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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인들의 이목은 플로리다 동부 해안 케이프 케너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로 쏠려 있다. 2년 반 전 컬럼비아호의 비극을 딛고 우여곡절 끝에 오는 13일 오후 3시 51분(한국 시간 14일 오전 4시 51분) 우주선 디스커버리호가 다시 쏘아 올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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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 취소돼

두 번의 폭발, 우주선 띄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케네디우주센터를 상징하는 우주선 모형들이 야외 전시장에 놓여 있는 모습.
케네디우주센터를 상징하는 우주선 모형들이 야외 전시장에 놓여 있는 모습. ⓒ 김명곤
지난 2003년 2월 1일 컬럼비아호가 16일간의 우주 과학 실험을 마치고 플로리다로 귀환하다 착륙 16분여를 앞두고 텍사스 상공에서 폭발, 기체는 물론 승무원 7명 전원이 공중 산화했다. 컬럼비아호 폭발 사건은 미국의 42년 유인 우주선 역사상 귀환 도중 발생한 최초의 사고로 기록됐다.

이에 앞서 지난 1986년 1월 28일에는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후 75초 만에 공중 폭발, 교사 출신 최초의 민간인 비행사였던 크리스타 맥멀리프 등 승무원 7명이 사망했다.

두 차례에 걸친 우주선 폭발사고로 미국의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 있다. 올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에 혜성 템펠1에 충돌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딥 임팩트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발사되는 우주선 디스커버리호가 미국인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대에 오르기까지 걸린 2년 반 시간 동안에는 여러 난관이 있었다.

미국은 유럽연합(EU), 러시아, 일본, 캐나다 등 16개국과 연합으로 일종의 '우주 공간 실험실'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을 건설하기 위해 1981년 4월 최초로 우주 왕복선 컬럼비아호를 띄웠다. 이후 미국은 챌린저, 디스커버리, 애틀랜티스, 엔데버 등의 이름으로 유인 우주 왕복선을 총 113회에 걸쳐 발사했다.

하지만 막대한 돈을 들인 우주선이 전 세계인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두 차례나 폭발하는 망신을 당한 데다가 예산도 당초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이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 여론이 일기도 했다. 미 의회 일각에서는 우주정거장 건설 작업은 물론 우주실험실의 유용성에 대해 의문을 던졌고, 부시 행정부는 이를 기회 삼아 우주왕복선 예산을 축소하는 등 나사(NASA, 미국항공우주국)의 예산을 축소했다.

얼음 덩어리, 미국의 우주정복에 제동 걸다

우주센터에 놓여 있는 실물 크기의 컬럼비아호 모형.
우주센터에 놓여 있는 실물 크기의 컬럼비아호 모형. ⓒ 김명곤
무엇보다도 왜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했는지에 대해 질책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2003년 2월 미 행정부는 '컬럼비아호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에 나섰다.

조사위원회는 나사 내부의 이메일 교신 검토 결과 사고 전날 나사 본부 엔지니어들이 우주선이 지구 궤도에 재진입할 때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주고 받았다는 것과 이같은 사실이 나사의 윗선으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사위원회는 지난 2003년 8월, 248페이지에 이르는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우주선 연료 탱크 상층부에서 떨어져 나온 여행 가방 사이즈의 얼음 덩어리가 우주선의 왼쪽 날개를 쳐서 외벽을 싸고 있던 타일에 구멍을 냈고 귀환시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이 손상된 부분이 열기를 견디지 못해 폭발한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보통 우주선 연료 탱크에는 액체 산소와 수소로 구성된 50만 갤런(189만 리터) 이상의 초저온 연료가 담겨져 있다. 우주선이 발사되면 이 연료 탱크의 표면에 만들어진 얼음덩이가 떨어져 나가는데, 당시까지 나사의 엔지니어들은 이 얼음덩이가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았던 것.

결국 조사위원회는 문제의 연료 탱크의 개선을 비롯해 나사가 우주선 안전 운행과 관련해 갖추어야 할 개선점 29가지를 제시했다.

발사 직전까지도 안전 문제 '조심조심'

5면에 걸쳐 디스커버리호 특집을 다룬 <올랜도 센티널> 7월 10일자. 'Discovery carries hopes and fears(디스커버리는 기대와 두려움을 나르고 있다)'는 제목이 미국 현지의 분위기를 그대로 말해 준다.
5면에 걸쳐 디스커버리호 특집을 다룬 <올랜도 센티널> 7월 10일자. 'Discovery carries hopes and fears(디스커버리는 기대와 두려움을 나르고 있다)'는 제목이 미국 현지의 분위기를 그대로 말해 준다.
2003년 6월 13일에는 전 우주선 선장 출신인 톰 스태포드와 리차드 코비를 포함해 27명의 우주선 전문가들이 '스태포드- 코비 태스크 그룹'을 구성해 이같은 개선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검사하기도 했다.

나사의 우주선연구개발팀은 우선 문제의 연료 탱크를 재설계해 연료 탱크에 생기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를 제거하기 위해 힘썼다. 우주선도 종전보다 열에 더 잘 견디는 새로 개발된 재질을 사용해 외장 공사를 다시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지난해 12월 사임한 신 오키프(Sean O'Keefe) 후임으로 올 3월 베테랑 우주선 엔지니어 출신의 마이클 그리핀(Michael Griffin)을 나사 본부장에 임명하고 우주선 재발사 계획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올해 5월 22일 디스커버리호를 발사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4월 29일 우주선 안전검토위원회에 의해 연료 탱크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다시 검토 작업에 들어가 연료 탱크 등을 개선하기도 했다.

6월 27일 스태포드- 코비 태스크 그룹은 애초 지적됐던 연료 탱크 문제와 우주선 외벽의 강도, 고장시 수리 방안 등에 대해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괄목할 만한 정도로 개선되었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를 문서상으로 남기지는 않았는데 그만큼 이번 디스커버리호 발사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여전히 일부 미국 언론들은 이번 디스커버리호 발사를 '모험'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실패할 경우 국민적 충격은 물론 장래의 우주사업 계획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사 측은 어느 때보다 강한 자신감에 차 있다.

디스커버리호, 별탈 없이 귀환할까?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대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한 <올랜도 센티널> 7월 4일자.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대에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한 <올랜도 센티널> 7월 4일자.
나사의 우주선 테스트 디렉터인 제프 스폴딩은 플로리다 지역의 신문 기자들에게 "사람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번 디스커버리호가 가장 안전한 우주선이라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디스커버리호의 선장인 에일린 콜린스(48)를 비롯한 7명의 승무원들은 허리케인 '데니스'의 플로리다 상륙으로 예정보다 하루 앞당긴 지난 9일 플로리다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에 도착해 우주선 발사를 위한 만반의 준비에 들어갔다. 기상청은 당일 날씨가 좋을 확률을 70%로 잡고 있으나 기상 변화에 따라 일정이 2~3일 뒤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디스커버리호는 12일간에 걸쳐 우주 정거장에 도킹해 우주 실험실 조립 장비를 갖추는 일, 곧 수명이 다하는 허블 망원경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일, 특히 우주 공간에서 우주선을 수리하는 기술을 시험하는 일 등을 하게 된다. 컬럼비아호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장래에 생길지 모르는 우주선 고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이번 우주선에는 우주선 수리 전문 엔지니어인 미국인 스테펜 로빈슨과 일본인 우주 비행사 소이치 노구치도 함께 탑승한다.

디스커버리호는 미국의 3번째 우주 왕복선으로 1984년 11월 8일 처음 발사되어 우주에서 처음으로 위성 수거 및 수리공사를 진행했다. 이제 미국인들은 31번째로 우주 공간에 띄워질 '고참' 우주선인 디스커버리호를 두려움과 함께 기대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발사 이틀을 앞둔 11일 현재 수백 명의 국내외 기자들과 30만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디스커버리호의 발사를 직접 보기 위해 우주센터 인근으로 몰려 들고 있다. 이에 앞서 우주센터는 10일 일요일 오후 6시부터 발사를 위한 공식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과연 2년 반 동안 갖은 난관을 뚫고 발사대에 오른 디스커버리호가 성공리에 발사되어 임무를 마치고 무사 귀환해 얼마 전 있었던 '딥 임팩트'의 환희를 미국인들에게 안겨 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우주인도 만나고 우주선도 보고
케네디우주센터는 어떤 곳?

▲ 케네디우주센터 입구에서 바라본 우주 발사대 모습.
ⓒ김명곤

플로리다 동해안 코코비치 바로 북쪽의 케이프 케너버럴에 위치한 '케네디우주센터' (Kennedy Space Center)는 세계 우주 개발을 선도하는 나사의 로켓 발사 본부다.

이곳은 일반인들이 로켓 발사대를 직접 볼 수 있고 실제 우주인을 만나며 거대한 우주선들을 만져볼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다. 또 뉴욕 맨해튼의 8배나 되는 광대한 자연보호구역 안에 자리 잡고 있어 원시에 가까운 자연과 최첨단 과학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나사가 이러한 우주센터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이유는 로켓을 우주에 쏘아 올리는 것 못지 않게 과학의 대중화 작업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우주 개발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주에 대한 열망을 심어 주고 일반인들에게는 우주 개발의 공감대를 형성해 지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케네디우주센터는 1969년 세계 최초 달 착륙 우주선인 아폴로 11호가 발사됐던 곳에 서있다. 이후 1975년 미 의회는 이곳에 우주센터를 건립하고 아폴로 우주선 발사 계획을 성공리에 이끈 케네디 대통령을 기리는 뜻에서 그의 이름을 붙였다.

이 센터는 마리너, 익스플로러, 바이킹, 보이저 등 옛 로켓 발사대와 지구 귀환시 육지 착륙을 하도록 만들어진 셔틀 발사대 등 우주 개발의 과거와 현재를 전시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거대한 셔틀 보관 빌딩, 셔틀이 발사대로 이동되는 길을 엿볼 수 있으며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과 미래의 갤럭시 탐험 로봇 계획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갖가지 교육 목적의 전시관과 쇼가 야외 혹은 센터 내 여러 건물에서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실제 우주여행을 다녀온 우주인들과 조우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우주선이 발사되는 장면을 바라보는 것만큼 감동을 주고 인기를 끄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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