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즉석에서 이루어지는 현장 강의(진지한 수강생들)
ⓒ 장승현
이틀째 날

목조주택 학교 이틀째다. 이틀째 날은 중간에 비가 와 막걸리 파티를 했다. 대평리 현장을 갔다 오다 양조장에서 통을 빌려 막걸리 한 말을 샀다. 그 막걸리 통을 끼고 비온다는 핑계로 내내 술을 마셨다. 노가다 일을 하다보면 비오는 날은 신나는 날이다. 일에 치여 살다보면 비 핑계로 힘든 일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수강생들 중에 누가 물었다.

“ 비오면 일당은 어떻게 됩니까?”
“그거요. 오야지 맘이죠. 그게 아니고 노가다도 다 룰이 있습니다. 아침참을 먹기 전에 비 오면 꽝이고, 참 먹으면 반대가리, 오후 참 먹기 전에 비오면 반대가리, 오후 참 먹고 비오면 한 대가리.”
“그럼 오늘은 오후 참 먹고 비왔으니까 한 대가리네요?”
“ 맞습니다. 오늘 참을 조금만 늦게 가져오라고 할껄."

일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걱정을 한 건 수강생들이 멀뚱멀뚱 서 있기만 하고 일을 함께 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다. 괜히 나 혼자 집 하나를 다 지어야 하기 때문에 잘못하다가는 피곤한 목조주택학교가 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다행히 일을 시작해보니까 수강생들이 저마다 일을 무서워하지 않고 정말 일꾼들처럼 일을 잘했다.

수강생들이 하루만에 서로 친해졌는데 첫날부터 각자 별명이 붙었다. 홍천의 톱날, 영등포 깨진 굴다리, 등 서로 친숙한 별명을 지으며 일을 시작했다. 다들 못주머니를 차고, 목조주택 학교를 시작하기 전에 제일 먼저 주문한 게 못주머니였다. 여기는 노트나 연필이 필요한 게 아니라 못주머니와 망치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다들 못주머니와 망치들을 준비해왔다. 지리산에서 온 한 수강생은 못주머니에 엑스반도까지 차고 줄자도 아주 세련된 걸로 준비를 해왔다. 그래 내가,

“어 그거 오야지보다 더 좋으면 안 되는데, 오야지한테 상납을 해야 하는 게 노가다의 예읜데.”

수강생들 중에 두 분은 정교한 톱질이나 프레임을 짜는 걸 잘 했고, 두 사람은 지붕 위나 험한 일들을 잘 소화해내고 있었다. 처음에 수강생들이 장비를 두려워하고 장비 사용을 꺼려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모든 수강생들이 장비를 사용하는데 다들 익숙했다.

첫날 일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는 우리 집 이층 다락방 두 개를 서로 나누어 쓰기로 하고 수강생이 머물 수 있게 방을 배치했다. 첫날은 서로들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알기에 바빴고, 낮에는 일하느라고 서로를 아는 시간이 없었다.

첫날 수강생들은 현장에 금방 적응을 하고 있었다. 땅바닥에서 그냥 걸터앉아 밥을 먹는 거며, 오전 새참, 오후 새참 먹는 것도 쉽게 적응을 했다. 보통 노가다라고 현장 일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적응하기 힘든 게 새참 먹는 일이다. 하루 세끼만 먹다가 노가다를 하게 되면 새참을 두 번 먹어 하루 다섯 끼를 먹어야 한다.

첫날 오후 새참에 두부두루치기와 막걸리가 나왔다. 주인한테 특별히 부탁을 해 시중에 나오는 방부제 섞인 막걸리가 아니라 양조장에서 직접 받아오는 막걸리를 주문했다. 주전자에 따라온 양조장 막걸리는 보통 시골에서 양조장에서 직접 유통하는 것으로 유통기간이 이틀 정도 밖에 안 된다. 방부제 처리를 하지 않아 막걸리 맛이 목줄기를 넘어갈 때 방부제 섞인 막걸리와는 질이 다르다.

논둑에 앉아 막걸리 새참을 먹는 풍경은 첫날부터 수강생들한테 분위기를 ‘업’되게 만들었다. 주인집에서 해온 두부 두루치기 맛도 별미였지만 이렇게 현장에서 기술을 배우며 땀을 흘리는 모습들이 보기에 좋았다.

▲ 새참 시간
ⓒ 장승현
프레임 짜기

프레임을 짤 때는 먼저 도면을 숙지해야 한다. 이튿날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전체 건물의 도면을 설명하고 평면도까지 이해를 시켰다. 평면도가 나오고 창호도가 나오면 도면대로 그냥 시공하면 되는데 이때 도면을 보고 벽체의 창문 개구부며 전체 벽체 길이를 제작한다.

그리고 전체 목조주택 학교를 시작할 때부터 서로 합의한 사실이 목조주택 학교를 진행하는 목적을 배우는데도 있지만 전체 집을 스스로 지어 가는 걸 중심으로 진행하자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 진행을 일이 되도록 서로 역할분담이 필요했다. 우선 처음에 프레임 짜는데 기둥벽체의 길이가 왜 만들어 지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한 명은 커팅기 작동하는 걸 가르쳐 주고 각재를 계속 자르기를 시켰고, 또 한 명은 레일건을 쏘는 법을 가르쳐 주고 벽체를 바닥에 놓고 짜는 걸 가르쳐 주었다.

▲ 프레임짜기, 프레임 세우기
ⓒ 장승현
커팅기는 보통 각도가 되는 커팅기를 많이 쓴다. 이 커팅기는 왼손으로 각재를 바닥에 고정시켜 잡고 오른손으로 스위치를 잡아 절단하면 된다. 커팅기 작업을 할 때 중요한 점은 커팅기대를 짜서 조깃대를 이용해 자르면 그냥 나무를 갔다 대고 자르기만 해도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나무를 자를 때는 커팅기를 먼저 회전시켜 날이 돌아가도록 작동해놓은 다음에 나무에 대고 잘라야 한다. 커팅기를 제대로 회전시키지 않고 자르면 나무에 날이 끼거나 다칠 경우가 생긴다.

또한 나무를 자를 때는 날을 회전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커팅기를 눌러 나무에 맞추어 자르고자 하는 선과 맞는지 확인을 하고 잘라야 한다. 보통 금을 그어놓고 커팅기 톱날을 계산하지 않고 자르면 커팅기 톱날 만큼 짧아지는 수가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왼손으로 자르고자 하는 목재를 아귀힘을 주어 고정시켜야 한다.

수강생들은 하룻만에 커팅기 자르는데 익숙해 있었다. 다들 커팅기를 다뤄보지도 않았는데 두려움 없이 다들 소화해냈다. 마치 오래된 숙련공들처럼 기계를 다룰 줄 알았다. 특히 나이 드시고 인생경험이 많으신 분들이라 기계를 다루는데도 침착하고 안정감이 있었다.

▲ 커팅기 다루기
ⓒ 장승현
보통 못을 망치로 사람이 손으로 직접 박는데 이 레일건은 못이 레일형태로 이루어져 레일을 넣고 총을 쏘듯이 쏘면 못이 박히게 된다. 총을 쏠 때 반동이 엄청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람이 3인치 못을 기준으로 할 때 망치질을 못 하나에 3번에서 10번 사이 망치질을 하게 되는데 이 총을 쏘게 되면 10명 이상이 망치질 하는 속도와 한 명이 레일건을 쏘는 속도와 맞먹는다. 이 레일건은 쏠 때 반동이 심한데 이때 잘못 쏘면 오발을 할 수가 있다. 레일건은 총구 끝 쪽에 안전장치가 있어 나무에 그 안전장치를 갖다 대고 눌러서 쏘면 못이 박히게 된다.

보통 레일건을 쏠 때는 빗나가는 오발 때문에 다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는 나무가 찢겨지거나 쪼개지면서 레일 못이 뚫고 나간다. 이럴 때는 총을 쏠 때 앞에 사람이 있거나 위험 자세가 아닌지 항상 조심을 해야 한다.

▲ 레일건 쏘기
ⓒ 장승현
“잠시 보너스 시간입니다.”

수강생들이 무슨 일인지 모여들었다.

“이건 개목수 공법 1인데, 이거 절대 써먹으믄 안되유. 가장 급할 때 쓰는 건데 거기 돌멩이 하나 줘봐유. 일을 하긴 해야겠고 수직추가 없을 때 어떻게 임기응변으로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겠씀다.”

이렇게 돌멩이를 들고 위에 위치를 표시하고 위에서 그대로 떨어뜨려유. 그리고 밑을 자세히 보세유. 그러면 돌멩이가 떨어진 표시가 있죠. 거기가 위 부분과 수직이 맞는 것 이에유. 이거 섬세한 부분에선 절대 써먹으믄 안되유.”

“또 하나 해드릴까요. 개목수 공법 2. 지붕의 용마루 수평을 보거나 건물의 수평을 볼 때 물수평이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유? 그건 바닷가에서는 수평선을 지붕과 눈으로 비교해 보거나, 지평선도 마찬가지에유. 또한 시골에서는 논두렁을 눈으로 지붕과 같이 수평을 잡아 보세유. 그러면 수평이 맞는 것이쥬. 논두렁도 수십 년 동안 물을 가둬 놓았기 때문에 물수평의 원리가 다 그런 것이지유.”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 문의하실 내용은 제 메일 startjsm@hanmail.net 이나 홈페이지 http://www.moksune.com 게시판에 글을 남겨 주시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이 기사는 전원주택 전문잡지 월간 '전원속의 내 집'에도 연재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