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잔치' 종편 선정 관전 포인트 3가지

종편 '마무리'? 방통위 뒤흔들 후폭풍 예고

등록 2010.12.30 09:07수정 2010.12.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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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 TFT 구성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 유성호


종합편성채널(종편) 심사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애초 30일 오후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사업자(PP)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심사위원회 요청으로 31일 오전으로 하루 늦췄다.

"너나 잘해!" vs. "마무리!"... 방통위원들 뼈있는 건배사

"올해 대미를 장식할 작업이 진행 중이다. 조금 전 소식이 왔는데 내일 발표를 하루 늦추기로 했다. 심사위원들이 오늘 청문회를 마쳐 내일 하루 더 고민하고 모레 오전에 발표하기로 했다. 여러분 방송·신문 제작에 참고해 달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발표 예정일을 하루 앞둔 29일 저녁 광화문 방통위 15층 식당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회 자리에서 연기 소식을 깜짝 발표했다. 결국 이날 양평에서 청문회를 마치고 돌아온 '종편 신청 언론사' 기자들은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최 위원장의 '폭탄주'를 받아야 했다.   

이날 야당 추천 이경자 부위원장은 건배사로 '너나 잘해'(너와 나의 잘 나가는 새해를 위하여)를 외치며 '상생'을 강조했고, 정부·여당 추천 형태근 상임위원은 '마무리'(마음먹은 대로 무슨 일이든지 이루자)로 화답했다. 지난 1년 종편 사업자 선정을 놓고 옥신각신한 여야 추천 위원들 모습을 되돌아볼 때 '뼈있는' 건배사였다.

과연 현 정부는 '마음먹은 대로' 종편 사업자 선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그 결과가 이병기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 14명 손에 온전히 달렸다고 믿는 언론사는 많지 않다. 그들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청와대와 방통위에서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종편 사업자 발표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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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0월 11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에서 종편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뒷줄에 종편 선정 작업을 총괄해온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뒷줄 왼쪽 첫번째)이 배석해 있다. ⓒ 남소연


[종편 숫자] 시장 요구는 1곳... 방통위의 '정치적 선택'은?


"독자들이 종편 기사엔 거의 관심이 없는데 시청료 얘기만 나오면 많이 읽는다."

한 방통위 출입기자의 한숨이다. 이렇듯 종편이 일반 독자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유는 '조중동'을 비롯해 매경·한경·태광그룹 등 보수 언론사와 대기업이 경쟁하며 '그들만의 잔치'가 돼버린 탓이다. 그나마 시청자들이 종편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KBS 시청료를 올리는 의도가 KBS 2TV 광고를 줄여 종편 사업자들 '먹을거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2009년 7월 미디어법 날치기를 통해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대기업의 방송 소유 문턱을 낮추면서 꺼내 든 카드가 '종편'이다. 애초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을 만들고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그간 여러 '정치적 고려'를 거치며 퇴색됐다. 사업자 숫자를 미리 정하는 '비교평가' 방식 대신 일정 점수가 넘는 모든 사업자를 선정하는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한 것부터 그렇다.

현재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른 TV 광고 시장 규모를 봤을 때 종편 사업자는 1군데 정도가 적당하다는 게 대다수 미디어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문제는 '조중동'을 비롯한 유력 언론사들이 모두 종편에 사활을 건 상황에서 정부가 어느 한 곳 손만 들어줬다간 후유증이 심각할 게 뻔하다는 점이었다. 결국 '절대평가'를 도입한 것부터가 정치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최시중 위원장이 헌재 미디어법 부작위 소송 기각 결정 직후인 지난달 26일 출입기자들 앞에서 종편 절대평가에 대해 "시장 상황은 참여자 책임"이라면서 "시장 상황 봐서 안 되면 그중 몇몇이 합치면 되고 시장에서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밝혀 다수 사업자 선정에 따른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31일 심사 결과 발표 때 최대 관심사는 종편 사업자가 몇 군데 선정되느냐다. 현재 종편은 조선일보(CSTV), 중앙일보(jTBC), 동아일보(채널에이), 매경(MBS), 한경(HUB), 태광산업(CUN) 등 6곳이 신청했다.

심사위원들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댈 경우 대다수 사업자들 바람대로 단 1곳만 선정되거나 극단적으로 모두 탈락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전망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절대평가 특성상 과락 등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2개 이상 다수 사업자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고 많게는 3곳에서 4곳, 심지어 5곳 이상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관심은 오히려 누가 탈락하느냐에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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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종편 컨소시엄이 1일 오전 종편 신청 접수를 위해 캐비닛 9개에 제출 서류를 담아 운반하고 있다. ⓒ 김시연


[탈락자] '조중동' 가운데 탈락자 생길까?... 태광 향배는?

여기에도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난무한다. 현 정부에 미칠 타격을 감안할 때 '조중동'은 모두 안고 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오히려 '조중동'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한 군데 정도를 탈락시키는 대신 홈쇼핑 채널이나 기존 방송사 인수 같은 '당근'으로 달래지 않겠느냐는 '밀거래설'도 나오고 있다. 어떤 시나리오든 방송의 공적 책임이나 공정성, 방송프로그램 기획·편성·제작 능력 등 방통위가 앞세운 심사 기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또 한 가지 관심은 태광산업이 최대 주주인 '케이블연합종편채널'의 선정 여부다. 국내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인 티브로드를 비롯해 다수 방송채널사업자(PP)들이 주주로 참여해 방송 제작 능력이나 납입자본금 규모 등 재정-기술적 능력에서 다른 경쟁자들보다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연합 최대주주인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일가는 현재 검찰에서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데다 과거 흥국생명 등 계열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의 큰 반발을 사 사무금융연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에서 '조중동' 못지않은 반대 여론에 직면해 있다. 결국 심사 과정에서 '경영의 투명성'이나 '방송의 공적 책임' 등을 들어 큰 감점 요인이 될 수도 있고 이는 다른 경쟁 사업자들 심사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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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위원장 정용건)이 지난 7일 오전 11시 광화문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태광그룹 종편 진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시연


[후폭풍] 시민단체 반발-심사 공정성 논란 불가피

하지만 종편 언론사가 몇 군데 선정되느냐, 어디 어디가 탈락하느냐보다 더 큰 문제는 종편 사업자 선정이 앞으로 국내 미디어 환경에 미칠 영향이다. 종편 심사 결과가 발표되는 31일 오전 방통위 앞에선 종편 선정 규탄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에 따른 위법성과 '의무 재전송', '황금 채널' 등 각종 특혜를 들어 종편 선정을 반대해온 미디어행동뿐 아니라 '태광 종편'을 막으려는 사무금융연맹과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새롭게 참여한다. 방통위가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종편을 의식해 의료기관과 전문의약품 TV 방송 광고까지 허용하는 안을 제시한 것이 종편 반대 여론을 더 키운 것이다.

방통위에서 종편 사업자 선정을 마친다고 해서 이러한 시민단체의 반대 여론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더구나 심사위원장인 이병기 서울대 교수의 '박근혜 싱크탱크(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참여 등 부적절한 행보와 탈락 언론사들의 반발이 겹쳐질 경우 심사 공정성을 놓고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선정된 종편 사업자들 또한 낮은 번호대 '황금 채널'과 광고 규제 완화 등 온갖 특혜를 계속 요구할 것이고 이에 기존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사업자들도 '제몫 찾기'에 나서면서 방통위는 안팎에서 시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시중 위원장은 종편 심사가 시작된 지난 23일 심사위원 구성을 발표하면서 "나중에 거기(심사위원 결격사유)에 대한 평가도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종편 선정 과정을 기록한 백서도 만들어 평가를 받겠다는 뜻도 밝혔다.

결국 오는 31일 종편 사업자 선정은 현 정부와 방통위가 마음먹은 대로 이루는 '마무리'가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본격적인 싸움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내년 3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1기 방통위원들 역시 그 후폭풍에선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종편 #조중동 #태광그룹 #방통위 #최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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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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