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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로 달려가는 이 시대의 노인 문제를 알기 쉽게 이해하고 생각해보기 위해 다양한 노년 관련 영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편집자말]
*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노인들> 중
  영화 <노인들> 중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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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인들>은 2008년 스페인 만화상을 수상한 파코 로카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요양원에서 지내는 두 명의 노신사, 에밀리오와 미겔은 방을 함께 쓰게 된다. 처음 입소한 에밀리오에게 미겔이 요양원을 소개해주는 과정을 통해 영화는 요양원에서 지내는 다양한 증상을 가진 노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요양원의 가장 꼭대기 층은 중증 치매 환자가 지내는 곳. 우연히 그곳의 상황을 목격하게 된 에밀리오나 미겔은 자신들도 증상이 심해지면 그곳으로 올려보내져서 비인간적인 돌봄을 받으며 죽음을 기다리게 될 수도 있으리라는 공포심이 생긴다.

두 명의 노인은 이 꼭대기 층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운다. 중증 치매 검사가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요양원을 탈출하려는 시도까지 한다. 생의 끝을 바라보는 노인들의 가슴에도 저렇듯 존엄한 삶과 죽음을 위한 열망이 뜨거움을 목격하는 관객들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과연 어떻게 살다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고민을 가진 채.

이 작품은 치매 노인들의 증상과 요양원의 생활을 비교적 현실적으로 조명했다는 평을 받는데, 보다보면 '요양원의 분위기가 모두 이런가'하는 회의감이 들곤 한다. 최근 필자의 한 인생 선배님이 나중에 자식들이 나를 요양원에 '버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치매 등 노인성 질환에 걸린 노인들을 요양원에 모시는 것을 과연 그렇게 부정적으로 말해도 좋은지에 대한 복잡한 심경이 든다.

요양병원 vs. 요양원
 
  영화 <노인들> 중
  영화 <노인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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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문제가 없는 시기에는 요양원이란 우리 가족과는 전혀 상관없는 먼 이야기처럼 느끼지만 막상 부모님이 쓰러져 돌봄의 문제가 부각되는 일은 예상치 못하게, 매우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일이 많다. 응급실에 실려가고, 검사를 하고 진단을 한 뒤 입원 치료를 받은 뒤 병이 만성화되면 그때부터는 돌봄의 문제가 가족 대화의 큰 화두가 된다. 가족 중 한 명이 환자를 전담하지 않는다면, 환자를 누가 돌보는지의 문제는 매우 난감한 이슈로 떠오른다.

앞선 기사 영화 <말임씨를 부탁해> 편에서 언급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신청해서 요양등급을 받은 환자라면 집과 가까운 주간보호센터나 요양원에서 시설급여를 받을 수 있다. 즉, 자기부담금 중 일부를 지원받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기관을 처음 알아볼 때 요양병원과 요양원이 어떻게 다른지에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요양병원은 의료법에 근거해서 세워진 병원이고,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에 의해서 세워지는 복지시설이라는 점이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요양병원은 의사나 한의사가 의료를 행하는 곳으로 요양환자 30인 이상 수용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주로 장기요양을 요하는 노인성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입원, 외래나 재활치료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다. 1일 입원환자 6인마다 간호사 1인이 배정되는데 간호사는 어디까지나 의료 처치의 역할을 할 뿐 돌봄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환자에게 필요하다면 간병인을 개인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반면 요양원은 노인성 질병으로 장애가 있어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 입소해서 급식, 요양 등의 일상생활의 돌봄을 받는 곳이다. 병원과 달리 요양원에서는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지만 촉탁의가 있어서 기관에 정기적으로 방문, 기본적인 검진을 실행한다. 그러나 만약 환자에게 갑작스러운 의료적인 문제가 발견되면 보호자가 환자를 외부병원으로 이동시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런 특징들을 이해한다면 요양병원이냐 요양원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는 비교적 간단해진다.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질병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에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맞고 환자 상태가 만성화되어 외래 진료와 약 복용만으로도 상태를 유지할 수 있지만 거주하는 집에서 환자를 돌보기가 힘든 상황이라면 요양원에 입소하는 것이 맞다.(<늙어도 늙지 않는 법>(김영사) 참고)

요양원은 정말 못 갈 곳인가
 
  영화 <노인들> 중
  영화 <노인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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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요양원에서의 노인 학대나 부실한 운영이 언론에 보도되면 자연스럽게 요양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된다. 그러나 뉴스에는 대부분 안 좋은 사건 위주로 보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지나친 편견일 수 있다.

많은 요양원들이 노인들을 정성스럽게 돌보고 이들을 관리·감독을 맡는 지자체에서도 주기적으로 요양원의 운영을 평가한다. 실제 필자의 주변에서도 헌신적으로 노인들을 돌보는 좋은 요양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반면 사회복지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모두 깊은 희생정신과 높은 도덕성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데 이 또한 편견일 수 있다. 복지기관이 '돈을 밝힌다'고 이상한 시선으로 볼 일도 아니다. 당연히 모든 사업에는 수익성이 가장 중요한 운영 기준이 되며 복지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수익성을 따지는 제조업 운영자가 저렴한 재료로 만든 저품질의 제품을 고가에 판매하는 경우가 있듯이, 요양원 운영에도 그런 경우가 존재한다. 노인 한 명당 책정되는 정부 지원금과 환자의 자기부담금을 최대한 많이 얻기 위해 많은 수의 노인들을 수용하면서 요양보호사는 최소인원으로 고용하고 기저귀 등의 물품이나 식재료 구입비를 최대한 아끼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당연히 입소한 노인들에 대한 질 낮은 서비스로 연결된다.

이런 경우가 발견되더라도 개선되기가 힘든 이유는 요양원의 특성상 보호자가 항상 운영 실태를 확인할 수 없어 그저 믿고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야의 문제가 개선되려면 이를 요구하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요양원 같은 경우 서비스의 이용 당사자인 노인들이 이미 질병에 걸려 힘이 없는 상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버리면 그런 문제는 잊혀지고 만다.

아무리 좋은 요양원이 많다고 해도 일부의 이런 문제를 생각하면 나이가 들어도 요양원에 가고 싶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직도 부모는 당연히 자식이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유교적인 사고방식도 요양원의 이용을 꺼리게 되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의 단위는 점차 작아지고 홀로 지내는 노인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요양원을 마냥 나쁜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없다. 게다가 부모를 직접 돌보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요양원에 모시면서 미안해하는 자식들도 있을테니 요양원에 부모를 모시는 자식을 탓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요양원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나 지자체에 이를 개선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앞으로 내가 이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요양기관 운영 정책과 실제 운영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부조리한 일이 있다면 이의 제기도 하면서 노인 정책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올바른 요양 문화를 만드는 데 더 바람직한 태도일 것이다.

영화 <노인들>을 통해 외국에서도 요양원에서의 노인 돌봄이 문제시된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시설을 이용하는 노인에 대한 돌봄 문제를 들여다볼수록 필요한 것은 더욱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독일에서는 시설돌봄보다는 재가돌봄, 즉 노인이 질병이 있더라도 집에 머물면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에 많은 힘을 쏟는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라도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노인과 요양보호사 간에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사건을 포착해 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초고령사회로 달려가며 돌봄이 필요한 노인 또한 그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들에게 인간적인 존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안전하게 돌봄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 플랫폼 alookso와 브런치에도 게재합니다.


태그:#노인, #영화, #노인들, #요양원,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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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엄마가 있었다> 작가. 문화, 육아, 교육 분야의 잡지에서 기자로 일했다. 결혼 후 힘든 육아와 부모의 질병을 겪으며 돌봄과 나이듦에 관심 갖고 사회복지를 공부한다. 소중한 일상, 인생, 나이듦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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