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접수 막전막후... <동아> "우리도 1등 예상"

[현장] '조중동' 경쟁에 매경-한경-태광 '변수'

등록 2010.12.01 22:15수정 2010.12.0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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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사업자 승인 신청 접수 마감날인 1일 오후 언론사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 김시연


"KBS는 괜찮은데, (경쟁사인) OO방송 카메라는 뺐어야 되는 거 아냐?"

1일 오후 종편 신청을 마친 한 언론사 기자는 경쟁사들의 취재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실제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접수 마감 날인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14층 대강당 앞에선 이른바 '준비 언론사' 기자들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특히 일부 기자들은 경쟁 사업자를 상대로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리는 한편, 자사 관계자들의 인터뷰는 막으며 정보 유출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급기야 방통위에서는 이날 오후부터 간단한 사진 촬영만 허용하고 서류 접수 절차 진행 중에는 취재진을 모두 접수장 바깥으로 몰아냈다.

종편 신청 서류 '물량 공세'... 자본금-주주 구성은 '영업 비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5개 언론사와 태광그룹이 주도하는 케이블연합 등 6개 종편 준비 사업자들은 서류 접수에도 '눈치 작전'을 펼쳤다. 방통위는 절대 평가를 통해 총점 80%가 넘는 사업자를 모두 선정할 계획이어서 순위 경쟁은 무의미하지만, TV 광고 시장 여건상 수용 가능한 종편 사업자는 1~2개 정도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사업자들은 접수 서류 분량으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날 오전 10시쯤 종편 사업자 가운데 가장 먼저 접수한 매일경제 컨소시엄은 사업계획서와 부속서류 등 14만5천 쪽 분량에 달하는 책자를 캐비닛 9개에 나눠 싣고 왔다. 조선일보 역시 중형 철제 캐비닛 9개에 담은 서류들을 제출해 분량으로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중앙일보는 캐비닛 대신 25개의 종이 상자에 서류를 담아와 차별화하기도 했다. 

반면 오후 2시쯤 접수장에 나타난 동아일보 컨소시엄은 사본이나 부속서류 제출을 오는 8일로 미루고 사업계획서 원본을 담은 캐비닛 2개만 제출했다. 태광그룹이 주도하는 케이블연합과 한국경제 역시 대형 캐비닛 2~3개 분량으로 비교적 간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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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종편 컨소시엄이 1일 오전 종편 신청 접수를 위해 캐비닛 9개에 제출 서류를 담아 운반하고 있다. ⓒ 김시연


'조중동' 서로 "우리가 1등"... 언론 노출은 꺼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조선, 중앙, 동아 3사는 경쟁사들을 의식해 언론 노출을 극히 꺼렸다. 특히 동아일보 컨소시엄은 '채널에이(가칭)'란 신청 법인 이름조차 가리기에 급급했다. 김차수 동아일보 방송사업본부장은 주주 구성이나 자본금 규모는 '영업 비밀'이라며 "기사로 밝히겠다"며 발을 뺐다.

다만 김 본부장은 "우리도 1등을 예상한다, 기준이 엄격해서 하나만 될 것 같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전날 홍석현 JMnet(중앙미디어네트워크) 중앙일보 회장이 "중앙일보 종편이 1등으로 통과할 자신이 있다"고 밝힌 것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중앙일보는 30일 지난 1980년 신군부 언론통폐합으로 사라진 TBC(동양방송) 종방 30년 행사를 크게 열어 종편 진출 의지를 다졌다. 중앙일보 종편의 영문명을 'jTBC'로 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날 서류 접수를 마친 남선현 JMnet 대표 역시 "종합 미디어 네트워크를 향한 열정과 염원을 담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조선일보 관계자들은 아예 기자들 질문에 일절 응답하지 않았다. 채널 명칭을 '조선' 영문 이니셜을 딴 'CSTV'로 정한 조선일보는 1일 아침 신문에서 해외 25개국 54개 미디어기업, 국내 490여 개 기업 기관과 제휴를 맺었다며 '세'를 과시한 게 전부였다.

반면 채널 이름을 '한국매일방송(MBS)'로 정한 매경과 'HUB'로 정한 한경은 미리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언론 홍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양원 매경종편TV설립추진위 실무팀장은 "지난해 5월부터 종편을 준비해왔고 지난 3주 동안 사업계획서를 만들려고 매일 밤 12시를 넘겨가며 준비했다"면서 "열심히 준비한 만큼 사업자 선정 가능성은 높게 본다"고 자신감을 밝혔다.

이희주 한경 기획실장은 "HUB는 '한경 유비쿼터스 브로드캐스팅'의 약자"라면서 "콘텐츠의 허브가 되겠다"는 짧은 소감만 밝혔다.

케이블연합 "태광그룹 검찰 수사, 심사 영향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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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이 최대주주인 케이블연합종합편성채널이 1일 오후 방통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다. ⓒ 김시연


이날 가장 관심을 끈 건 역시 태광그룹 모기업인 태광산업이 최대주주(40%)인 케이블연합이었다. 이호진 회장 일가가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도 태광그룹은 계열사인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티브로드와 케이블 SO,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을 모아 종편에 도전장을 냈다.

채널 이름을 'CUN(콘텐츠연합네트워크)'으로 정한 케이블연합은 종편 준비 사업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4500억 원대 자본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CUN 편성책임자(전무)로 영입된 성기현 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이날 종편 접수를 마친 뒤 "다른 사업자들보다 케이블 플랫폼을 가장 잘 알고 고품질 콘텐츠 제공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자본금도 강점이고 소유와 경영, 편성을 분리하는 장치를 마련해 다른 언론사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비자금 수사 영향과 관련해서도 성 전무는 "(태광 수사와 관련) 아직 확정된 게 없고 대주주와 CUN은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이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라면서 "제안서에도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안이 담겨져 있다"고 밝혔다.

종편 경쟁에 묻히긴 했지만 보도전문채널 경쟁도 치열했다. 이날 오후 CBS가 최대주주인 '굿뉴스'를 시작으로 머니투데이 '엠티뉴스(MTNews)', 서울신문 '서울뉴스(SNN)', 연합뉴스 '연합TV', 헤럴드미디어  'HTV' 등 5개 사업자가 차례차례 신청을 마쳤다.

종편 사업자들에 비해서 준비 서류가 캐비닛 2~3대 분량으로 간소했던 반면 보도자료 배포는 적극적이었다. 특히 머니투데이는 이날 사업자들 중 유일하게 자본금 규모(600억 원)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 불매 운동"... "주주 구성 공개 안해"

이날 종편 준비사업자들은 "열린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겠다"(중앙), "품격 있는 공정한 방송, 시청자 선택권을 높이는 유익한 방송을 만들겠다"(동아)며 시청자들을 의식한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들 보수 언론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박영선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국장은 "보수 언론 일색인 종편 사업자들이 등장할 경우 여론 다양성이 사라져 획일화되고 보수 중심의 언론이 판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면서 "공영방송들도 더 선정적이고 보수화돼 언론 민주화는 죽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지어 보도전문채널을 준비하는 홍선근 머니투데이 대표 역시 이날 보도자료에서 보수 일색의 종편 사업자들을 의식한 듯 "주장이나 이념이 사실보다 앞서는 방송이 많이 있다"면서 "우리는 사실 앞에 겸손한 방송이라는 기치로 사회적 갈등을 확산시키기보다 사회 통합의 따뜻한 뉴스로 우리 대한민국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때 새로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종편 사업자 선정을 반대해온 언론시민단체들도 종편 컨소시엄의 구체적인 면면이 드러남에 따라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아침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은 "종편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 승인 신청은 위헌·위법"이라면서 종편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을 상대로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종편 사업자들뿐 아니라 방통위도 이날 각 컨소시엄 최대 주주만 공개했을 뿐 자본금 규모와 구체적인 주주 구성은 일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방통위는 이달 중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빠르면 올해 안으로 최종 승인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종편 #조중동 방송 #태광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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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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