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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후보가 11일 임대주택 주민, 예비 신혼부부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11일 임대주택 주민, 예비 신혼부부 등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이종호
그러나 이 후보가 이날 임대아파트에서 가진 간담회에는 대부분 임대아파트 거주민들이 참석했고, 이들을 중심으로 서민주택 문제 현안에 대한 다양한 건의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이들 참석자 중 신혼부부 4명을 섭외했다는 이유 때문에 이 간담회가 '민심조작 거짓 쇼'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할리우드 액션'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정책위에서 검토 중인 서민주택 정책내용에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지원 내용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결혼할 예비부부와 신혼부부를 간담회에 참석시켰다.

그러나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주택청약저축을 10년 가까이 납입해야 가능했기 때문에 휘경동 임대아파트에 신혼부부가 거주하고 있을 리 없어 사전 섭외는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이들 신혼부부들은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스스로 이 지역에 살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이를 두고 민주당이 '속임수 민생투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영선 한나라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행사의 사실관계나 취지조차 모른 채 무턱대고 흠집내려고 중상모략을 하다니 어이가 없다"며 "이는 DJ·민주당 정권의 뒤집어씌우기·흡집내기 수법으로 이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장 부대변의 망동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민생투어에 예비 신혼부부 섭외

이회창 후보는 지난 11일 민생·정책투어 차원에서 서민주택 정책 마련을 위해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했다. 이 후보는 이날 낮 서울 휘경2동 공공임대아파트 2단지를 방문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임대 주택 거주 서민들의 고충을 청취하는 한편 서민주택과 관련한 당의 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부분 임대주택 주민들이 참석해 이 후보에게 고충을 호소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부분 임대주택 주민들이 참석해 이 후보에게 고충을 호소했다. ⓒ 이종호
이날 간담회에는 휘경동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26명과 인근지역 세입자 6명, 무주택 세입자인 신혼부부 및 예비 신혼부부 4명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신혼부부 및 예비 신혼부부가 이회창 후보를 가운데 놓고 양옆으로 나란히 앉았고, 나머지 주민들은 신혼부부 옆으로 원을 그리며 빙 둘러앉은 가운데 이회창 후보의 사회로 진행됐다.

따라서 12일 이 후보의 민생투어를 보도한 조간들은 모두 이 후보를 중심으로 이 젊은 두 커플이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내보냈다.

장전형 부대변인이 문제를 삼은 것은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 4명. 장 부대변인은 "이 후보 옆에 앉은 젊은 부부가 이 임대 아파트는 물론 동대문구에조차 살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이 후보는 임대아파트를 방문하면서 그 곳에 살지도 않는 젊은 부부를 참석시켜 속임수 민생투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부대변인은 또 "이 후보는 지난해에도 민생탐방 운운하며 한 달에 한 번 지하철 출근을 하면서 2월에 만난 여대생을 3월에도 만나는 등 '민심조작 쑈'라는 의혹을 받았던 적이 있다"며 "114평짜리 호화 빌라에서 서민과는 전혀 다른 별천지 생활을 해온 사람이 거짓으로 서민흉내를 낸다고 해서 서민이 될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장 부대변인은 이어 "노무현 후보는 돈을 주고 외부업체에 주문해서 맞춤형 민생투어를 하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한나라당, 서민주택 정책에 신혼부부 위한 정책도 포함

이에 대해 남경필 대변인은 "이번 정책투어의 취지는 주택문제로 인해서 고통받는 사람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한나라당의 주택정책을 발표하고자 한 것"이라며 "정책 투어의 주제는 주택문제 전반에 대한 것이었으며, 따라서 간담회 대상도 주택문제를 겪고 있는 임대아파트 주민, 세입자, 예비부부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남 대변인은 또 "임대아파트를 방문한 것은 주택문제의 상징적 장소라는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따라서 간담회 참석자도 대부분 임대아파트 주민들이었다"면서 "한나라당 주택정책 내용에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 주택지원 내용이 포함돼 있어 정책위원회에서 별도로 'ㅅ'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주택을 구하고자 하는 젊은 부부들을 섭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가 임대주택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이 후보가 임대주택 주민들과 인사하고 있는 모습 ⓒ 이종호
남 대변인은 또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언론에 얼굴이 보도되는 것을 꺼려해 사진보도가 예상되는 후보의 옆좌석에 신혼인 남녀 1쌍과 예비부부 2쌍을 앉히게 된 것"이라며 '사진찍기용 생색 투어'라는 비판에 대해서 반박했다.

실제 이날 간담회가 끝날 무렵 임태희 제2정조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해제된 그린벨트 및 국공유지 등을 활용, 택지를 확보해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신혼부부들을 위한 5년 임대주택을 운용하는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도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옆에 있는 예비 신혼부부에게 "집은 구했느냐?", "돈은 준비됐느냐"는 등 구체적인 현황을 묻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직장 다니면서 돈을 모으고 있다"는 이들의 대답에 "희망대로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특히 신혼부부인 정충호씨는 이 후보가 "어디에 사느냐"고 묻자 "수원에 산다"고 답해, 휘경동 임대아파트 주민이 아님을 분명히 밝혔다.

한나라당 반박에도 불구, 민주당 '동문서답' 고집

한나라당이 '주택정책에 신혼부부에 대한 정책이 포함돼 있어서 신혼부부를 섭외했다'는 주장에 대해 장전형 부대변인은 "수많은 공약이 있는데 누가 그 공약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을 일일이 다 만나서 의견을 물어보느냐"며 "서민의 애환을 듣겠다는 사람들이 결혼정보회사에 돈을 주고 사람을 섭외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장 부대변인은 또 "민생투어를 한다고 했으면 (신혼부부가) 없으면 없는대로 해야지, 임대아파트를 방문한다고 하면서 젊은 신혼부부를 동원해 이 후보 옆에 앉힌 것은 이 후보의 젊은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것"이라며 '거짓 쑈'라는 주장을 꺾지 않았다.

장 부대변인은 간담회에 참석한 신혼부부가 스스로 그 지역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결국 신문에는 그런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들은 신문에 그런 내용이 보도되지 않을 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임대아파트 현장에 나가지 않고, 서민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에서 주민들을 초청, 간담회를 갖는다고 했을 경우에도 결국 섭외 문제는 남는다.

한편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회창 후보의 민생 투어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에 대해 "당 내분과 노무현 후보의 하락하는 지지율 때문에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대해 배가 아파 괜히 심술을 부리는 것 같다"며 "'서민의 정당'이라고 부르짖는 민주당이야말로 이회창 후보의 행보에 대해 딴지나 걸 것이 아니라 노 후보 스스로 서민들의 애환을 함께 하려는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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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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