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오늘날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고급 백주인 '우량예'
ⓒ 우량예회사 홈페이지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君不見)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黃河之水天上來)
콸콸 흘러 바다에 이르면 다시 돌아오지 못함을?(奔流到海不復回)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君不見)
귀한 저택에 앉아 거울에 비친 백발을 보며 서러워하는 것을(高堂明鏡悲白髮)
아침에 푸른 실 같은 머리카락이 어느덧 눈처럼 세어졌네.(朝如靑絲暮成雪)

인생이란 때를 만났을 때 즐거움을 다해야 하니(人生得意須盡歡)
금 술잔을 부질없이 달 아래 홀로 두지 말게나.(莫使金樽空對月)

하늘이 내게 주신 재능은 반드시 쓸 곳이 있을지니(天生我材必有用)
천금의 돈도 다 쓰고 나면 다시 돌아오게 마련일세.(千金散盡還復來)

양을 삶고 소를 잡아 즐겨보세(烹羊宰牛且爲樂)
모름지기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은 마셔야지.(會須一飮三百杯)
- 이백, '장진주'(將進酒, 술을 권하며) 중 전반부

중국은 술의 나라다. 어느 지방이나 지역특산 명주가 있고 이를 함께 할 수 있는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다.

중국에는 한국 못지않은 주당들이 많다. 친구를 만날 때 사업을 논할 때 술은 빠질 수 없는 대화의 윤활유다.

한국인을 중국술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은 '배갈', '고량주'로 일컫는 백주(白酒, 바이지우)이다. 짙은 향기에 40도 이상 높은 도수의 증류주인 백주는 풍성하고 화려한 중국요리와 함께 한국인의 입맛을 돋운다.

우리식 '원샷'과 같은 중국인의 '간베이'(干杯)는 술을 권하는 한국문화와 중국이 별반 차이가 없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간베이'한 뒤 두 손으로 잔을 잡고 45도로 기울여 술잔의 밑바닥을 상대에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르긴 하지만.

▲ 마오타이, 우량예와 더불어 외국 국빈 방문시 접대용으로 나오는 '궈자오1573'.
ⓒ 루저우라오자오회사 홈페이지
유구한 중국 백주의 역사와 8대 명주

@BRI@중국 백주의 역사는 대략 5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백주를 담그던 술 제조 유적은 중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오늘날 중국에서 소비되는 전통주 가운데 으뜸도 단연 백주이다.

2003년 현재 중국 주류의 총 생산량은 3200만톤에 달하는데, 이중 백주가 331만3500톤이다. 비록 2540만톤의 생산량을 기록한 맥주에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다른 종류의 술들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백주시장의 규모는 550억위안(약 6조6000억원)로 추산된다. 중국 각지에 산재한 백주 제조업체만 3만7000여개에 달하고 시장에 나오는 백주 브랜드만도 수백 개이다.

백주회사의 난립과 지나치게 많은 브랜드 종류 때문에 중국은 지난 반 세기 동안 다섯 차례에 걸친 술 평가회를 열었다. 소비자에게 권장할만한 명주 선정을 위한 것이다. 다른 종류의 술도 선정하긴 했지만 뭐니 해도 그 주대상은 백주였다.

1952년 중국 경공업부 주최로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술 평가회에서 선정된 국가급 백주는 4가지. 꾸이저우의 마오타이(茅台), 루저우의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 산시의 펀지우(汾酒), 시안의 시펑지우(西鳳酒)이다.

1963년에 열린 제2회 술 평가회에서는 이빈의 우량예(五粮液), 하오저우의 구징공지우(古井貢酒), 청두의 첸싱따취(全興大曲), 준이의 동지우(董酒)가 추가됐다. 이를 통해 유명한 '중국 8대 명주'가 탄생했는데, 몇몇 술은 빠지고 다른 술이 더해지긴 했으나 오늘날까지 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 천부지국 쓰촨의 풍요를 가져다준 원동력이 된 두장옌의 고대수리시설.
ⓒ 모종혁
중국인이 사랑하는 명주를 낳은 고장, 쓰촨

▲ 청두에서 두보가 살던 초당에 마련된 한 전시실의 이백 조각상. 시선으로 불리는 이백은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쓰촨에서 보냈다.
ⓒ 모종혁
21세기 중국 8대 명주에 들어가는 백주 가운데 유독 한 지방이 4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우량예, 루저우라오자오, 첸싱취지우, 젠난춘(劍南春) 등을 생산하는 쓰촨(四川)성이다.

양쯔강, 민강(岷江), 퉈강(沱江), 자링강(嘉陵江) 등 네 갈래의 큰 강이 흘러 지어진 쓰촨은 예부터 '천부지국'(天府之國)이라 불릴만큼 문물이 풍부했다. 거대한 분지에 2천여년 전 지금도 사용되는 고대수리시설 두장옌(都江堰)의 물을 통해 비옥한 농토를 지닌 쓰촨. 이곳은 중국 중원과 상이했던 파촉(巴蜀)문화에 북방에서 내려온 한족이 융화하면서 이질적인 쓰촨문화를 꽃피웠다.

작가 린원쉰은 저서 <청두인>에서 "쓰촨문화는 중국의 남북문화가 한데 엉킨 독특한 형태"라며 "쓰촨 사람들은 기본적인 먹고 사는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어서 유유자적하면서 문학적인 소양이 깊은 문화를 창조했다"고 말했다.

린 작가의 지적처럼 쓰촨은 걸출한 문인들을 무수히 배출했다. 당대 시선(詩仙) 이백, 송대 문호 소동파를 비롯해서 현대에는 바진(巴金), 궈모뤄(郭沫若) 등이 쓰촨 출신이다. 이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시성(詩聖) 두보 또한 쓰촨에 머물면서 주옥 같은 명시를 수백 편 남겼다.

한중으로부터 유입된 북방문화와 화남지역에서 들어온 남방문화가 혼재된 쓰촨에서는 사람들의 기질도 복합적이다. 북방과 같은 사합원 가옥에 살면서 배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지닌 쓰촨인들은 아쉬울 게 없는 생활환경 속에서 느긋하고 호기심 많은 기질을 지니고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매운 요리의 대명사 쓰촨요리를 즐기는 쓰촨인들은 술 마시는 습관도 끝을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풍부한 수량과 문물, 기름진 옥토와 넉넉한 생활, 다채로운 음식,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오늘날 쓰촨이 명주의 고장으로 이름 낸 원동력이었다.

▲ 한국인이 좋아하는 중국요리 중 하나인 휘궈러우(回鍋肉). 가장 보편적인 쓰촨요리이기도 하다.
ⓒ 모종혁
한국 주당들도 좋아하는 쓰촨 백주의 오묘한 맛

백주는 맛과 향기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마오타이가 대표하는 장향(醬香)형, 우량예가 대표하는 농향(濃香)형, 펀지우가 대표하는 청향(淸香)형이 그것이다.

외국인은 각기 다른 맛과 향기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중국인들이 백주 품평을 할 때 이 분류법을 기준으로 한다. 양쯔강 지류의 맑은 물을 사용해 최소 70일 이상 발효하여 만드는 방식의 농향형은 쓰촨 백주의 전형적인 제조법이다.

색깔이 맑고 투명한 농향형 백주는 향기가 입에서 돌돌 말리고 술 맛이 오래간다. 또한 오래될수록 그 맛과 향기가 진한 발효술이기에 도수가 50도가 넘어도 자극이 없고 술맛이 부드럽다.

진한 향기의 중국 백주를 싫어하는 한국 주당들도 한 번 쓰촨산 백주에 맛들이면 그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연유에서 기인한다.

태그:#백주, #중국, #대표술, #쓰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