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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학부모의 공교육비 부담을 줄여준다고 해도 지금의 학문중심적 엘리트 교육체계에서는 사교육비 부담이 여전히 남는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학원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학부모의 공교육비 부담을 줄여준다고 해도 지금의 학문중심적 엘리트 교육체계에서는 사교육비 부담이 여전히 남는다. 사진은 서울 강남의 학원가. ⓒ 연합뉴스 한상균
학교 교사를 모두 비정규직 강사로 만들어라. 그리고, 한 달에 두세 번 시험을 봐서 학생들 성적이 안 오르면 2주 전에 통보하여 해고하라. 그러면, 선생들이 죽기 살기로 학생들을 공부시킬 것이고, 학생들은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것이 해결책인가?

공교육을 평생학습 시스템에 맞게 전환해야 한다. 평생학습은 배우는 나이와 배우는 장소, 배우는 내용에 대하여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학문 중심적 학력보다는 실제 능력을 더 필요로 한다. 그 능력이 학교에서 취득되었는지, 언제 취득되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평생학습 시스템에서 학교는 어떻게 변화하나?

우선, 개별 학습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육경로가 다양해진다. 우리나라의 교육체계는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식의 단선형 학교제도의 계단을 따르도록 되었는데, 학습자의 요구에 따라 다른 교육경로를 선택할 수가 있다. 즉 폐쇄형 교육시스템에서 개방형 교육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개방형 교육시스템을 위하여는 ① 학교 밖의 다양한 학습자원들과 연계된 수업 체제 도입, ② 단계별 학년별로 표준화된 학력인증제 도입, ③ 교육계좌제 도입 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게 학습자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사례를 통하여 보자.

홍길동은 중3 학생이다. 그는 요리에 남다른 관심과 소질을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 요리사가 되는게 꿈이다. 학교에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과목이 각 수준별로 개설이 되어 있다. 수준별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한 교실에 여러 학년이 섞여 있기도 한다.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기 위하여 얻어야 하는 최소한의 성적이 각 과목별로 정해져 있다(표준화된 학력인증제).

홍길동은 이미 모든 과목에서 다음 학년으로 진급할 성적은 확보하였다. 그래서, 담임선생님께 이야기해 학교와 연계된 요리학원에 다니기로 하였다. 다만, 미래를 위하여 영어와 국어는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 심화학습반 수업을 듣기로 하였다. 그리고, 체육으로 테니스를 배우기로 하였다. 홍길동은 영어, 국어, 테니스를 배우는 시간 외에는 요리학원에서 실습과 이론 공부를 한다.

교육예산 GDP 6%면 고교 무상, 대학등록금 77% 지원 가능

홍길동의 담임은 요리학원과 연락을 하여 홍길동의 요리공부 진척도를 체크하고 홍길동의 교육계좌에 기입한다. 이 교육계좌는 홍길동을 계속 따라 다닐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여야 모두 GDP 6% 교육 예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2004년의 교육 예산은 4.2% 수준이었다. 금액으로는 공약보다 13조원 부족한 금액이다. 공약대로 13조원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대학등록금의 77%를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민노당 분석자료). 그러나, 이와 같은 예산을 투입하여 학부모의 공교육비 부담을 줄여준다고 해도 지금의 학문중심적 엘리트 교육체계에서는 사교육비 부담이 여전히 남는다.

향후 교육개혁은 현재와 같은 폐쇄적인 단선형 학교제도를 평생교육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는 기존의 학교에 추가적인 예산을 배정하여 양적인 개선을 이루기보다 새로운 대안 학교의 모델을 세우는데 집중 투자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 아이를 사교육비 부담 없이 지식기반 경제에 맞는 인재로 키우는 방향으로 교육개혁 방향이 제시된다면, 아이 낳기를 꺼릴 이유가 없으며 세금을 좀 더 내는데 저항할 이유가 없다. 어차피 학원비로 내나 세금으로 내나 그게 그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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