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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 손녀 콩콩이 34개월째였다. 날씨도 춥고 마땅히 갈 곳도 없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찾았던 곳이다. 그곳은 백화점 문화센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조금은 위축돼 보였다. 아무래도 엄마들에 비해 할아버지의 순발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아는 모양이다.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가 있어야 기가 산다고 했는데….

시작과 동시에 달려들었다. 뛰고 뒹굴고 깜짝 놀랐다. 저런 적극성이 있었나.
▲ 콩콩이 시작과 동시에 달려들었다. 뛰고 뒹굴고 깜짝 놀랐다. 저런 적극성이 있었나.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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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니다. 선생님께 인사하는 시간, 앞으로 달려 나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인사를 한 뒤 되돌아오는 순서다. 콩콩이가 힘차게 달려 나간다. 그리고 선생님과 손바닥을 마주치고 정중히 인사를 드렸다. 되돌아오는 모습이 개선장군이나 되는 듯 의기양양하다. 보름달같이 둥그런 얼굴에 웃음을 함빡 머금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다음 차례는 몸풀기, 준비운동이다. 폴짝폴짝 뛰면서 박수 치기다. 맨 먼저 앞으로 달려간 콩콩이 잘도 뛴다. '집 안에서 저렇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을 하니 괜스레 마음이 아프다. 층간 소음 때문에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면 주택 구조가 잘못된 것이다. 자칫 아래층에서 쫓아올까봐 걱정이 돼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쉿!" 하고 입부터 막았다.

다음은 선생님 눈 맞추고 안아주기 차례. 한 바퀴 돌면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공중으로 부양을 시켜준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눈맞춤이야 별것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은 남이 자신을 알아주는 것이라고 했던가.

네모 상자를 머리에 이고 다닌다. 또, 주먹으로 때리가도 하면서 마음껏 뛰어 논다. 집 안에서도 마음껏 놀 수만 있다면....
▲ 네모 인식 네모 상자를 머리에 이고 다닌다. 또, 주먹으로 때리가도 하면서 마음껏 뛰어 논다. 집 안에서도 마음껏 놀 수만 있다면....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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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공부는 네모, 동그라미, 세모 인식 하기. 요즈음은 그림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게임으로 배운다. 네모 블록 위를 걷기도 하고 손으로 때리며 서 도형을 익힌다. 징검다리처럼 만들어놓고 그 위를 걸어 다니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네모 기구를 끌고 다니거나 밀면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논다.

콩콩이가 네모 인식하기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밀고 다니기도 하고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고 나오기도 하면서 즐겁게 놀고 있다.
▲ 네모 상자놀이 콩콩이가 네모 인식하기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밀고 다니기도 하고 상자 속으로 들어갔다고 나오기도 하면서 즐겁게 놀고 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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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모 상자를 통과해 기어 나오기가 이어진다. 몸보다 작은 상자 속으로 머리부터 넣는다. 배, 다리 순서로 넣은 뒤 빠져나온다. 함께하는 운동이라 어른들도 재미있어 한다. 몇 번 반복하면서 운동도 하고, 도형도 익히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즐거우면 그만이다. 속이 없어진다. 동심의 세계로 빠져든다.

마지막으로 정리하기다. 남의 도움없이 스스로 정리하는 방법을 익힌다. 모든 도구, 기구는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것. 실천하는 게 어렵다. 귀찮더라도 스스로 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선생님은 '스스로 정리하기'를 강조한다. 또다시 결심, 반드시 우리 아이 스스로 정리하게 해야겠다.

피날레는 콩콩이가 기다리고 기다리는 '비타민을 주세요' 시간. 누가 시키지도 않는 데 줄을 선다. 선생님이 비타민을 나눠주고 손에 도장을 찍어준다. "참 잘했어요" 도장이다. 양쪽 손 그리고 발에까지 도장을 받아왔다. 이날 콩콩이는 종일 기분이 좋았다.

▲ 콩콩 뛰는 콩콩이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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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육아일기, #히부지의 육아일기, #콩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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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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