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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의 길 따라가기

'광부의 길' 표지판에 있는 탄광 사진
 '광부의 길' 표지판에 있는 탄광 사진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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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까지만 해도 영월에는 잘 나가던 탄광촌이 많았다. 옥동광업소 역시 그 중 하나다. 광부의 길은 모운동에서 옥동광업소를 지나 납석광업소까지 이어진다. 그러므로 광부의 길은 광산이 호황일 때 광부들이 걸어 다니던 길이었다. 그러나 1989년 옥동광업소가 폐광되면서 이 길은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다. 그 길을 이제는 우리 같은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길은 차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잘 나 있다. 이 길을 서로 연결하고 표지판도 붙이고 이름도 산꼬라데이길로 부르면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산꼬라데이길은 차를 타고 다니기보다는 그냥 두발로 걷는 것이 좋다. 경치와 사연을 동시에 듣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시간여유를 갖고 천천히 걷는 것이 운치 있다. 산골마을의 속내를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광부의 길은 3.3㎞로,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동발제작소
 동발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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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의 길을 따라가다 처음 만나는 구조물이 동발제작소다. 그런데 건물의 벽만 남아 있고, 기계시설은 없다. 동발이란 갱도가 무너지지 않게 받치는 나무기둥을 말한다. 처음에는 나무기둥을 사용했으나 나중에는 나무를 구하기 어려워 콘크리트로 기둥을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갱도에서 나는 사고의 60%가 이 동발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났다고 한다. 조금 더 걸어가니 샘도 보인다. 광부들이 목이 마르면 목을 축이기도 했을 것이다.

광부의 길은 산의 7부 능선을 깎아 만들었다. 그러므로 길 아래로는 경사가 급한 편이다. 중간에 삭도시설을 또 만날 수 있다. 생산된 석탄을 산 아래로 내려 보내기 위한 장치다. 삭도시설은 주문1리까지 이어진다. 여기서 이삼 분을 가면 산꼬라데이길의 명물 황금폭포가 나온다. 황금폭포는 떨어지는 물색이 황금빛을 띠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황금폭포가 이런 곳에 있다니...

광부의 길에서 만난 황금폭포
 광부의 길에서 만난 황금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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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폭포는 인위적으로 만든 인공폭포다. 옥동광산이 폐광되면서 갱도에서 물이 흘러나오게 되었고, 이 물을 암벽 위로 끌어와 떨어지게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물이 암벽 위까지 오도록 길만 내주었고, 물이 위치에너지 때문에 자연스럽게 암벽 위로 떨어져 멋진 폭포를 이루게 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보러 황금폭포 전망대로 올라간다. 전망대는 언덕 위에 나무 데크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골짜기 왼쪽으로 얼어붙은 황금폭포가 보인다. 갱도에서 나온 물의 철분이 수로에 침착되어 붉은빛을 띠고, 그 물이 얼어붙으면서 얼음이 연한 황금색을 띠는 것이다. 철분이 섞인 약수터 주변 암석과 수로의 색이 붉은 색을 띠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곳 안내판에는 계곡이 그랜드 캐니언을 연상시키고 황금색 얼음벽이 장관을 이룬다고 적혀 있다. 장관 정도는 아니고 볼만 하다.

광부와 갱차를 표현한 예술작품 '휴식'
 광부와 갱차를 표현한 예술작품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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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폭포를 보고 내려오면 자연스럽게 이곳에 만들어진 광부와 갱차를 만나게 된다. 이것은 이희경 작가가 만든 예술작품이다. 작품명이 '휴식'으로, 갱차를 옆에 두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다. 산업역군으로 일하던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아! 그런데 광부의 모습이 박정희 대통령의 얼굴을 닮았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걸까 아니면 우연일까?    

갱구와 목욕탕

여기서 길모퉁이를 돌자 저 멀리 탄 더미가 밀려 내려온 광산이 보인다. 그곳이 옥동광산이다. 길을 따라 좀 더 가자 옥동광업소 주변으로 비교적 넓은 공터가 나온다. 여기서 광부의 길은 왼쪽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우리는 옥동광업소의 실체를 보러 갱도 입구로 간다. 이곳이 산촌이어서 주변에 눈이 쌓여 있다. 갱도 쪽으로 좀 더 가까이 가자 건물이 하나 보인다. 광업소 목욕탕이다.

옥동광업소 목욕탕
 옥동광업소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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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은 동력자원부의 지원으로 1987년 11월에 준공되었다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2년 정도 사용한 것이 된다. 그럼 그 전에는 어땠을까? 탄가루를 뒤집어쓴 채로 광업소에서 집까지 와서 목욕을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길거리에서 상대방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였다. 부녀자들은 목욕물 데우는 일이 밥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것이었겠다 싶다.

이곳에 목욕탕이 생긴 후 이런 모든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었다고 하니,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 했을까? 그런데 그렇게 쓸모 있는 목욕탕을 왜 그렇게나 늦게 만들었을까? 왜 우리는 이처럼 사람들의 욕구를 늦게 알아채는 걸까? 광업소를 운영하던 경영자도, 그들을 관리하는 정부도. 목욕탕 하나를 동력자원부에서 만들어주는 게 말이 되나?

옥동광업소 갱구
 옥동광업소 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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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안에는 타일을 붙인 욕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 문과 창은 어디로 갔는지 다 떨어져 나갔다. 낙서가 곳곳에 있어 살펴보니, 광부들이 쓴 건 아니다. 나는 목욕탕을 지나 갱도 입구로 간다. 길에 보니 갱도에서 나오는 물이 흘러내린다. 이곳도 역시 바닥에 붉은빛이 약간 침착되었다. 물을 따라 갱도로 가니 큰 구멍이 입을 딱 벌리고 있다. 바위에 구멍을 뚫어 만들었다.

이 갱도는 싸리재 쪽으로 2.1㎞나 이어진다. 그렇지만 물이 나와 들어갈 수가 없다. 갱도에서는 여름에 시원한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길을 따라 모운동 쪽으로 향한다. 광부의 길이 그렇게 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운동에서 옥동광업소를 지나 타원형으로 광부의 길을 걷는 것이다. 고개를 넘자 다시 내리막길이 나온다.

납석광업소는 또 뭔가?

납석광업소
 납석광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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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내려가면서 모운동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운동으로 가지 않고 납석광업소 쪽으로 올라간다. 길은 다시 산속으로 이어진다. 한 20분쯤 가면 (주)옥동의 사무실이 나온다. 안내판을 보니 광업진흥공사의 자산이다. 이곳을 지나 길을 돌아가면 납석광업소가 나온다. 그럼 납석이 도대체 뭘까? 쉬운 말로 곱돌이고 학술적인 용어로 활석이다. 이 활석이 90년대까지만 해도 타일, 유약, 화장품 등 공업용이나 미용 재료로 많이 쓰였다.

이 광업소 역시 2009년에 폐광되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사무실이고 광산이 아직은 새 것이다. 광산은 입구를 판으로 막아놓았다. 그 판에는 활석을 채취해 갱차에 싣고 나오는 광부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다 역사 속에 시간 속에 묻힌 모습이다. 광산 앞마당에는 흰 눈이 쌓여 있다. 마당에 타이어 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까지 차가 올라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제 광업소를 떠나 싸리재 삼거리로 간다. 이 길은 트레킹 코스기도 하지만 MTB자전거 코스이기도 하다.

절로 가는 명상길

명상길이 시작되는 싸리재삼거리
 명상길이 시작되는 싸리재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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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싸리재 삼거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싸리재가 나오고 똑바로 가면 망경산사가 나온다. 싸리재 삼거리에서 망경산사까지 1.1㎞가 명상길이다. 명상길은 망경대산 아래 숲속으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생각에 잠겨 걷기 좋은 길이다. 중간에 망경대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이 길이 1.2㎞의 만경사길이다.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아 만경사로 오르지 않고 명상길을 따라 간다.

여기서 300m쯤 가니 낙엽송 삼거리가 나온다. 그런데 이곳이 명당인지, 주변에 절이 세 개나 있다. 망경대산 쪽으로 1㎞쯤 올라가면 만경사가 있다. 그리고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만경산사와 만봉사가 있다. 만경산사는 비구니절인 것 같다. 절 앞에 장독대가 전각보다도 훨씬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원 중 일부가 스님들과 안면이 있는지, 겨울철 장작을 옮겨준다. 울력을 통해 스님들의 일을 거들어준 것이다.

망경산사
 망경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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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만봉불화박물관에 관심이 있어 만봉사로 간다. 만봉불화박물관은 작년 5월 망경산사 바로 앞에 문을 열었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육중한 건물이다. 건물 기둥에는 만봉사와 만봉불화박물관 방문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나는 입구가 있는 정문 쪽으로 간다. 만봉사 절은 그냥 들어갈 수 있지만, 만봉불화박물관을 보기 위해서는 입장료 5000원을 내야 한다. 나는 표를 끊는다. 그러자 관리인이 나를 절 안으로 안내한다.


태그:#광부의 길, #옥동광업소, #갱구ㅘ 목욕탕, #납석광업소, #명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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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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