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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사월이 간다. 봄꽃들이 만발하더니, 이내 봄 축제들로 요란하다. 바야흐로 축제 공화국이다. 지자체들이 봄을 맞이하여 다양한 이름을 내걸고 봄잔치를 한다. 호사로운 시절이다. 팬데믹 코로나로 제대로 봄꽃 축제를 하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내듯 날씨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인생을 축제처럼 살아야 한다. 

그런데 전환기의 세계정세는 엄중하고 각자도생의 극한을 달린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하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세계정세를 혼란하게 한다. 거기에 이란까지 가세하여 중동은 혼미하다. 불안한 세계는 물가상승과 강대국의 치열한 대립으로 요란하다. 그 사이 한반도 정세는 더 엄중해졌다. 남북 대립은 민족의 개념을 뛰어넘어 대화와 타협은 불가능한 상황으로 변했다. 북한도 경직되었고, 우리도 경직된 것은 같은 처지다. 혐오와 차별, 그리고 극한 경쟁의 대립이 가득하다. 한반도의 방향은 불안과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

4월을 뒤돌아본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이했는데 변한 것이 없다. 진상 규명과 사후 대책은 미비하고, 무감하다. 안전과 생명 존중의 중요성은 여전히 관심 밖이다.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유족들의 피맺힌 소리는 허공 속에 떠돈다. 목포신항 세월호 앞에 진행된 추모식을 참석했다. 가슴이 미어진다. 

어느 고교생은 추도사는 가슴에 박힌다. 책임자는 없고, 또 기억을 지우고 망각을 강요하는 세력들이 있다. 여전히 그들이 기득권이다. 변해야 할 것은 인권과 생명의 감수성이다. 인권 존중, 생명 존중은 우리의 영원한 가치이다. 지난 10년간의 세월호 유가족들의 활동 내용을 담은 <바람의 세월>을 보았다. 평범했던 한 아빠는 모든 것을 팽개치고 10년동안의 활동과 투쟁을 기록에 담았다. 설레고 들뜬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죽음으로 돌아온다면 어느 누가 미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은 망각을 강요받거나 기억을 지우려 한다. 부당한 자들의 모습이다.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이게 나라냐'고 외치던 국민들이 무지, 무능, 무책임한 정권에게 4월 총선은 회초리를 들었다.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오만과 독선, 고집과 불통으로 일관하던 대통령에 제대로 국정을 운영하려는 아프고 단단한 평가를 내렸다. 여권의 참담한 패배와 야권의 절대적인 승리였다. 총선은 민심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아직도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들의 심판과 평가에 대한 국정 운영을 바꾸려는 인식을 보여주지 못한다. 아니 변명과 핑계로 일관하고 있다. 오죽하면 대화와 토론이 부족하니,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혼란과 분열을 획책하고 서로 간의 불신과 대립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는 가장 낮은 정치 수준이다. 변해야 할 것들이다. 29일에는 대통령이 된 뒤로 700여 일 만에 야당 대표와 대화를 했다. 총선 민심을 토대로 국정 전환의 기회이기를 국민들은 바랐다. 그런데 전혀 변하지 않고 민생과 삶의 질을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답답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어느 평론가는 고구마 100개 먹은 것처럼 얹혀 있고, 화해와 협력의 길이 멀다고 말한다. 상당수 시민은 정치 혐오와 외면으로 난망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답답할 노릇이다.

기후위기, 인구소멸의 절대절명 전환기의 세계정세는 난망하다. 이에 적극 대응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가 안정되고,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누가 먼저 변해야 할까. 위정자들의 냉철한 자기 성찰과 희망을 제시하는 지혜를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혼돈하지 말자. 정신을 바짝 차릴 때다. 

김남철 전남교육연구소 운영위원장
 
ⓒ 완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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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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