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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대구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추모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정부에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대구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추모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정부에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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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대구 피해자모임에서 다른 피해자들에게 항상 친절했고 본인이 경험한 모든 것을 알려주며 위로를 하던 분이었습니다. 그녀의 내면에는 늘 지옥과 같은 집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대구시장님, 제발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녀가 이 자리에서 외치던 울부짖음이었습니다..."

지난 1일 "빚으로만 살아갈 수가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삶을 마감한 전세사기 대구 피해자를 추모하는 추모제가 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렸다.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 대구대책위, 전세사기대구피해자모임,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등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피해자들과 정의당, 진보당 등 정당관계자들이 검은 옷을 입고 나와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17일부터 이곳에 설치된 '대구 전세사기 피해자 추모분향소'에도 길을 가던 많은 시민들이 흰 국화꽃을 놓고 추모하면서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이런 피해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랐다.  

피해자의 한 친구는 '보고 싶다. 내 친구, 나중에 만나자'는 추모글을 남긴 후 한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았다.

참가자들은 '세입자로서, 시민으로서 당신을 추모합니다', '피해자 살리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라!', '전세사기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는 손피켓을 들고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으며 추모했다.
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제에서 한 참가자가 촛불을 들고 있다.
 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제에서 한 참가자가 촛불을 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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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정태운 전세사기 대구피해자모임 대표는 "그녀는 1일 세상을 떠났지만 저는 3일 알게 되었다"며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많았다. 그렇게 떠난 그녀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죄송했다"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사기를 당한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인천에서 피해자들을 만나고 전국의 피해자들과 사례를 상담하면서 '이건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구나'. 제도가 정말 잘못됐다"며 "전세사기는 단순사기가 아니라 사회적 재난"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피해자들을 위해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피해자를 우선시하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다"며 "더 이상 전세 사기로 인해 어느 누구도 삶을 포기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피해자들을 지지해주고 관심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고인은 대구시장에게 만나달라고 요구했었고 구청장에게 만나달라고 요구했다"며 "하지만 그 소원은 고인이 되고서야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피해자들이 대구를 떠나지 않고 대구에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치와 행정이 해야 할 역할 아닌가"라며 "고인의 안타까운 희생이 희망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될 숙제"라고 강조했다.

"가해자인 임대인의 재산을 몰수하고 제대로 처벌해야"
 
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제에 앞서 지난 1일 삶을 마감한 희생자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1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제에 앞서 지난 1일 삶을 마감한 희생자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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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 위원장은 "누구에게나 삶의 안식처가 되어야 할 그 집이 감당할 수조차 없는 무거운 짐이 되었다"며 "그 집이 이제 피해자들에게는 지옥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미추홀구에서 첫 번째로 희생된 분은 '국가가 해주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는 유서를 남겼고 대구에서 돌아가신 여덟 번째 희생자는 "힘 없으면 죽어나가야만 하나요'라는 유서를 남겼다"면서 "잘못된 제도와 전세 사기를 방치한 국가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고인과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피해자는 편지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 이후 저의 일상은 완전히 망가졌고 이제는 사람을 믿을 수도, 약이 없으면 잠을 잘 수도 없다"면서 "가해자인 임대인의 재산을 몰수하고 제대로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특히 전세시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은 절대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임에도 전세사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만나주지 않았다"며 "이게 과연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한편 전세사기 대구피해자모임과 정의당 대구시당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17일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을 만나 남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호소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조 청장은 "피해자들을 찾아서 최대한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그:#전세사기, #전세사기피해자, #희생자, #분향소,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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