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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관에 걸려 있는 역대 대통령 사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청남대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
전시관에 걸려 있는 역대 대통령 사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청남대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 오마이뉴스 심규상

청남대 내 역대 대통령물품 전시실이 다시 설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충청북도와 청남대 관리사업소는 지난 2003년 청남대 내에 역대 대통령 물품전시실을 전시했다가 지역시민단체들로부터 찬양기념관을 조성한다는 거센 항의를 받고 전시실 및 전시 물품을 폐쇄, 철거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찾은 청남대는 철거 직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남대 관리사업소 건물의 일부시설을 리모델링해 역대 대통령 물품 전시실을 재조성한 것.

우선 현관 로비에 설치했다 철거한 이승만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의 대형 사진은 제1전시실로 자리만 옮겼다.

이어 2개의 전시실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 이후 역대 대통령 가족들이 사용한 수영용품·스케이트·배드민턴·게이트볼·골프용품 등 운동용품 수백여점이 전시돼 있었다. '5·6공시절 대통령-영식 사용(남)' '노무현 대통령이 아침산책 중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라는 설명이 붙은 자전거도 전시돼 있다.

대형 사진 아래에는 '5공 영부인께서 1번홀 티샷' '5공 양어장에서 스케이팅 하시는 전두환 대통령 내외분 사진' 등의 설명이 붙어있다.

치약·칫솔에서 식기·침구류까지...

ⓒ 오마이뉴스 심규상
ⓒ 오마이뉴스 심규상
또다른 전시실은 5공 이후 역대 대통령 및 가족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이 차지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치약·칫솔·물컵·부채·실내화·식기류·침구류 등이다. 각 전시물품에는 주로 사용하던 대통령 내외분과 가족들의 이름 등이 붙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대형사진 아래에는 '비폭력 평화상, 1994년 마틴루터킹 센터가 수여한 세계적인권운동평화상'이라는 안내문이 써 있다.

또 다른 벽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전경을 담은 항공사진이 걸려 있다. 이 항공사진 속에는 (김 전 대통령의) 생가를 중심으로 모친·조부모·백부모 등의 묘소 위치를 별도 표기해 놓았다.

이같은 물품들도 지난번 폐쇄 또는 철거됐다 자리만 옮겨졌고 일부 물품의 경우는 이번에 새로 선보인 것이다.

청와대 경비대는 '국가관 고취' 위한 청소년 교육장?

같은 층 맞은 편에는 '338경비대 전시관'이 역대 대통령 물품전시실과 비슷한 규모로 갖춰져 있었다. 전시관 입구에는 '대통령 경호실소속 338경비대 관련 물품'이라는 안내와 함께 조성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국가관과 국방의식을 고취시키고 군생활을 인지시키고자 마련한 장소입니다."

내부에는 당시 경비대장실과 부대장실, 지원과, 정보작전과 등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특히 지원과에는 사병들이 사용하던 식기와 침구, 운동화 및 무기류가 그대로 전시돼 있다.

골프장 근교에는 선박전시장이 새로 조성됐다. 전시된 선박은 대통령전용 선박인 '영춘호'(청남대의 옛이름 영춘재)로 휴양시 가족들과 대청호를 둘러볼 때 사용하던 것이다.

"'원성의 땅' 청남대에 다시 대통령의 부활이"

ⓒ 오마이뉴스 심규상
ⓒ 오마이뉴스 심규상
이 때문에 충북도와 청남대 관리사업소가 역대 대통령의 권력 남용에 대한 부끄러운 과거를 미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실제 곳곳에 배치된 안내직원들도 '000 전 대통령이 청남대 구상을 하시던 곳' '000 전 대통령이 애용 하시던 곳' 등의 설명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날 현장에 동행한 김창규 목사(청주시 나눔교회)는 "청남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르며 인근 주민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짓밟은 원성의 땅"이라며 "그런데도 전두환 전 대통령 등 비난을 받는 대통령과 경호부대가 아무런 역사적 평가 없이 청남대에서 부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어 "충북도가 지난 번 역대 대통령들의 물품을 전시했다가 반(反)역사적이라는 항의를 받고 모두 철거한 바 있다"며 "은근슬쩍 또다시 대통령 물품을 전시하는 것은 역사적 몰이해이고 약속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충북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5·6공화국 당시 대통령들이 쓰던 사적인 물건을 보며 인품이나 민족애를 느낄 국민이 몇 명이나 되겠냐"며 "단순한 호기심 자극식 운영에서 벗어나 역사적 교훈을 얻어 갈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해야한다"고 말했다.

관리사업소 "3년 전 약속 때와는 사회분위기 변했다"

이에 대해 청남대관리사업소 신현구 운영팀장은 "지난 4월부터 전시실을 개방했지만 지난 6월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청남대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구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신 운영팀장은 지난 2003년 폐쇄 및 철거 당시 약속과 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때와 지금은 사회 분위기가 많이 변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한편 충북도는 지난 2003년 환수받은 청남대를 '대통령 기념관' 개념을 중심으로 한 관광명소로 육성하기로 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이 사용하던 물품전시실을 갖췄다가 지역시민사회들의 천막농성 등 항의를 받고 전시실을 폐쇄, 철거한 바 있다.

남쪽 청와대... 20년간 왜 원성 샀나
청남대, 조성에서 개방까지... 최다 이용자는 전두환·노태우

▲ '청남대'는 지난친 권력남용으로 원성의 표적이라는 오명속에 지난 2003년 충북도로 관리 및 소유권이 이양됐다.
ⓒ심규상

청남대는 1980년 전두환 대통령이 지시로 1983년 완공됐다. 총면적은 충북 청원군 문의면 신대리 일대 184만㎡(55만8천여평). 청와대 경호실 소속 338경비대가 상주했다.

이후 역대 대통령은 여름휴가 등 매년 4~5회씩, 20여년간 모두 88회 400여일을 이곳에서 지냈다. 가장 많은 이용빈도를 보인 역대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하지만 청남대가 들어서면서 이 일대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대청호 어업구역도 크게 축소됐으며 1982년부터 운행되던 문의-장계리간 유람선 운항도 3개월 만에 중단됐다. 충북도가 문의면 일대를 국내 최대 국민관광휴양지로 조성키로 한 계획도 백지화됐다.

인근 문의면 주민들에게 청남대가 원성의 표적이 된 것은 일년 중 단 며칠간의 대통령 가족들의 휴가를 위해 지나치리만큼 삼엄한 경호로 주변 주민들의 생존권과 인권을 철저히 무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4중의 경계 철책은 주민들에게 권력남용의 상징으로 비
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청남대 반환식 행사에 참석해 "청남대는 원성 속에 조성됐기 때문에 인정받는 시설이 아니라 '원성의 표적'이 돼버렸다"고 단언한 바 있다.

청남대는 지난 2003년 4월 충청북도로 이양돼 일반에게 개방됐고 지난 해의 경우 75만 명이 관람객이 몰렸다. / 심규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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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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