 한국진보연대정책위원장은 농가에 치명적인 한중FTA의 영향력이 국민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유로 이명박 정부의 통상 독재를 꼽았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임기를 약 6개월 남겨두고 일곱 개 나라와 FTA를 진행 중이다.

주 위원장은 "외교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중국과의 FTA 1단계 협상을 12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FTA 1단계 협상에서는 어떤 산업을 FTA 안에 넣을 것인지를 확정한다. 주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FTA 말뚝을 박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FTA를 '속전속결'로 진행하기 위한 관련 연구 '입막음'도 지적됐다. 주 위원장은 "국책연구기관에서 만든 한중FTA 관련 연구보고서가 24개 있지만 단 한 개도 발표된 적은 없다"며 "이 보고서부터 공개하고 천천히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은 "비준권을 갖고 있는 국회가 철저하게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어떤 협상을 해왔고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24개 연구보고서에 대해서도 "금시초문"이라며 "보좌관들에게 보고서 이름부터 알아내고 관련 부처에 공개를 요청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은 "농산물 관세는 300~830%로 크지만 우리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IT 분야는 현행 관세가 0%라 얻을 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익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다음 정부로 넘기고, 국회 차원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차분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중FTA, 다음 정부에서 차분히 검토해야"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은 모두 '한중FTA는 다음 정부에서 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위한연구원장은 "지금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지금 원하는 것은 깊은 단계의 FTA가 아니다"라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 내수용 중소기업 관련한 내용은 빼자고 제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중FTA의 효과에 대해서는 토론자 사이에서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전체 교역량 중 중국과의 교역이 차지하는 양은 25%"라며 "제조업의 경우 중국보다 앞서있기 때문에 똑같이 관세를 내릴 경우 무역흑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규모 역수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70% 이상이 중간재이기 때문에 그 중간재를 사용해 만든 공산품이 한국으로 역수입될 경우 관련 산업의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의 경우 중국에서 200만 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이 경우 대 중국 수출효과보다는 완성차의 역수입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농산물의 대거 수입으로 인한 '먹거리 불안' 가능성도 거론됐다. 2005년에는 '멜라민 분유', 2008년에는 '기생충알 김치'가 문제가 됐고, 최근에는 중국산 썩은 고추가 국내 수입 과정에서 적발됐다. 오미예 iCOOP생협 소비자활동연합회장은 "소비자 입장에서 한중FTA 하면 가장 불안한 것이 먹을거리 문제"라며 "중국산 농산물이 들어왔을 때 국민 건강이 어떻게 될지가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FTA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4. 4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5. 5 미국 보고서에 담긴 한국... 이 중요한 내용 왜 외면했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