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불법기업 대표를 법 심판대에 세웠나

[기고] '태광그룹 비자금 제보자'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

등록 2011.01.06 18:37수정 2011.01.06 18:37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4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검찰에 출두한 데 이어, 6일 재소환됐다. 검찰이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에 나선 지 80여 일 만이다.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처음 검찰과 언론에 제보했던 박윤배 서울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이호진 회장 수사의 의미를 짚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말]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이 4일 피의자신분으로 서울서부지검으로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차명주식과 채권, 부동산, 유선방송 채널선정 사례비 등으로 최대 수천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해 사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캐물을 방침이다. ⓒ 연합뉴스



한국은 세계 12대 경제대국이며 한국인의 미래 생활금고인 국민연금은 약 260조 원으로 세계 4위의 저명한 투자기관이 되어 있다.

한국은 60~70년 재형저축 자본주의를 거쳐 30여 년 간 부동산투기 자본주의를 겪었으며, 1998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펀드 및 투자 자본주의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국민 약 1천 만 명이 펀드에 가입했고, 또 약 1천 만 명이 개인주식투자를 하고 있어 경제 활동 인구의 약 80%가 주식투자를 통해 생계와 노후대책 그리고 재산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일가의 '불법비리 백화점' 양상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 기업의 1대 주주 경영자 상당수가 회사 자산 수 천 억, 수 조 원을 간단없이 초등학생 자기 딸·아들에게 물려준다.

이는 명백한 주주 재산권 탈취요, 국가 세금 탈취임과 동시에 국가 법질서에 대한 무차별적 유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한다. 왜? 그렇게 해도 60여 년 동안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듯, 하루 삼시 세끼 밥 먹듯 그냥 하는 거다.

그것을 도와주는 최고의 로펌, 최고의 변호사가 있고 또 최고의 회계사, 최고의 세무사, 최고의 '아부꾼' 사장, 부사장, 전무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검찰 금융감독당국 등의 현직 관계자까지 나서서 1대 주주 경영자의 온갖 불법경영을 도와준다.

이로 인해 약 2천 만 일반 국민 소수 지분 투자자는 시작부터 매우 불리한 투자를 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 리스크는 북한이 아니라 재벌 지배구조"

지난 1월 5일자 <매일경제신문> 인터뷰에 응한 세계적 투자회사 프랭클린템플턴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글로벌 투자자 기준으로 한국의 리스크는 북한이 아닌 한국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라고 단언한다.

나는 최근 세 차례에 걸쳐 투자 유치를 위해 토론토 국제투자자회의와 뉴욕 월스트리트를 연달아 방문했다. 세계 2위 노르웨이 GPF와 5위 캘퍼스의 앤 심슨 팀장을 비롯해 세계적인 투자기관의 책임자들을 직접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거의 대부분 한국경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또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꼭 사족처럼 걱정을 달았는데, 다름 아닌 한국 1대 주주 경영자들의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로 인해 투자한 기업의 자산이 불법적으로 가족 회사로 이전되는 데 대한 우려와 또 그것이 현실화될 때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었다.

한국의 금융감독당국과 검찰 그리고 한국의 자산운용사나 기관투자자들이 전통적으로 이들 1대 주주 경영자들의 명백한 형법상 배임 및 횡령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거나 무심한 것도 큰 불만 사항이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고, 한국 코스닥시장의 사기꾼들은 금융감독당국과 검찰의 거북이 걸음을 틈타 약 20년간 뛰거나 날며 난장판을 연출하고 있다. 2010년 대대적인 상장폐쇄조치로 30여 개사가 한꺼번에 퇴출됐는데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을 쥐게 된 피해자의 피해 총액은 수 조 원에 달한다. 거의 대부분 횡령, 배임, 주가조작이다. 인기 연예인 상당수가 이 판에 끼어 든 지 오래다.

이에 대해 한국의 정당이나 정치권은 어떠한가? 과거 진보정권 노무현정부의 사회 양극화와 삼성에 취한 태도 등을 통해 비추어 볼 때 한국 정치권의 한국 경제, 한국 기업가들의 양태에 대한 이해는 참으로 낮다.

서민들은 피땀 흘려 모은 자산,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a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 해직 노조원들이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태광그룹의 편법 및 특혜 의혹과 국세청 직무유기에 대한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보수정당의 경우에도, 명색이 자본주의 옹호 색깔의 적자 정당이라면 한국자본주의 제도 자체를 위협하는 불법지배구조에 오히려 팔 걷어붙이고 나서야 하는데 참으로 인식의 수준이 너무 낮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벌 대기업의 상생 부족을 질타하며 상생을 촉구하는데, 삼성 이건희는 그 말씀의 메아리가 그치기도 전에 "그건 내가 20년 전부터 강조해 온 거다"라며 자신과 삼성이야말로 원조 상생주의자 그룹임을 강조한다. 도저히 말로선 맞닿을 곳이 없는 대기업 세상이 되어 있는 것이다.

진보 언론들과 진보 학자들 대부분은 주류 경제에 반대하는 이들이지, 그라운드에 있는 불법한 자들을 솎아내고 자본주의의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구체적인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한국 전통 지성인의 관심과 양식엔 "여전히 정치가 중심이고 경제는 좀"이란 무의식이 너무 강하다. 거의 반대 그 자체에서 자신의 존재 의의를 갖고 있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한국의 존경 1순위 안철수 교수는 교수지, 경제나 기업의 선수가 아니다. 그런 그의 최대 화두는 한국 경제 그라운드의 일선기업 지배구조다. 해설자와 코치는 많고 선수는 빈곤한 한국 경제 한국 기업 그라운드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의 경우도 그렇다. 그에게 만약 영국과 선진국에서 먼저 인기를 끈, 즉 다분히 사대주의적 레버리지가 없었다면 과연 현재의 인기를 얻는 게 가능했을까?

사정이 이러하다면, 도대체 한국의 서민과 중산층은 피땀 흘려 벌어 모은 자산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나? 어디에 본인의 노후와 가정의 미래 희망을 걸 수 있나? 이미 흘러간 옛 노래가 되어버린 재산 형성 저축과 부동산 투기 자본주의로 한국 경제가 돌아갈 일도 없지 않은가?

1대 주주 경영자가 불법지배구조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의 초등학생 딸과 아들에게 수 천 억, 수 조 원을 뭉텅뭉텅 떠넘길 때, 도대체 그 회사에 투자한 서민과 중산층 투자자의 가정과 노후는 어떻게 되나? 그 초라하고 풍비박산의 절망을 그대로 놔둔 채 과연 한국자본주의는 계속 희망의 행진을 계속 할 수 있나?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검찰 출두의 의미

그런 면에서 '60년 불법지배구조 은둔'의 기업 태광그룹 이호진 일가에 대한 이번 검찰수사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서울인베스트는 태광그룹 주식 단 두 주만을 가지고 약 2년 이상 이 싸움을 준비하고 지속해왔다. 그동안 치른 비용만 자그마치 십 억 원대에 이른다. 그리고 드디어 수 조 원 대 불법을 저지른 혐의의 주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 포토라인에 세웠다.

이는 물론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나 시작치곤 매우 힘차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저 철옹성 은둔의 불법비리 가족기업 대표 이호진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었나? 한국자본주의를 믿는 시장과 여론 그리고 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떨 땐 말라비틀어진 개뼈다귀인 듯하다가도 이처럼 강력한 핵폭탄급 위력으로 살아 돌아왔다.

난 이번 기회가 태광그룹이 소수 주주의 권리를 소중하게 여기고 국가징세권 및 관련 법을 준수하는 모범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그러나 태광그룹 이호진 일가는 예전에도 그래왔듯 지금도 여전하다. 그룹의 불법 행태가 온 나라에 퍼진 상태에서 종합편성채널을 신청해 지켜보는 이 모두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국가대표 불법기업'이 '국가대표 언론'을 하겠다니 누가 보아도 아직 제정신이 아니다.

a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불법 세습 등 비리 의혹을 제보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먼트 대표 ⓒ 김시연


그러나 서울인베스트는 국내 최초로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성사시켰으며, 코스닥 사기경영자 전원을 구속시킨 바 있다. 태광 불법 경영 이호진 일가도 마찬가지다. 그가 아무리 북한 김정일 방식으로 불법의 포탄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해도 서울인베스트의 배후엔 한국의 투자자본주의 발전을 기대하는 시장의 확고한 선택이 있다. 서울인베스트는 2천 만 일반 국민의 투자활동이 보다 안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

서울인베스트는 단 한 대의 스마트폰, 단 한 쪽의 피나자 통닭도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서울인베스트는 대한민국 2천 만 투자자와 한국 주식시장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의 정당한 '재산권 보호'를 만든다.

세계 제일의 부자 버크셔 헤더웨이 워렌 버핏은 입만 열면 공자님 비슷한 말씀을 한다. 부자 감세를 맹비난하며 강력한 금융규제를 주창한다. 그는 그렇게 해서 시장의 강력한 신뢰를 얻는다. 그리고 그 신뢰를 기반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다시 그 영향력과 투자금으로 투자를 해 돈을 번다.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쓴 록펠러라는 사람이 있는 게 미국인데, 이 사람은 정승 비슷한 지점에서 사업을 하며 번 세계 최고의 거금 약 60조 원 전 재산을 사회 환원해 정승처럼 쓰는 일도 잘 한다.

태광 불법지배구조 개선 사건과 집단소송 승소 이후 서울인베스트에는 수많은 사업 제안이 들어온다. 서울인베스트는 이제 막 돈 벌이 선수들이 뛰는 시장, 그 그라운드에 이제 겨우 초보선수로 입장을 한 셈이다. 한국의 1대 주주 경영자의 불법기업지배구조를 상대로  2천 만 소수 주주의 정당한 재산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한국의 1대 주주 불법 경영자들은 공산주의가 아닌 자본주의에 떨어야 한다.

"한국은 이상하고 특별한 나라다!"
#태광그룹 #이호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AD

AD

AD

인기기사

  1. 1 대통령 온다고 수억 쏟아붓고 다시 뜯어낸 바닥, 이게 관행?
  2. 2 "물 닿으면 피부 발진, 고름... 세종보 선착장 문 닫았다"
  3. 3 채상병 재투표도 부결...해병예비역 "여당 너네가 보수냐"
  4. 4 '질문금지'도 아니었는데, 대통령과 김치찌개만 먹은 기자들
  5. 5 "쓰러져도 괜찮으니..." 얼차려 도중 군인이 죽는 진짜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