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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이 끝난 후 악수하는 두 대표. 왼쪽이 하병옥 민단 단장, 오른쪽이 조총련 서만술 의장.
서명이 끝난 후 악수하는 두 대표. 왼쪽이 하병옥 민단 단장, 오른쪽이 조총련 서만술 의장. ⓒ 박철현

"잘 오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조총련 서만술 의장)
"네, 감사합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민단 하병옥 중앙단장)


17일 재일본대한민국민단(단장 하병옥, 이하 민단)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의장 서만술, 이하 조총련)가 근 50년만에 역사적인 수뇌회담을 갖고 그간의 반목을 청산하고 화해의 길로 나갈 것을 공식발표했다.

200여명에 가까운 내외신 보도진이 몰린 가운데, 오전 10시20분 민단의 하병옥 단장을 포함한 대표단 7명이 승용차 두대에 나누어 타고 동경 치요다구 이다바시에 위치한 조총련 중앙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민단의 책임자가 조총련 중앙본부로 찾아온 것도 처음있는 일이다.

민단 대표단이 차에서 내리자 총련의 서만술 의장을 비롯한 대표단 7명은 환하게 웃음 지으며 하병옥 단장과 악수를 나눴다. 서만술 의장이 "잘 오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자, 하병옥 단장은 "반갑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라고 답하고 서만술 의장의 손을 굳게 잡았다.

민단이 창설된 1946년, 조총련이 조직된 1955년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중앙본부 현관입구에서 민단 대표단을 맞이하는 조총련 대표단. 화면 오른쪽 안경쓴 사람이 민단의 하병옥 단장. 뒷모습이 조총련의 서만술 의장.
중앙본부 현관입구에서 민단 대표단을 맞이하는 조총련 대표단. 화면 오른쪽 안경쓴 사람이 민단의 하병옥 단장. 뒷모습이 조총련의 서만술 의장. ⓒ 박철현
9층 회의실에서 환담을 나누는 양측 대표단
9층 회의실에서 환담을 나누는 양측 대표단 ⓒ 박철현
이들은 바로 중앙본부 정원으로 이동하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9층 회의실로 이동해 환담 및 그간의 감회를 나눴다.

서만술 의장이 "정말 오랜 시간이었습니다"면서 "이제 우리들이 손을 잡고 우리 후손들에게는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라고 말을 꺼내자 하병옥 단장은 "어제 일본 매스컴에 크게 보도가 되자, 오후에 전화통이 불이 났습니다"면서 "그만큼 우리 동포들이 이번 선언을 기다려왔던게 아닌가 합니다"라며 화답을 한다.

또 하병옥 단장은 보수파로 불리웠던 전 민단중앙대표단에 대해 서슴없이 비판한다.

"사실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미 지역에서는 몇년전부터 총련과 민단이 같이 어울려서 지역행사, 동포행사도 하고 있는데, 중앙에서 이것들을 인정하지 않았었지요. 저희들도 그런 중앙을 비판하고 그랬었습니다. 더 빨리 이런 자리가 이루어질 수도 있었는데 많이 아쉬웠습니다."

일부 일본 매스컴에서는 이번 수뇌회담이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에 따른 이벤트', '납치문제를 불식시키려는 전략' 등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 단장을 비롯해 올해 2월 중순의 중앙대회를 통해 선출된 민단의 현 중앙지도부는 기존의 보수파와 그 선을 명확하게 그어왔다. 하 단장은 당시 대표 인사말에서 "필요하다면 스스로 총련측으로 발걸음을 옮겨, 그간의 대립과 이후의 화해를 위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서만술 의장은 하병옥 단장의 이 말에 대해 "아니, 그런 것은 이제 잊어버리고 앞으로 우리들이 동포들의 삶과 민족교육 등에 대해 어떻게 협력하고 나아갈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을 한다.

서명 직후 1층 홀에서 환하게 웃음짓는 양측 대표.
서명 직후 1층 홀에서 환하게 웃음짓는 양측 대표. ⓒ 박철현
이날 총련중앙본부에는 내외신 취재진 약 2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날 총련중앙본부에는 내외신 취재진 약 200여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었다. ⓒ 박철현
약 20분 정도 회담이 진행된 후 11시10분경 2층 대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5.17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하병옥 단장과 서만술 의장은 공동성명에 서명을 한 후 뜨거운 악수와 포옹을 나누면서 약 1시간 가량의 공동회담이 끝이 났다.

공식적인 기자회견은 없었고, 개인적으로 만난 민단의 관계자는 이후 "앞으로 6.15 공동선언 해외지역 실행위원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등 재일동포, 민족공동의 삶에 대해 민단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라고 밝혔다.

조총련 통일운동국 관계자는 "총련과 민단의 관계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며, 지금까지 반목의 역사가 깊었던 만큼 앞으로는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었다.

한편 이번 회담에 대해 <요미우리> <아사히>등 일본의 거대 언론들은 16일자 석간 1면 톱기사로 '민단, 총련 역사적 화해'를 다루었고, 17일에는 거의 모든 일본의 유력지들이 총출동하여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AFP 통신사 동경지국의 오자와 하루미 기자는 "남북간 대립을 상징하는 두 단체가 실질적으로 화해를 하고, 양 단체의 수뇌들이 대화를 가진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뉴스거리"라면서 "또 이 두 단체의 협력이 앞으로 납치, 북·일 국교정상화 등이 남아있는 정부의 외교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 등도 큰 관심사이기 때문에 취재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음은 조총련과 민단이 동시에 발표한 공동성명 전문이다. 공동성명은 조총련측과 민단측이 따로 한부씩 준비했으며, 각 단체명이 먼저 나오는 것을 제외한다면 내용은 같다.(공동성명은 민단측의 성명서를 게재한다.)

공동성명서는 양 단체별로 1부씩 나왔으나 내용은 같다.
공동성명서는 양 단체별로 1부씩 나왔으나 내용은 같다. ⓒ 박철현

재일동포들과 내외의 큰 기대와 관심 속에 5월 17일 재일본대한민국 민단 중앙본부 하병옥 단장을 비롯한 대표들이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중앙본부를 방문하였다. 하병옥 단장을 비롯한 민단중앙대표들과 서만술 의장을 비롯한 총련 중앙대표들 사이에서 역사적인 상봉과 회담이 진행되었다.

민단과 총련은 회담에서 6.15 공동선언이 천명한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 민족적 단결과 통일에로 나가는 민족사의 흐름에 맞게 두 단체간에 오래 지속되어 온 반목과 대립을 화해와 화합으로 확고라게 전환시킬 것을 서로 확인하였다.

민단과 총련은 새 시대의 요구와 동포들의 지향에 맞게 화목하고 풍요한 재일동포 사회를 훌륭히 건설해 나감으로써 21세기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한 민족적 위업에 크게 공헌해 나갈 의지를 표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민단과 총련은 두 단체의 화해와 화합을 이룩하고 재일동포 사회의 민족적 단합을 위하여 앞으로 서로 힘을 합쳐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민단과 총련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민족적 운동에 적극 동참해 나가며 6.15 민족통일 대축전에 일본지역위원회 대표단 성원으로 참가하기로 하였다.

3. 민단과 총련은 8.15 기념축제를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하였다.

4. 민단과 총련은 현시기 재일동포사회에서 민족성의 희석화와 상실 현상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심각히 보고 민족성을 고수발양시키기 위한 새 세대 교육과 민족문화의 진흥 등의 사업에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5. 민단과 총련은 동포사회의 고령화, 소자화 대책을 비롯하여 제반 복지활동과 권익 옹호 확대를 위하여 서로 협조해 나가기로 하였다.

6. 민단과 총련은 이상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양 단체간에서 앞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창구를 설치하고 수시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2006년 5월 17일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단장 하병옥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의장 서만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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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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