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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중·고등학생들이 학원에서 나오는 저녁 10시~11시 사이에 주기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들리는 위치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근처다. 30분 동안 50~60명의 학생들이 길을 건널만큼 보행자들이 빈번하게 이용하는 곳이다.

이곳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동신초 사거리와 백설마을 사거리 인근이다. 불법주정차 차량이 일렬로 서있어 횡단보도에 한 발 디딘 사람들은 길을 건너기 위해 수십 번 좌우로 눈치를 살피는 실정이다.

학생들의 귀가를 기다리는 셔틀버스들이 도로가에 즐비해 있어 시야를 막기 때문이다. 셔틀버스 외 불법주정차 차량도 다수다. 이들 차량에 가려 보행자는 다가오는 차량이 보이지 않고, 운전하는 차들 역시 보행자를 적시에 확인하기 어렵다. 보행자-운전자 모두에게 위협이 되는 현실이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는 왕복선 2차선 이하, 시내 도로 등에 다수 설치돼 있다. 신호 없는 횡단보도는 항상 횡단보도로 기능하기에 보행자 우선이 원칙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의 12대 중과실 중 하나인 '횡단보도에서의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에 저촉된다.

더불어 지난 해 8월, 정부는 6대 불법주정차 구역을 확정했다. 해당 구역은 소화전 주변, 교차로 모퉁이,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어린이보호구역, 인도(보도)다. 총 6곳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주정차가 금지된다.

보행자-운전자 모두 위협하는 '불법주정차' 차량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신호를 건너고 있다. 뒤로는 불법주정차 차량이 횡단보도 옆에 주정차하여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신호를 건너고 있다. 뒤로는 불법주정차 차량이 횡단보도 옆에 주정차하여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 김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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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강력한 규제에도, 동신초 사거리와 백설마을 사거리에선 불법주정차 차량을 손쉽게 찾아볼수 있다. 학원가와 집을 오가며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지나야 한다는 김아무개(18)군은 횡단보도를 건너며 항상 차와 부딪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했다.  

김군은 "신호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량과 부딪혀 구급차에 실려 간 친구가 있다"며 "불법주정차 된 차량들 때문에 주위를 살피며 도로를 건너가다가도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들로 인해 부딪힐 뻔한 경험은 빈번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지름길이기도 하고 신호등이 멀리 있어 해당 횡단보도를 사용하게 된다"라며 "매일 신경을 곤두세운 채 건너며 마치 게임 '길 건너 친구들(모바일게임-동물 캐릭터가 움직이는 차 등을 피해서 길거리를 건너게 하는 게임)'을 하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이동이 잦은시간대에는 경찰차가 수시로 순찰을 한다. 그럼에도 불법주정차 차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군은 "특히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횡단보도에서의 불법주정차에 대한 처벌 강도를 높이고 감시카메라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동시에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대책이 될 수 있을 거 같다"고 했다. 

운전자 역시,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수십년째 인근을 운전하고 있다는 김아무개(50)씨는 "(2차로의) 좁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차로가 1개로 줄어들며 정체가 발생한다"라며 "타 운전자들의 갑작스러운 차선 변경으로 차량 끼리의 사고 위험도 크다"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불법주정차로 인한 보행자 인지가 늦어져 사고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야간, 우천 시에 더욱 긴장감이 지속되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는 "불법주정차 차량들이 없다면 시야 폭이 넓어지기에 횡단보도 양쪽 끝을 다 볼 수 있게 되어 갑작스러운 일에 대비가 된다"라며 "그것만으로도 부담감이 줄어들고 사고 위험도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불법주정차 차량 단속, 불가능할까  

그렇다면 불법주정차 차량 단속은 불가능한 걸까. 수원중부경찰서 교통안전과 관계자는 7일 "경찰은 주정차 위반 차량에 대해 운전자가 없는 경우 단속을 할 수가 없다. 운전자 상대로 단속을 하기 때문"이라며 "주차와 관련된 사항은 구청에서 관리하며 구청 경제교통과에서 수시로 단속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의 불법주정차로 인한 사고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자체는 어떨까. 같은 날 수원시 장안구 교통지도팀 관계자는 "현재 CCTV, 단속 차량, 국민신문고를 통한 3가지 방법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구청에서 단속건수에 비례해 1년에 3~4대씩 CCTV를 설치하는 등 불법주정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단속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최대한 단속 없이 알아서 이동주차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운전자들의 협조가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불법주정차, #신호등, #사고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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