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여자부의 7번째 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2023년 FA시장에서 '최대어' 박정아를 영입하고도 2023-2024 시즌 여자부 역대 최다연패 불명예 기록(23연패)을 세우며 세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시즌 후반 맏언니 오지영 리베로가 후배 가혹행위 논란으로 구단과의 계약이 해지됐고 작년 6월 아헨 킴 감독의 후임으로 다소 급하게 부임한 조 트린지 감독은 한 시즌도 제대로 팀을 지휘해 보지 못하고 경질됐다.

페퍼저축은행은 플레이오프가 진행 중이던 지난 3월 25일 장소연 SBS 스포츠 해설위원을 4번째 감독으로 선임했다. 시즌이 끝난 후에는 FA시장에서 한다혜 리베로를 3년8억7000만원에 영입하며 오지영 리베로의 빈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이어진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 중 최대어로 꼽히던 197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중국출신의 미들블로커 장위를 데려왔다.

하지만 후위로 내려가면 리베로와 교체되는 미들블로커 포지션의 특성상 장위 혼자만의 활약으로 페퍼저축은행의 중앙을 강하게 만들 수는 없다. 결국 2024-2025 시즌 장위와 함께 페퍼저축은행의 중앙을 지킬 미들블로커 파트너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서채원(GS칼텍스 KIXX)이 한다혜의 보상선수로 떠난 만큼 다음 시즌 페퍼저축은행의 미들블로커 경쟁은 하혜진과 염어르헝의 2파전이 될 전망이다.

어깨 부상 극복한 페퍼의 주전 미들블로커
 
 하혜진은 어깨부상을 극복하고 2023-2024 시즌 페퍼저축은행의 풀타임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하혜진은 어깨부상을 극복하고 2023-2024 시즌 페퍼저축은행의 풀타임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 한국배구연맹

 
1990년대 한국배구를 주름 잡았던 거포 하종화 전 감독의 차녀 하혜진은 배구명문 진주 선명여고를 졸업하고 2014-2015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입단했다. 하혜진은 고교 시절 아포짓 스파이커를 주로 소화했지만 V리그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는 외국인 선수의 포지션이었고 하혜진 역시 프로 입단 후 서브리시브에 참여하는 아웃사이드히터로의 변신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뛰어난 공격력에 비해 수비에서는 별다른 장점이 없었던 데다가 부상까지 잦았던 하혜진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실제로 하혜진은 도로공사에서 활약했던 7시즌 동안 120경기에 출전해 371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하혜진은 2020-2021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었지만 어느 팀과도 계약하지 못해 'FA미아'가 될 위기에 처했는데 마침 같은 시기 페퍼저축은행이 창단하면서 페퍼저축은행의 창단멤버가 될 수 있었다.

페퍼저축은행 이적 후 미들블로커로 변신한 하혜진은 2021-2022 시즌 페퍼저축은행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며 30경기에서 156득점과 세트당 0.39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하혜진은 이어진 컵대회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하며 멀티포지션 소화의 가능성을 보였고 대표팀까지 선발됐지만 이후 어깨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재활에 매달리느라 2022-2023 시즌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혜진은 1년 만에 부상을 극복하고 팀에 복귀해 2023-2024 시즌 M.J. 필립스와 함께 페퍼저축은행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다. 비록 팀 성적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하혜진은 35경기에 출전해 속공 15위(36.24%), 블로킹 10위(세트당0.48개)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선수생활을 위협할 수도 있었던 큰 부상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코트로 돌아와 풀타임을 소화했다는 것만으로도 하혜진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2023-2024 시즌 풀타임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던 하혜진은 다가올 2024-2025 시즌에도 아시아쿼터 장위의 중앙 파트너로 나설 확률이 높다. 물론 하혜진의 신장(181cm)은 장위보다 16cm나 작지만 2023-2024 시즌 블로킹 1위 최정민(IBK기업은행 알토스, 세트당0.83개)도 179cm로 미들블로커 중에는 단신에 속한다. 미들블로커 포지션에 점점 적응하고 있는 하혜진도 다음 시즌 중앙에서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195cm 유망주, 장소연 감독 만나 꽃 피울까
 
 만19세의 어린 나이에 벌써 3번의 무릎수술을 받은 염어르헝은 '부상 공포증'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만19세의 어린 나이에 벌써 3번의 무릎수술을 받은 염어르헝은 '부상 공포증'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 한국배구연맹

 
배구는 유난히 신체조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으로 꼽힌다. 따라서 뛰어난 신체조건을 타고난 선수는 늦은 나이에 배구를 시작하기도 하고 다소 부족한 기본기에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순번으로 지명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뛰어난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를 외국에서 데려와 키우기도 하는데 195cm의 신장을 가진 몽골 출신의 염어르헝 역시 '코리안드림'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귀화시험까지 통과해 한국국적을 따냈다.

염어르헝은 2022-2023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페퍼저축은행에 지명됐다. 하지만 염어르헝은 루키 시즌 2경기에 출전해 단 1득점도 기록하지 못하고 무릎수술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다.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과 정호영(정관장)을 능가하는 신장으로 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킬 거란 기대가 허무하게 날아간 순간이었다.

염어르헝은 2023-2024 시즌에도 시즌 개막 후 9경기에서 선발 미들블로커로 출전했다. 하지만 염어르헝은 선발출전한 9경기에서 모두 1세트만 소화했고 23.08%의 성공률로 단 6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그리고 2라운드 중반부터 코트에서 자취를 감춘 염어르헝은 작년 12월 또 다시 무릎수술로 시즌을 접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목포여상 시절의 수술경력까지 포함하면 만19세의 어린 나이에 벌써 3번이나 무릎에 칼을 댄 것이다.

사실 염어르헝은 2024-2025 시즌 주전출전 여부보다는 선수로서의 재기를 더 걱정해야 하는 처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팬들은 현역시절 여자배구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한 시대를 호령했던 장소연 신임 감독이 염어르헝을 팀의 기둥으로 키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장소연 감독 역시 염어르헝의 빠른 재활과 성장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물론 당장 2024-2025 시즌부터 염어르헝이 주전 자리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염어르헝이 2024-2025 시즌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한다면 페퍼저축은행은 평균신장 196cm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높이의 미들블로커 듀오를 보유하게 된다. 페퍼저축은행 구단과 팬들은 아직 만 19세(2004년생)에 불과한 염어르헝이 잦은 부상에 의지가 꺾이지 않고 건강하게 코트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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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AI페퍼스 장위 하혜진 염어르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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