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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되고 있는 금호강 팔현습지 현장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되고 있는 금호강 팔현습지 현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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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전 11시. 4월 넷째주 토요일인 이날 금호강 팔현습지 강변 하천숲에서는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가 열렸다. 미사는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고 수령이 100년은 족히 됨직한 왕버들 나뭇가지들이 그늘을 만들어주는 강 가장자리 하천숲에서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임성호 신부의 주례로 봉헌됐다.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는 "오직 인간들만의 금호강이 아닌 뭇 생명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금호강이 되자"는 이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가 현실이 되지 못한 실태를 반성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평화 미사다.

멸종위기종의 '숨은 서식처'에 보도교 건설?
 
팔현습지 핵심 생태구간 앞으로 새로운 길을 건설하려는 환경부.
 팔현습지 핵심 생태구간 앞으로 새로운 길을 건설하려는 환경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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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사에서는 10여 명의 시민들이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이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인위적인 보도교 따위는 필요 없다, 지금 이대로 여기서 함께 살자!"

문제의 보도교가 건설되는 구간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숨은 서식지다. 식물사회학자이자 생태학자인 김종원 박사(전 계명대 교수,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는 "이곳은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구간으로 수리부엉이와 담비 같은 육상의 최상위 포식자들이 살아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숨은 서식처(Cryptic habitat)로서 반드시 보전되어야 하는 곳"이라고 강조한다. 

그런 곳으로 굳이 새로운 길을 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새로운 보도교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이미 있는 도로를 따라 이동해도 목적지까지 충분히 갈 수 있으며 시간상으로는 고작 걸어서 5분, 자전거로는 1분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때문에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놓으려는 이 보도교를 두고 "인간의 저열한 욕망을 부추기는 탐욕의 길"이란 비판이 나온다.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는 이런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탐욕을 멈추고 정의의 길로 들어서자는 메시지를 선포하는 자리였다.
 
미사 참석자들을 향해 강론을 하고 있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임성호 신부.
 미사 참석자들을 향해 강론을 하고 있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임성호 신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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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에 나선 임성호 신부는 "오늘 네번째 친교회 맞아서 피조물과 함께 이 아름다운 습지에서 생명평화미사을 올리게 돼 감사하다. 오늘 버드나무가 이렇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강바람이 살살 불면서 더욱더 이 미사가 거룩하게 와닿는 것 같다"라고 운을 뗀 후 "여기서 미사를 드리는 이유는 팔현습지가 습지로서 지켜지는 것 그것이 정의라고 본다. 바로 이 정의가 지켜지는 것을 위해서 미사를 올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사람들은 이 피조물의 가능성을 제거하려 한다. 이쪽 밑에 보도교를 만들어 가지고 저 1.5㎞를 인터불고호텔 밑으로 해서 화랑교를 넘어 저 동촌유원지까지 연결하는 사람의 길을 내려 하는데, 길이 낼 데가 따로 있지 여기 왜 내려 하는지 모르겠다. 이곳을 원래 주인이었던 동물들의 집으로 내버려 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모였다"라고 미사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올 한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여기서 미사를 봉헌하도록 하겠다. 여기 와서 보니까 잉어도 건강히 잘 있는 것 같고, 아까 말조개도 건강히 잘 있는 것 같고, 사람만 안 오면 좋겠다"라며 "욕망의 짝대기를 들고 꿈꾸는 이들이 정말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임 신부는 또 "아무튼 오늘 사도 바울은 안식일날 회당에 가서 이야기했는데 안식일은 쉬라는 건데 사람의 욕망이 좀 쉬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들이 선동되지 않고 여기에 하나님의 뜻만을 찾고 나서는 그런 귀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이 팔현습지가 하나님의 뜻을 우리가 체험하고 뜻이 선포되는 곳으로 계속 유지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강론을 마쳤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임성호 신부가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임성호 신부가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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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후 참석자들은 프란치스코 재속회 생태환경위원장들이 사온 음식을 서로 나눠 먹으면서 팔현습지의 아름다움과 평화를 만끽했다. 교구의 큰 행사로 비록 많은 인원이 모이진 못한 소박한 미사였지만 팔현습지 왕버들과 바람과 산란철을 맞은 잉어의 몸짓과 함께한 아름답고도 은혜로운 미사였다.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매월 넛째주 토요일 오전 11시 팔현습지 현장에서 열린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우원회 위원장 임성호 신부가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우원회 위원장 임성호 신부가 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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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태그:#금호강팔현습지, #생명평화미사, #천주교대구대교구, #임성호신부, #동촌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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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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