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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제개혁 방안 가운데 하나로 추진중인 간편납세제도 도입과 관련해, 참여연대는 1일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간편납세제도를 도입할 경우 과세형평성 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최영태 회계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형평성뿐 아니라 정부의 과세정책의 일관성마저 흔들릴 우려가 있는 제도를 국회에서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자영업자의 탈세를 정부가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9월 정부는 성실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스스로 손쉽게 세금을 신고, 납부하기 위한 간편납세제도 도입 방안을 밝히고,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현재의 과세시스템 상 성실 납세자를 가려낼 방안이 명확하지 않고, 그동안 이와 유사한 제도가 시행돼 왔지만 오히려 탈세의 수단으로 전락해 왔다는 점 등이 지적돼 왔다.

이상민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팀장은 "정부가 성실납세자의 납세 편의를 도모한다고 하지만 성실 납세자를 가려낼 방법도 없다"면서 "오히려 정부의 근거과세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 사이의 과세 불평등과 자영업자 사이에서도 형평성 문제 등 여러 문제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면서 "정부가 정말로 성실납세자의 납세편의를 돕고 싶다면 먼저 소득파악을 철저히 해서 과세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참여연대가 내놓은 논평 전문.

자영업자 간편납세제도 도입 반대한다

자영업자에 대하여는 세제간편화보다 과표양성화가 선결과제

도입되면 자영업자의 탈세를 정부가 방조하는 결과 초래 우려

1. 정부가 지난 9월 말에 발의한 자영업자에 대한 간편납세제도 도입 관련 법안의(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 통과여부가 국회 재경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 최영태 회계사)는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온전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간편납세제도를 도입하게 될 경우 ▲ 간편납세제도로 세무조사 면제의 혜택을 받는 자영업자와 일반 근로소득자사이의 과세형평성 문제가 심화될 우려가 있고 ▲ 그동안 기장확대를 추구한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상실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따라서 국회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간편납세제도를 시간에 쫒겨 검증도 하지 않고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에 대한 과표양성화를 위한 장치를 서둘러 마련한 후, 제도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증을 거쳐 도입하여야 한다.

2. 물론 간편납세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는 정부의 주장처럼, 효율적인 납세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의 납세 편의를 도모하는 것은 중요하다. 실제로 그가 성실납세자라는 것이 증명만 된다면 그에게 더 많은 혜택을 해주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성실납세자를 가려낼 방법이 없고, 따라서 성실납세자의 납세 편의를 도모하는 한다는 명분으로 근거과세 원칙을 훼손하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실제로 그간 도입된 많은 특례제도가 애초의 좋은 취지와 달리 탈세의 온상이 되어 온 까닭은 그 제도의 대상자가 성실한 납세자인가를 가려낼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간편납세제도의 적용대상을 ‘거래가 투명하게 노출되는 장치’를 운용하는 사업자에 한하여 선택적으로 적용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자영사업자 중에서 그나마 나은 사업자라는 의미일 뿐 이들이 진정으로 성실사업자라는 증거는 찿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세무조사 면제 운운하다보면 이들 사업자마저 불성실한 사업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3. 간편납세제의 혜택을 받는 자영업자는 회계기준상 소득과는 거리가 있는 간이소득으로 과세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4대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기초인 자영업자 소득파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간 과세형평성의 해결은 더욱 요원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도시 가계수지 기본통계표’를 따르면 자영업자 가구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226만원 이지만 조세지출금액은 단지 4만8천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로자가구의 소비지출(월평균 213만원)과 조세지출금액(월평균 10만8천원)과 비교해보면 우리사회에서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가 얼마나 미진한 가를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과세 원칙과 조화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가는 간편납세제도를 서둘러 도입하는 것은 정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던 간에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4. 또한 이 제도는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간의 과세 불평등의 문제를 야기시킨다. 정부가 노력을 해서 설사 성실한 자영업자를 가려낸다 하더라도 이들에게 사실상 실효세율 인하를 효과를 가져오는 식의 ‘세제지원’을 한다면 이는 똑같이 소득세를 내면서 이들보다 더 높은 투명성과 성실성을 보여 온 근로소득자를 차별하는 결과를 발생시킨다.

또한 이 제도는 자영자간에서도 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정부가 지정한 대상 사업자내에서도 불성실 사업자가 있을 수 있고 지정되지 않은 사업자라 할지라도 성실한 사업자가 있을 수 있음에도 정부가 지정한 사업자만 간편납세제도의 혜택을 받는다면 이는 불공평하다.

5. 효율적인 납세시스템을 구축하여 납세자의 납세 편의를 도모하는 것은 세제와 세정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과표양성화율이 30%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과표양성화와 소득파악문제는 제쳐두고 납세 편의를 도모하는 것은 일의 선후가 바뀐 일이다. 세금 납세제도를 고쳐 간편하게 납세하는 제도를 만드는 일은 제대로 세금을 내는 제도를 만든 후 할 일이다.

결국 정부가 진정으로 성실납세자의 납세편의를 돕고 싶다면 먼저 소득파악을 철저히 해서 과세인프라를 확충, 탈세정보의 공개, 공정하고 투명한 세무조사 등을 동원하여 성실한 납세자를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을 스스로 갖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회도 세수부족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를 서둘러 통과시킨다면, 안그래도 세금부담에 있어 혜택을 누려온 자영업자그룹에 대해서 합리적 근거없는 다른 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근로소득자는 물론 국민 일반의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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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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