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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청년국토대장정에는 76명의 서울 참가자와 27명의 지역 참가자가 참여한다. 서울 참가자는 8월 1일 함께 내려 오지만 지역 참가자는 개별적으로 3시까지 집결지에 도착해야 한다. 본격적인 피서인파로 인해 무려 3시간 30분 동안 지각한 서울 참여자를 애타게 기다렸던 27명 지역 참가자의 3시간 30분을 돌아 본다.

8월 1일 오후 2시 40분

집결시간인 3시보다 먼저 도착한 8명이 대구 화원초등학교 서쪽 현관 앞에 앉아있다. 현관에 쌓여 있는 배낭들은 저들끼리 모여 대장정을 기다리는 그들만의 다짐을 하는 듯하다. 기대감 때문일까? 대원들의 얼굴에서 내일이면 걷게 된다는 두려움과 초조함은 찾아볼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모인 인원은 15명 남짓. 이들은 대구로 내려오고 있는 서울팀을 기다리며 36도의 무더위 아래 이야기 꽃을 피웠다. "지는 4조, 불사조에 정원지고 고향은 그러니까. 문경이고 촌놈입니다. 우리 잘 한번 걸어 보입시다."

자신을 촌놈이라 표현하는 소개로 시작해, 각자의 신변잡기와 기대감을 소개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꿍꿍따, 369 등의 전형적인 엠티 분위기로 이어간다. 20대라는 이름은 더위와 어색함을 한번에 무너뜨렸다.

8월 1일 오후 4시 30분

시간은 이제 4시 30분이다. 한 시간 후면 도착할 것이라는 전화가 온지는 이미 30분전이다. 하지만 서울에 출발한 76명의 대원을 실은 버스는 도착할 기미가 없고 야영을 할 운동장에는 축구를 즐기는 마을 주민과 아이들만 있을 뿐이다.

"행진팀장인데요, 피서인파로 차가 막혀 많이 늦을 거 같네요." 약속시간을 훨씬 넘겨 5시에 걸려온 행진팀장의 전화에 지루한 듯한 표정이 보이지만 이해한다는 말과 함께 대원들은 새로 도착한 대원들과 여흥을 이어 간다. 일부 대원은 허기진 듯 삼삼오오 패를 지어 식사를 하러 가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의 표정에서 피로와 지친 기색은 없다. 오히려 더 재미있는 놀이를 구상하며 분위기를 살려간다.

"여그 서는 말 하믄 안되고 기냥 눈이랑 손으로만 가리키는 건데, 알것써요?" 부산에서 올라 왔다는 26살의 한 대원은 특유의 부산 사투리와 함께 자신보다 한참 어린 대원들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함께 어울려 있는 이들의 모습에서 나이, 학벌 등으로 인한 거리감은 찾아 볼 수 없다. 오직 20대라는, 젊은이라는 모습만이 보인다.

8월 1일 오후 5시 30분

선발대인 지원팀원이 물품을 실은 트럭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 8시 30분에 출발했다는 임현태 지원팀원은 걷는 것 보다 차 타는 게 더 힘들다는 말과 함께 분주히 움직인다. 강당, 취사실 섭외부터 주변 지도 그리기까지 갑자기 늦춰진 일정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먼저 도착한 대원들은 대원 모두가 준비위원이라는 약속처럼 지원팀원을 도와 함께 움직인다. 대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얼마뒤인 6시 30분, 서울팀이 도착했다. 곳곳에서 들리는 인사소리와 조 구호는 이미 이들이 하나라는 고리로 이어져 있음을 느끼게 했다.

"아싸, 가오리~ 이제 다 모디는 거라?" 서울팀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은 후 한 대원이 외친 일갈. 그렇다. 이제는 함께 준비하고 이야기하고 걸을 것이다. 20대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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