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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 출범후 처음으로 선보인 신차 '라세티'
GM대우 출범후 처음으로 선보인 신차 '라세티' ⓒ GM대우차

"기대가 굉장히 크다. 지난 몇 년간 심적 고통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회사가 워크아웃 상태까지 가고 동료들이 정리해고 당하면서 언제 회사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살았다. 하지만 GM대우로 거듭나고 신차가 출시되면서 희망에 부풀어 있다. 다시 세계 일류가 될 자신이 있다."(GM대우 조립부 장영주 씨 - 경력 5년)

"회사가 가장 어려울 때 일주일의 반은 라인이 올 스톱했다. 당연히 월급도 밀렸다. 아르바이트로 대리운전이나 공사판 막일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이제서야 회사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신차 출시와 함께 의욕도 넘치는 것 같다. 대우의 몰락과 함께 꺾였던 자부심이 라세티를 통해 다시 살아나고 있다."(GM대우 품질관리부 천금엽 씨 - 경력 6년)

대우자동차가 'GM대우오토앤테크놀러지'(GM대우)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출범한 GM대우는 '라세티' (프로젝트명 J-200)와 함께 잇따라 기존 차량의 업그레이드 모델을 내놓고 '영광의 재현'을 위한 시동을 다시 걸었다. 99년 8월 대우자동차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이래 3년 2개월만에 기지개를 활짝 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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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대의 로봇에 의해 용접자동화율 98%를 구축한 GM대우 군산공장
347대의 로봇에 의해 용접자동화율 98%를 구축한 GM대우 군산공장 ⓒ GM대우차
라세티와 함께 새로운 출발 'GM대우'

11월 중순 겨울 문턱, 군산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화창한 햇볕으로 취재진을 반겨주던 날씨가 어느새 짙은 구름을 몰고 오며 비를 뿌렸다. 그렇지 안아도 인적 없는 쓸쓸한 도시를 연상시키던 군산공장은 더욱더 횡 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70만평이 넘는 공장부지에 23만평에만 공장이 건설되어 있고 종업원 수는 2000명도 안되기 때문에 그런 인상은 더욱 짙었다. 지난 2000년 대우자동차가 한마디로 '잘 나갈 때' 종업원 수는 3500명을 육박했던 군산공장은 워크아웃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다 1500명 이상을 정리해고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대우자동차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인 99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대우의 시장점유율은 40%에 육박했다. 그러나 올해 대우차의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스포츠실용차(SUV) 등 제외)은 14.8%에 불과하다. 현대차(50.4%), 기아차(18%)는 물론이고 르노삼성차(15.1%)에도 뒤지는 실정이다.

하지만 GM대우의 출발과 신차 '라세티' 출시는 2000여명의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고 있었다. 군산 차체공장 입구에 걸려있는 플래카드는 이들의 심정을 압축적으로 나타내주고 있었다.

GM대우, '라세티'와 새로운 출발

▲ GM대우의 신차 '라세티'
ⓒGM대우차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GM대우)는 18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준중형 승용차 `라세티(LACETTI)'의 신차발표회를 갖고 새로운 출발을 약속했다.

GM대우 닉 라일리사장은 "'라세티'는 GM대우차 출범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차"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라세티'의 어원은 `젊음과 힘이 넘치는(LACERTUS)'이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로 '라세티'는 완벽한 성능과 품질을 갖춘 신 개념 고급 준중형 승용차"라고 밝혔다.

라일리 사장은 이날 발표회에서 "농사꾼은 굶어죽어도 종자(씨앗)를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다"는 한국 속담을 소개하면서 "미래의 수확을 위해 뿌릴 씨앗이 없는 사람에게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는 뜻으로 대우차는 어려운 시절에 소중한 씨앗을 지키고 있었고, 그 씨앗은 바로 향후 개발될 제품(라세티, 매그너스 L6 등)이었다"고 GM대우의 잠재력을 높이평가 했다. 이어 그는 "라세티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라세티의 중국 판매계획과 관련, "중국의 관세가 높아 한국에서 제조한 차를 수출하기 어렵지만 중국에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고 이를 GM상하이와 논의 중"이라며 "라이선스 방식으로 상하이에서 조립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나 정확한 시기는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GM대우차는 라세티 구입 고객에게 3년. 6만km 무상 보증수리 및 5년. 10만km 엔진미션 보증수리 등 파격적인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며 내년부터는 서유럽시장을 필두로 수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 공희정 기자
"최상의 명차 J-200 거치른 광야에 모진 바람을 평정하고 정상을 향해 우뚝선 적토마처럼 우리의 염원 J-200은 대망의 2002년 11월 힘차게 피어날 것입니다. 대우차 전 가족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의 고귀한 땀과 혼을 바쳐 최상의 명차를 받듯이 탄생시켜야겠습니다."

공장 곳곳에는 '성공', '정상탈환', '100만대 판매' 등 GM대우 노동자들의 염원이 담겨있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또 가장 좋았던 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회사를 되살리자는 의미에서 걸어 논 가족 사진들이 여기 저기 걸려있었다.

군산공장 차체부 임재영 직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이 공장의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업무는 물론 가정에도 충실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사람들은 이제 GM과 힘을 합친 대우는 더 경쟁력 있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있다"고 말했다.

조립공장에서는 이번 달 18일 일반에게 처음으로 선보일 '라세티'가 조립되고 있었다. 라인에 걸려있는 '라세티' 차체의 수가 많치는 않았지만 신차를 매만지는 노동자들의 손길은 예사롭지 않았다.

품질관리부에서 6년째 일을 하고 있다는 천금엽(34)씨는 "디자인부터 시작해 품질에 이르기까지 이만한 국산차가 없다"면서 신차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수년내 예전의 대우차 시장점유율 확보"

그러나 대우차가 앞으로 경쟁력 있는 자동차메이커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GM대우는 군산공장과 창원공장, 베트남 하노이공장, 그리고 8개 해외 판매법인과 네덜란드의 유럽부품센터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GM대우의 1차 목표는 2005년까지 흑자를 내 사업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시장점유율 20%를 넘어 예전의 사세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라세티'를 검사하는 노동자들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라세티'를 검사하는 노동자들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 GM대우차
GM대우 군산공장 진상범 부사장은 "그 동안 대우차는 신차개발 지연, 영업망 붕괴 등으로 시장에서 내몰렸지만 GM대우의 출발과 함께 이전의 시장점유율 회복은 시간문제"라면서 "내년도 레조의 신장세와 4월 이후 '라세티'의 판매량을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진 부사장은 또 "내수 시장은 한계가 있는 만큼 GM대우는 수출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전세계에 거미줄처럼 뻗쳐있는 GM의 판매망을 통해 한국의 차를 세계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좋든 싫든 국내 승용차 시장은 앞으로 상당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즉 비정상적으로 시장을 지배해 왔던 현대·기아차(68.9%)의 양강체제는 '3강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해 졌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지난 9월부터 인도금 유예할부, 중고차보상할부, 오토리스 등 파격적이고 다양한 조건의 판매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GM이 독점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수년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캐피털 회사들로부터 연리 2%대의 낮은 이자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해 GM대우를 지원하고 가격 경쟁에 나선다면 GM대우가 예전의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 GM대우차

"GM대우 하청공장으로 전락(?)"

그러나 GM대우차의 앞길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대내외적 여건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현대·기아등 자동차 업체들은 GM대우의 시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국내의 각 업체들은 내년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수 판매 목표를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현대차는 올해 보다 2만대 늘어난 82만대, 올해 44만대 판매가 예상되는 기아차는 대형세단 '오피러스'와 쏘렌토카렌스 등을 앞세워 50만대,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도 각각 16만대와 13만대를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GM대우가 가지고 있는 제품 구성의 한계다. 생산 차종이 경차와 소형차, 그리고 미니밴에 집중돼 있어 전체적인 제품 구성이 갖춰지려면 상당한 시일과 자본이 필요하다는 거다.

또 혼다, BMW등이 잇달아 인수했던 영국의 자동차업체인 로버가 결국 채권단 관리를 받는 처지로 전락한 것에서 본 것처럼, GM대우가 과거 GM이 대주주였던 초기의 대우차(GM코리아)때처럼 독자모델 개발기능이 없는 단순한 하청공장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섞인 전망이다.

"내년도 준중형차 시장의 50%이상 점유할 것"
GM대우 군산공장 진상범 부사장

▲ GM대우 군산공장의 진상범 부사장
ⓒGM대우차
"'라세티'는 내년도 준중형차 시장의 50%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본다. 내년 중반이후에는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태국, 말레이시아의 현지 공장에서 조립생산 방식으로 라세티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의 동생으로도 유명한 진상범 GM대우 군산사업본부 부사장은 이 달 20일 GM대우 출범이후 최초로 출시되는 신차인 '라세티(프로젝트명 J-200)'의 중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면서 "내수시장에서도 50% 이사을 점유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진 부사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차의 성공 여부는 시판 초기 시장을 얼마나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라세티의 품질 정도면 마티즈의 아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라세티 생산계획에 대해 "아직까지 부품 공급업체들이 신차에 대해 아직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어 대량생산에 문제가 있지만 이번 달에는 2000대, 12월에는 4000대, 내년부터는 월 5000대 이상을 생산할 예정이며, 한해 15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 부사장은 특히 "GM은 GM대우차를 세계 최대 시장이 될 아시아 시장의 전초기지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면서 "내년 중반이후에는 중국상하이와 태국의 현지 공장에서 조립생산 방식으로 라세티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2~3년 내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첫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라면서 "GM대우 내부에서 매우 구체적이고도 심도 있게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엔지니어 출신(서울대 기계공학과)인 진 부사장은 전북 부안 태생으로 69년 신진자동차(대우차의 전신)에 입사 '자동차 맨'으로 외길을 걸어왔다. 그는 프레스부장, 승용1공장 이사 등을 거쳐 95년 대우차 군산공장이 생길 때 주도적 역할을 하다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와 함께 오랜 기간 일을 해온 대우차의 한 임원은 "과묵한 성격이어서 '미스터 크레믈린'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뒤끝 없이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 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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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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