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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눕지도 앉지도 일어설 수도 없는 청년. 하지만 이 청년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얼마나 아름다운지.

▲ 오동석씨.
ⓒ 이경숙
내가 그를 알게 된 것은 대구지역에 있는 청소년 공부방에서였다. 그는 느티나무 배움터(cafe.daum.net/treeschool)에서 운영하는 대명동 청소년 공부방(시설과 자금은 일부 구청에서 보조하고, 운영은 청소년 교육공동체인 '느티나무 배움터'에 위탁하였다) 교사였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나는 그가 교사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데, 도대체 청소년들과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내가 그를 만나면서부터는 내 속에 스멀거리고 있던 편견이 깨지기 시작하였다. 그는 교사로서 못할 것이 없었다. 그는 공부방 교사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철저히 깨주었고, 장애인과 함께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때로는 장애체험행사를 통해, 때로는 강연을 통해, 때로는 함께 먹고 자고 노는 것을 통해.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마음을 쓸어줄 줄 알았다. 그래서 그의 주변에는 항상 아이들이 있었다.

내가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목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그의 주변에 아이들이 항상 붙어서서 휠체어를 밀어주고 계단을 안고 내려가주고 화장실 볼 일을 봐주고 한 숟가락으로 같이 밥 먹는 모습에 몸둘 바를 몰랐다. 그러나 아이들도, 그도 모든 행위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의 활동은 공부방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난 7월 6일부터 사흘간 대구에서 경주까지 '장애인의 독립생활을 위해' 전동휠체어 행진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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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청년의 이름은 오동석이다. 현재는 대구 칠성동 청소년 공부방의 교사를 하고 있다. 뇌성마비 1급 지체장애인인 그가 공부방 일을 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할 것이다.

그는 현재 다른 한 명의 공부방 교사와 같이 칠성동 공부방에서 생활한다. 아침에 다른 교사가 그를 휠체어에 앉혀주고 볼 일을 봐주고 밥을 먹여준다. 아이들이 오기 전 오전에는 주로 공부를 한다. 누워서 어렵게 손가락만을 움직여 책장을 넘기면서 공부를 하는데, 어디에 한번 적어볼 수도 없이 그냥 머리 속으로 새길 뿐이다. 대학에서 재활공학을 공부하고 싶은 그는 현재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오후에 아이들이 오면 일일이 말을 걸어주고 함께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실천한다. 직접 청소를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많이 모이면 "함께 생활하는 곳이니 함께 청소하자"고 설득한다. 때로 그는 컴퓨터 작업도 한다. 나도 얼마 전에야 그가 컴퓨터 작업을 직접 하는 줄 알았다.

▲ '느티나무 배움터'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오동석(가운데 휄체어 탄 이)
ⓒ 이경숙
한 시간이 지나도 두세 줄 치기도 어렵지만, 그는 남에게 해달라고 하는 법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다만 컴퓨터 앞에 눕혀 달라고만 한다. 그에게 어떤 일도 쉽지 않은 고행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화를 내지 못하며, 자신의 신체적 한계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함을 미안해할 뿐이다.

그런 그는 매우 활동적이다. 전동 휠체어가 있을 때는 칠성동 공부방에서 대명동 공부방으로, 대현동 공부방(느티나무 배움터가 이 세 곳의 공부방을 함께 운영한다)으로 자유롭게 다니면서 회의도 하고 아이들을 만나기도 하고, 다른 장애인단체를 만났다.

사실 그의 전동휠체어는 그의 삶을 바꾸어 놓은 획기적 사건이었다.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TV 프로를 통해 얻게 된 전동휠체어는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그에게 발이 되어주었다. 누군가가 그를 전동휠체어에 앉혀주기만 한다면, 그는 어디든 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전동휠체어를 발삼아 그는 누워만 있을 수밖에 없었던 삶을 활동하는 삶으로 뒤집어 놓았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그는 힘이 죽 빠져 있다. 전동휠체어를 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전동휠체어의 고장이 잦았고, 그 수리비가 만만치 않았다. 한 달에 40만원이었던 공부방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드디어 몇 달 전에는 전동휠체어에 사실상의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수리를 하게 되면 수리비만 70만원이 넘고, 결국 수리를 해도 며칠을 더 타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새로 장만하자니 전동휠체어 가격이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생활은 빠듯하기만 하고, 대책이 없다. 얼마 전 공부방 월급이 50만원으로 오르긴 했지만, 설상가상으로 믿었던 후배에게 사기를 당해 그 카드값 메우기도 힘든 판에 당장 300만원은 꿈일 뿐이다.

그래서 공부방에서는 여러 가지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아이들과 교사들이 방학이 되면 일일 노동이나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고, 돼지저금통을 마련하고, 후원자를 조직하고 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나는 이 아름다운 청년에게 빨리 자유를 찾아주고 싶다.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웃는 그를 만나고 싶다. 그에게 전동휠체어는 자유이다!

오동석님에게 자유를 찾아 줍시다. 여러분의 후원을 바랍니다. 또한 소망합니다. 모든 장애인들이 자유의지로 다닐 수 있도록 전동휠체어가 지급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후원계좌: 예금주 - 오동석/ 계좌번호- 농협 706-02-293632

덧붙이는 글 | 느티나무 배움터는 대구 지역에서 청소년들의 교육공동체를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단체로, 현재는 대명동 공부방, 칠성동 공부방, 대현동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 배움터의 교사들은 20여명으로 상근자, 현직 교사들, 가정주부, 회사원, 대학강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공부방의 운영비는 시나 구에서 지원하는 일부 보조금과 배움터 교사들의 회비, 후원회비로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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