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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휘경동 공동임대주택을 방문한 이회창 후보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11일 휘경동 공동임대주택을 방문한 이회창 후보가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이종호
이 후보는 이날 낮 서울 휘경2동 공공임대아파트를 방문, 관리사무소 강당에서 주민 3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임대 주택 거주 서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한편 임대주택에 입주를 준비하고 있는 서민, 신혼부부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후보는 또 이들의 건의를 다 들은 뒤 서민주택과 관련한 당의 정책방향을 소개했다.

주민들,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서민주택 정책 시급"

이날 오후 12시 40분경, 휘경2동 주공아파트 2단지 앞에 전세버스를 탄 이회창 후보 일행이 도착하자 이 후보를 보기 위해 나와 있던 주민 20여명이 손뼉을 치며 이들을 환대했다. 분홍색 남방에 점퍼차림을 한 이 후보는 버스에서 내려 벤치에 앉아 있던 노인과 주민들에게 악수를 건넨 뒤 17평형 공공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박용대 씨 집을 방문했다.

이 후보는 박씨에게 "월 관리비는 얼마냐?", "이 집을 사려면 얼마를 더 지불해야 하느냐"고 묻고, "임대기간이 끝나는 5년 뒤에는 집을 장만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2단지 관리사무소 지하 강당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 자리에는 정충호(31. 직장인)씨 등 예비 신혼부부를 비롯해 임대아파트 거주자, 반지하 주택 세입자 등 30여명의 주민이 참석했다.

이 후보가 신혼부부, 임대주택 거주자, 반지하 주택 거주자 등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후보가 신혼부부, 임대주택 거주자, 반지하 주택 거주자 등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이종호
이회창 후보는 점퍼를 벗고, 간단한 인사말을 한 뒤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하는 등 직접 사회를 보며 간담회를 진행해 예전의 경직된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이 후보는 인사말에서 "내가 휘경동 메리야스 공장 뒤에서 10년을 살았기 때문에 우리의 정책투어를 여기서 처음 시작하게 돼 기쁘다"면서 "그 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국민을 만나왔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해야할 정책을 직접 국민들로부터 듣고 실천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또 "우리도 주택문제에 대한 정책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성이 있나를 검증하고, 다급한 문제를 확인, 다듬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며 "모처럼 와서 여러분을 만나는 것은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 기탄 없이 얘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후보는 이어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집은 구했느냐?", "돈은 준비됐느냐"고 묻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직장 다니면서 돈을 모으고 있다"는 대답에 "희망대로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날 참석한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들은 이 후보에게 ▲임대주택 거주자들도 다른 주택청약 허용 ▲분양자금 저리 융자 ▲공공임대주택 교통, 환경 문제 해소 ▲공공임대주택 평수 확장 ▲공공임대주택 상시 분양 허용 ▲올 12월 끝나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제도 연장 ▲장애인을 배려한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을 요구했다. 또 반지하 주택 세입자들은 ▲공공임대주택 확충 ▲주택전세자금 융자 저리 지원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후보는 반지하 주택 세입자인 한 노인이 "비가 오면 방에 물이 차서 몸이 둥둥 떠다닌다"며 "요즘엔 다리가 아파서 일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하자 "아이고, 저런, 저런"이라고 연신 탄성을 지르며 함께 안타까워했다.

이 후보는 또 한 공공임대주택 거주자가 "임대를 받기 위해 대출을 받았는데 아직 그것도 갚지 못하고 있는데 5년 뒤에 어떻게 분양을 받겠느냐"며 정부의 분양자금 저리 융자를 요구하자 "그렇죠, 5년은 너무 짧죠. 허허"라며 호응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김미리(39. 주부) 씨가 "김대중 대통령이 올 12월까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으로 7천만원을 저리에 대출해주고 있는데 사실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 것 아니냐"며 "솔직히 누가 대통령이 돼도 상관없으니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달라"고 강하게 주문하자, 이 후보는 간담회가 끝난 뒤 김씨에게 "주민 대표인 줄 알았다"며 악수를 권했다.

한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원(48)씨는 이 후보에게 "주택문제도 문제지만 '상가임대차보호법' 때문에 상가 주인들이 내년부터 전세금을 올릴 수 없게 되자 올해 두 배로 전세금을 올리는 등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면서 계속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 "내집마련 시기를 현행 15년에서 10년으로 단축"

이회창 후보가 간담회 직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회창 후보가 간담회 직후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이종호
이 후보는 간담회 내내 참석자 한 명, 한 명을 지명해가며 고충을 물어본 뒤, 적극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나도 전세 들어갔다가 상환해서 국민주택을 산 적이 있다"는 등 자신의 경험담을 끄집어내 참석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이 후보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난 후 "저도 1961년 장가를 가서 전셋집에 살았지만 상환받은 국민주택의 부금이 밀려 법원에서 집에 딱지를 붙였다"며 "집을 옮겨 다니면서 형편이 안좋아 전화비를 낼 돈이 없어 전화를 설치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서민 주택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교통, 위생, 치안 등 주거환경이 개선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늘려야 하고, 5년 뒤 임대주택을 분양 받을 때 분양금의 저리 상환을 늘려야 한다"며 "현 정부는 봉급생활자의 내집 마련 시기를 15년으로 잡고 있지만 나는 이것을 10년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특히 "주택문제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국민들에게 '전시용', '쇼'로 이용되기가 쉽다"며 "주택문제는 인생의 삶의 조건이기 때문에 주택문제에 관해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서민주거 안전기획단'을 설치, 일관되게 주택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와 동행한 임태희 제2정조위원장도 참석자들에게 "해제된 그린벨트 및 국공유지 등을 활용, 택지를 확보해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신혼부부들을 위한 5년 임대주택 운용, 임대주택 거주자들을 위한 장기 저리 주택자금 융자, 임대주택 대기자를 위한 주거비 보조 등 서민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당의 입장을 설명했다.

한편 이 후보는 12월 대선에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기 위해 16개 시도를 돌며 서민생활과 복지, 농업, 중소기업, 교육, 보건, 환경 등 다양한 민생 관련 주제에 대해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할 방침이다.

특히 이 후보가 이날 국회 후반기 원구성에서 종전의 국방위에서 의원들의 선호도가 낮은 환경노동위로 자리를 옮긴 것도 '국민 속으로'라는 구호아래 진행되고 있는 민생·정책 투어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로서는 과거 귀족이미지를 불식하고 서민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임으로써 스스로 서민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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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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