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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위한 교육정보화인가. 교육부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 소속 삼성SDS 직원들이 교육행정시스템 개통을 위한 마지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누굴 위한 교육정보화인가. 교육부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 소속 삼성SDS 직원들이 교육행정시스템 개통을 위한 마지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교육희망 안옥수
또 다른 태풍이 전국 초·중등학교를 휩쓸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 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교육행정시스템)으로 이름붙인 '큰 폭풍'이 전국 1만여개 학교로 향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국민 교육서비스 향상과 교사 업무경감을 위해 새 시스템을 9월 9일부터 16일 사이에 시도교육청별로 개통할 것"이라고 지난 8월 말 밝혔다.

교육행정시스템은 '교무·학사', '보건', '시설' 등 27개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이 시스템은 16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에 서버를 두고 초·중등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체제다.

사상초유 명령불복종, 인증 거부

그런데 이 새 시스템에 대한 반대운동이 불붙고 있다. 이 운동의 강도는 태풍에 맞설 정도로 거세다. 전교조(위원장 이수호)와 한국교총(회장 이군현) 등 교원단체들은 9월초부터 일제히 성명을 내고 '새 시스템 개통 중단과 연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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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학교 ' 시스템 태풍 ' 일단 멈추다

전교조(위원장 이수호)는 지난 12일부터 사상초유의 명령불복종 운동인 새 시스템 인증거부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는 교사들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시도교육청과 연결된 컴퓨터에서 공인받지 않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에 앞서 전교조 16개 시도지부는 지난 2일부터 '교육행정시스템 시행 유보를 위한 서명운동'도 함께 벌이고 있다. 한국교총도 4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교사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0명 중 9명 이상이 교육행정시스템의 도입시기를 늦추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서울시교육청 유인종 교육감도 지난 2일 전교조 서울지부와 가진 정책협의에서 "교육사업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9월 개통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교육부에 연기요구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처럼 교육정보화 사업에 반기를 들고나서는 이들의 태도가 완강한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해도 너무한 예산낭비'와 학생·학부모와 교사의 '정보유출에 대한 위험함' 때문이다.

@ADTOP1@
'예산낭비', 잘못된 외양간 짓기

이 교육행정시스템의 출발 시기는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이 한창 진행되던 2000년 9월이었다. 2000년은 CS가 실제로 각 학교에 폭넓게 들어온 바로 그 해. 그런데 CS는 학교에 서버를 두고 교육정보를 관리하는 방식인 반면, 새 시스템은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에 서버를 설치하고 각 학교에 인터넷으로 줄을 잇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CS를 운용하기 위해 전국 8천여 개의 학교에서 한 대에 1200만원씩 주고 산 서버는 전원을 켜보기도 전에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학교마다 400만원씩 주고 새로 산 시스템 운용 CD와 프로그램 개발비까지 더하면 여기에 쏟아부은 돈이 모두 140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이 천문학적인 돈이 한 해도 제대로 못 써보고 하늘로 날아갈 판인 것이다.

말 기른다면서 '외양간' 짓는 데 300억 헛돈

교육행정시스템이란 태풍 때문에 학교는 지금 당황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어느중학교 교사들의 새 시스템 연수 모습.
교육행정시스템이란 태풍 때문에 학교는 지금 당황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어느중학교 교사들의 새 시스템 연수 모습. ⓒ 교육희망 안옥수
외양간을 지을 것인가, 마구간을 지을 것인가. 시대 형편에 따른 선택이라면 무엇을 짓건 이해할 수 있다. 소를 기르려면 외양간을 짓고, 말을 기르려면 마구간을 지으면 된다.

그런데 외양간을 짓고 소를 기르지 않았다면 그건 낭비일 뿐더러 잘못된 일이다. 더구나 소를 기르려는 일을 그만두고 말을 기를 것을 계획했다면 외양간에 대한 추가 투자를 멈춰야 했다. 이건 삼천리에 퍼져 있는 농군을 비롯한 상식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

그런데 교육부만 몰랐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들은 곧 마구간으로 개조할 장소에 최근까지 외양간 짓는 일을 독려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 외양간 공사비로 많이 잡아야 300만원 정도가 든다면 교육부가 저지른 '엉뚱한 공사'(중복 투자)는 300억이 넘는다.

교육부는 2000년 9월 교육행정시스템 계획을 잡아놓고도 2001년과 2002년 기존 CS를 만드는 일에 291억6900만원이나 퍼부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육행정시스템을 시험가동한 지난해에도 교육청은 학교 CS 감사를 여러 차례 벌여 정보담당 교사를 괴롭힌 것까지 떠올리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교육부 쪽 주장대로만 해도 그 동안 CS체제를 만드는 데 든 돈이 1400억원이다. 지역교육청에서 쓴 돈과 교사 시간 투여 비까지 계산하면 7000억이 넘는다고 한 중앙일간지는 주장했다.

이런 액수에 대해 교육부 최진명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장은 "7000억원이 들었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CS 구축비 1400억원 외에 시도교육청에서 따로 들어간 돈은 다 합쳐봐야 수십억원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1400억원이든 7000억원이든 이 돈만 있으면 전국 학교 책걸상도 바꿀 수 있고, 정수기도 새로 설치할 수 있는 큰 액수이다. 한 학교 도서실 책 구입비가 많아야 한 해에 5백만원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를 공중에 날리고 600억원 정도를 새로 들여 또 다른 운영체제인 교육행정시스템을 들여오려는 것이다. 이런 '밑 빠진 독에 헛돈 붙기'란 비판에 교육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보인권, '빅브라더'의 하수인인가?

사람들은 개인정보를 편리함과 바꾸기도 한다. 조지 오웰은 '1984년'이란 소설에서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라는 국가권력의 탄생을 예언했다. 그런데 교육계에도 '빅브라더' 바람이 몰아치는 것은 아닐까. 교육정보시스템을 반대하는 교사들의 일부는 이 시스템이 '빅브라더'의 하수인 노릇을 할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교육정보시스템의 '교무·학사 영역'을 열어보자. 담임은 인터넷에 학생 개인의 인적사항으로 다음 내용을 적어야 한다.

'영문과 한자 성명, 주민번호, 성별, 주·야간, 생년월일, 전화·핸드폰 번호, 주소, 전자메일주소….'

가족사항 등록은 한술 더 뜬다. 부모의 성명, 주민번호, 전화/핸드폰, 직업, 학력 등 수많은 정보를 넣도록 되어 있다. 게다가 부모의 학력 정보는 30여 개 항목으로 나눠 있을 정도다.

문제는 이런 기록들이 인터넷을 통해 죄다 교육부 중앙서버로 날아간다는 것이다. 학생 개인의 출결 사항과 성적, 그리고 질병 기록 또한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전교조 박상준 교육행정시스템 대책팀장은 "지나치게 많은 양의 정보를 시스템이 보유하는 것은 개인 정보 인권과 사생활 침해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칫하면 해킹 문제 등 보안의 허술함으로 중요한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강상태와 질병 치료 결과를 일일이 적어야 하는 교육행정시스템의 '보건' 영역도 문제가 심각하다. 전교조 서울지부 보건위원회 소속 교사들은 최근 발표한 의견서에서 "건강상태와 질병치료 결과가 웹을 통해 새 시스템에 쌓인다면 사생활과 인권침해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현행 교육부 훈령은 '학적부 등 학생 개인의 신상 기록을 학교 밖으로 유출할 수 없다'고 적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초·중등 학생 수는 모두 1천만명 정도. 새 시스템을 가동한 채 몇 해만 흘러도 이 데이터의 양은 4천만 명으로 불어난다.

전자주민카드제는 약과

사실 99년 정부가 추진하려다 저항에 부딪힌 바 있는 '전자주민카드제'는 일도 아니게 생겼다. 교육행정시스템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주민카드제가 41개 항목이었다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항목은 500개에 달한다.

이 정도의 정보로도 재벌들이 군침을 흘릴 만하다. 학생 1000만 명에 대한 단 한 가지 정보인 '취미' 하나만 분석한다고 해도 무슨 장사를 해야 떼돈을 벌 수 있을지는 훤히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부는 '정보유출 염려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까지 현실은 그들의 의도대로만 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강신만 북서울중 교사는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정보에 관해서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다만 부득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면 그 정보를 최소화하고 분산해 두는 것이 차선이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전국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보다는 학교에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CS를 통한 정보관리가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가 새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면 1000만 명의 학생에게 일일이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17조는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시스템의 데이터를 교사가 언제 입력했는지, 누가 수정했는지 '일거수 일투족'은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에 있는 서버에 기록된다. 교사의 행적 또한 서버 관리자가 뒤집어보려는 마음만 있으면 다 공개되는 것이다.

정보 공간에서 이를 견제할 세력은 별로 안 보인다. 오직 규칙이나 규범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지만 이를 만드는 이 또한 교육청과 교육부이기 때문이다.

"소신 갖고 노력했으니 이번엔 도움될 것"
[인터뷰] 최진명 교육부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장

▲ 최진명 교육부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장
교육행정시스템 실무를 총괄한 교육부 최진명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장.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추진팀 사무실에서 "우리가 준비한 시스템이 언론에서 문제점 위주로 부각돼 시행하는 게 두렵다"면서도 "소신을 갖고 열심히 노력했으니 문제 생기면 책임질 자세가 돼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최 팀장을 김익로 사무관 등 3명의 사무관이 배석한 가운데 2시간 30분 동안 만났다.

- CS가 이제 학교에서 안정화되고 있는데 써보지도 않고 왜 새 교육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가
"전산시스템은 계속 고쳐나가는 것이다. 정보 환경이 변했다. 시대 추세에 따라 인터넷도 발전했다. 10월 전자정부 출범에 맞춰 비록 투자된 것은 있지만 새 시스템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 97년부터 SA와 CS를 추진하면서 교육부 발표만 1400억원이 들었다. 새 시스템을 도입하면 낭비 아닌가
"그렇지 않다. CS를 유지하는 돈만 1년에 400억원이 든다. 학교 서버를 계속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 시스템을 들여오는 게 더 경제적이다."

- 그렇다면 새 시스템 도입이 처음 계획된 2000년 말부터는 CS 설치를 멈춰야 하지 않았나
"CS로 정보화 마인드가 학교에 퍼진 것은 성과라고 본다. 새로운 인터넷 환경으로 상황이 앞당겨졌다는 것을 이해해달라."

- 기존 교육정보화사업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잦은 오류수정 작업으로 선생님들이 힘들어했던 것을 안다. 그 당시 일했던 사람들도 죽을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처벌할 수 있겠나."

- 새 시스템 준비 기간과 시범기간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시범기간이 부족하다는 말, 그건 사실이다. 10월 개통까지 전산시스템을 할 수 있는 한 완벽하게 만들어 놓을 것이다. 5개 시범 시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같이 일해 왔다."

- 막상 새 시스템이 도입되면 출석부 작성에서부터 교사들이 힘들어 할 것 같다.
"시간이 끝난 다음 바로 출석부 작성을 해야 한다는 소문은 오해다. 한 며칠 정도는 나중에 적어 넣어도 된다. 그렇게 어렵게 만들어서 교사를 강제로 힘들게 하지는 않을 거다."

- 학생과 학부모 신상명세서가 인터넷에 떠다니면 정보 유출 문제는 생기지 않겠나.
"어이 없는 오해다. 최신 보안시스템을 썼기 때문에 외부유출은 안될 것이다. 보안 문제를 제일 많이 고민했다."

- 굳이 학생 전자메일이나 핸드폰 번호 따위와 상담 누가 기록 등을 시스템에 넣을 필요가 있었나.
"의무로 적을 사항들은 아니다. 담임이 필요에 따라 적으면 된다. 내 양심 걸고 말하는 데 교사 통제하려고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 새 시스템이 교사를 아이들 앞에서 컴퓨터 앞으로 끌고 올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말해달라.
"오히려 손으로 작업하는 게 더 시간이 많이 들 것이다. 출석부 체크하는 데 30초 안쪽이며 하루에 교사가 10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처음엔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손으로 쓰는 것보다는 백 번 편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교사들에게 하고픈 말을 해달라.
"CS에 대한 반감 때문에 새 시스템에 대해서도 나쁜 인상을 가질 지 모르겠으나 새 시스템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문제점 위주로 생각하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책임진다는 자세로 소신을 갖고 만들었다. 선생님들이 정부정책에 적극 참여하리라 믿는다." / 윤근혁 기자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주간 '교육희망'(news.eduhope.net) 316, 317호에 실은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쓴 것입니다.

* 교육부 최진명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장 인터뷰는 본인 허락 하에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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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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