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가 여자프로농구 '여왕' 박지수의 해외활동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KB스타즈 구단은 3일 공식 SNS를 통해 지난 4월 19일 튀르키예 리그의 갈라타사라이 구단으로부터 영입제안을 받은 박지수에 대한 해외진출을 승인해 주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박지수는 갈라타사라이 구단과 입단 합의에 이른 후 "어려운 결정을 해주신 구단의 진심에 감사드린다"며 "다음 시즌을 함께 하지 못해 팬분들과 동료들에게도 미안하고 아쉬움이 크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KB는 아직 박지수와의 계약기간 1년이 남았지만 임의해지 방식을 통해 WKBL 선수 최초의 유럽리그 도전에 힘을 보태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15일에도 우리은행 우리WON의 챔프전 2연패를 이끌었던 박지현이 같은 방식으로 팀에서 임의해지된 바 있다. 구단으로부터 임의 해지된 박지수는 공시일로부터 1년이 경과돼야만 원소속구단 복귀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최소 2024-2025 시즌엔 KB 유니폼을 입은 박지수를 볼 수 없다는 뜻이다.
 
 2023-2024 시즌 8관왕의 주인공 박지수는 KB와 임의해지되면서 2024-2025 시즌 KB에서 활약할 수 없다.

2023-2024 시즌 8관왕의 주인공 박지수는 KB와 임의해지되면서 2024-2025 시즌 KB에서 활약할 수 없다. ⓒ KB 스타즈

 
WKBL 지배하고 당당히 유럽 진출하는 국보센터

사실 2023-2024 시즌이 개막할 때만 해도 박지수의 활약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농구 팬들이 적지 않았다. 아무리 여름에 대표팀에 복귀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견인하면서 건재를 보여줬다 해도 박지수는 지난 2022-2023 시즌 공황장애 후유증과 손가락 부상으로 9경기에서 13.8득점 8.1리바운드 2.7어시스트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자칫 2022-2023 시즌의 후유증이 남는다면 2023-2024 시즌에도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건강하게 돌아온 박지수는 자신이 리그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선수였는지 금방 증명했다. 2023-2024 시즌 정규리그 29경기에 출전한 박지수는 평균 30분 5초를 소화하며 20.3득점 15.2리바운드 5.4어시스트 1.8블록슛으로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 2점슛 성공률(60.6%), 공헌도(1283.90점)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공헌도 2위 진안(하나원큐)의 점수가 974.40점이었으니 박지수가 리그를 지배했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박지수가 시즌을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던 2022-2023 시즌 10승20패의 성적으로 6개 구단 중 5위에 머물며 봄농구 진출에 실패했던 KB는 2023-2024 시즌 27승3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박지수 입단 후 KB의 세 번째 정규리그 우승이었고 .900의 승률은 프로 출범 후 KB의 역대 가장 높은 승률이었다. 특히 KB는 2023-2024 시즌 안방인 청주에서 열린 정규리그 15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지난 4월 4일에 열린 WKBL 시상식 역시 박지수의 '독무대'였다. 기록상 5개 부문을 휩쓴 박지수는 정규리그 MVP와 리그 베스트5, 우수수비 선수상까지 차지하며 WKBL 역대 최초로 개인상 8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기자단 투표로 진행된 정규리그 MVP 투표에서는 110표를 모두 가져가며 만장일치 MVP에 선정됐다. 2018-2019시즌, 2021-2022 시즌에 이은 박지수의 커리어 세 번째 만장일치 MVP였다.

박지수는 8관왕의 주인공이 된 당일, 해외진출에 대한 바람을 드러냈다. 사실 196cm로 독보적인 리그 최장신인 데다가 외국인 선수 제도가 사라진 지 네 시즌째가 되는 WKBL에서 사실상 박지수를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챔프전 우승을 놓친 2023-2024 시즌에도 개인상 8개를 휩쓴 박지수로서도 국내에서 개인적인 목표의식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 결국 박지수는 해외로 눈을 돌렸고 튀르키예 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박지수 없이 무너졌던 2022-2023 시즌 재현?
 
 박지수의 분당경영고 동기 나윤정은 KB로 팀을 옮겼지만 2024-2025 시즌 박지수와 호흡을 맞출 수 없게 됐다.

박지수의 분당경영고 동기 나윤정은 KB로 팀을 옮겼지만 2024-2025 시즌 박지수와 호흡을 맞출 수 없게 됐다. ⓒ KB 스타즈

 
사실 박지수의 기량발전은 물론이고 한국 여자농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대표팀의 기둥 박지수가 해외리그에서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큰 선수들을 상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WKBL 역시 박지수처럼 리그를 지배하던 선수가 해외리그로 진출하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그의 흥미가 더욱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박지수라는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슈퍼 에이스'를 떠나 보낸 소속팀 KB다.

KB는 이미 박지수가 없었던 2022-2023 시즌 '디펜딩 챔피언'에서 승률 .333의 하위권으로 추락했던 가슴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KB는 박지수가 빠지면 센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이번 시즌 10분37초를 소화하며 1.5득점 1.7리바운드를 기록했던 김소담 밖에 남지 않는다. 게다가 KB는 이번 FA 시장에서 가드 심성영이 FA로, 포워드 김예진이 나윤정의 보상선수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2023-2024 시즌 중·하위권 팀들이 오프시즌을 통해 전력을 대폭 보강한 것도 KB에게는 커다란 악재다. 2023-2024 시즌 최하위 BNK 썸은 FA 시장에서 베테랑 가드 박혜진과 2022-2023 시즌 득점왕 김소니아를 영입했다. 여기에 진안의 보상선수 신지현(신한은행 에스버드)을 활용한 트레이드를 통해 유망주 센터 박성진을 재영입했고 장신 포워드 변소정과 FA 이하은까지 데려 오면서 두꺼운 선수층을 구성했다.

하나원큐 역시 오랜 기간 팀을 이끌었던 에이스 신지현이 팀을 떠났지만 박지수 다음 가는 'WKBL NO.2 센터' 진안을 영입했고 내부 FA 양인영과 김시온을 잔류시켰다. FA 시장에서 멀티 플레이어 최이샘과 포인트가드 신이슬을 영입하고 트레이드를 통해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신지현을 데려온 신한은행의 전력보강도 대단히 알찼다는 평가. FA 나윤정 영입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던 KB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KB는 2023-2024 시즌 정규리그부터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까지 청주에서 19경기를 치르면서 18승1패(승률 .947)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KB의 성적 중 커다란 지분을 가진 박지수가 팀을 떠났고 대부분의 농구팬들은 박지수가 없는 2024-2025 시즌 KB가 엄청난 성적하락을 경험하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과연 2023-2024 시즌 지도자상에 빛나는 KB의 김완수 감독은 박지수 없는 KB의 추락을 막을 '묘안'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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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KB스타즈 박지수 튀르키예리그 임의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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