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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부터 이동권연대는 발산역 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공개사과와 장애인 이동권의 보장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단식농성이 17일째인 오늘까지도 서울시에서는 성의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 농성 17일째 단식중인 박경석씨가 진찰을 받고 있다.
ⓒ 김형수
어제 서울시가 이명박 서울시장의 이름으로 발표한 '장애인 여러분께 드립니다'는 서울시가 근본적인 장애인 이동권 보장정책을 수립하는 대신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임시방편적인 정책만을 모색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시 홈페이지에 '장애인 여러분에게 드립니다'라는 이명박 시장의 글을 통해 발산역 사고에 대해 이명박 시장이 취임하기 전 발산역 사고로 숨진 윤재봉씨의 장례식장을 찾아간 것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부족하겠지만 앞으로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으나 여전히 공식적인 사과를 회피하고 있다.

더구나 장애인들의 단식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고압적이고 동정적인 자세로 일관하면서 언론을 통한 이른바 언론 플레이만 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서울시 지난 26일, 보건 복지국을 통해 갑작스레 몇몇의 장애인 단체에게 회의를 소집해서 '장애인용 콜택시 제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서울시는 이 자리에서 장애인들에 대한 이동 교통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제시 없이 장애인 단체가 택시 운영을 맡아줄 수 있느냐만을 반복했다.

이에 대해 장애인 편의시설촉진 시민연대는 발표한 보도 자료를 통해,
시장 취임 전에 장례식장을 찾아간 것이 발산역 사고에 대해 서울시의 시장으로 사과를 한 것은 결코 아니며 따라서 서울시는 아직도 발산역 사고에 대해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또한 서울시에서 이동권 보장을 위한 대책으로 내놓은 정책들은 이미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정책들을 반복해서 발표하거나 장애인들이 원하지 않는 비효율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러한 서울시의 자세는 근본적으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리고 서울시가 언론을 통해 발표한 2004년도까지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은 이미 1997년도에 제정된 편의증진법에서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며, 따라서 서울시가 새롭게 수립한 정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이명박 시장의 글을 자세히 뜯어 보면 이는 더욱 극명하다. 서울시는 이미 기존에 실시하고 있는 무료셔틀버스와 심부름 센터 운영을 다시 한번 반복함으로써 서울시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무료셔틀버스는 특별교통수단으로 소수의 장애인과 노인이 이용하고 있을 뿐이며, 심부름센터 역시 몇 곳밖에 되지 않아서 장애인의 이동을 보장하기에 역부족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또한 저상버스에 대한 대책도 형식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시는 "여러분이 이용할 수 있는 버스도 마련하라는 지시도 했습니다"라고 언급함으로써 마치 서울시가 저상버스 도입 계획을 수립한 것처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저상버스 도입은 단순히 지시사항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서울시에서 공식적으로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며 도입할 것을 밝혀야 할 것이다.

특히 서울시는 장애인콜택시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콜택시는 그 계획에서부터 장애인단체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며 이용자인 장애인의 입장에서 추진되기보다는 행정편의적인 계획이 되고 있다.

장애인 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배융호 실장은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는 특별교통수단으로 도입을 하면서도 마치 대중교통인 택시처럼 발표를 하고 있으며, 서울시에서는 차량구입만 지원하고 나머지 운영은 모두 민간에 위탁하여 사랑과 희생의 정신으로 운영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는 서울시민으로서의 장애인의 권리이며, 서울시의 의무의 문제이지 민간의 사랑과 헌신에 의존할 문제가 아닐 것이다.

서울시는 임시방편적이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이동권 정책이 아니라 장애인의 이동권을 근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대중교통에 대한 보장과 특별교통수단이 함께 도입될 때 보장될 수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수단인 버스와 택시에 대한 계획 없이 장애인콜택시와 같은 특별교통수단만으로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서울시의 이동권 정책은 반쪽짜리 정책이 될 것이며, 소수의 장애인의 이동만을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올린 글
장애인여러분에게 드립니다.

지난 5월 19일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 휠체어리프트 사고로 윤재봉(62)씨가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 당시 서울시장 후보였던 저는 그 분이 누워 계신 병원을 찾았습니다. 장례식장은 더 없이 쓸쓸했습니다. 고인은 오랫동안 혼자 사신 아주 외로운 분이셨습니다. 단 한 분 여동생만 오열을 참고 계셨을 뿐 위로의 말씀을 드릴 가족도 달리 안 계셨습니다.

당시 시장이 아닌 보통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장애인 삶'의 안타까운 실상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과 무관심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는가 싶기도 했습니다. 우리 모두 되돌이켜 보아야 할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시장으로 부임한 뒤 도시철도, 지하철 양 공사 사장에게 가장 먼저 "다시는 그런 사고 일어나선 안 된다. 시설보완을 철저히 하라" 고 엄하게 지시했습니다. 서울시 간부들에겐 "본인이나 가까운 친척이 장애인이 되었을 때 서울시가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를 판단해 그들 입장에서 정책을 세우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양 공사 사장으로부터 장애인, 전문가들과 함께 시설점검단을 구성해 장애인 편의시설의 위험 여부를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양 공사는 또 '역 근무지침'을 개정해 장애인 편의시설관련 업무를 역장의 첫 번째 업무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지하철건설본부로부터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에는 2004년까지 모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보고도 받았고, 여러분이 이용하실 수 있는 버스도 마련하라는 지시도 했습니다. 지난 24일 새벽엔 지하철공사 동대문운동장역 엘리베이터 공사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지시사항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도 했습니다.

또한 특별 장애인용 교통수단으로 무료 셔틀버스, 심부름 센터, '휠체어 콜택시'를 도입하는 방안 등 장애인 여러분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대책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여러분
물론 이 정도로 만족스럽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지켜 봐 주십시오. 제가 시장이 되기 전 여러분께 드린 약속은 다른 어떤 약속보다 먼저 지키도록 힘쓰겠습니다.


2002년 8월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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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eduable.jinbo.net) 사무국장을 맡아 장애인들의 고등교육기회확대와 무장애배움터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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