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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수부가 위치한 대검찰청 10층.
대검 중수부가 위치한 대검찰청 10층. ⓒ 오마이뉴스 유창재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로 지난달 구속 수감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951억원 비자금 추가 조성설'이 제기된 가운데, 검찰이 내사를 벌인 지 2개월 만에 수사를 종결한 배경을 두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추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나가자 검찰은 '계좌추적을 벌인 결과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내사를 접었다'고 해명했지만, 내사 기간과 방법, 내용 등에서 또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또 금융 범죄 조사를 위해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금융정보분석원(FIU)쪽이 확인한 기초적인 자금거래 사실 조차도 검찰의 조사내용에서는 정면으로 뒤집혀 궁금증을 더욱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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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보도] 임창욱 회장, '또 다른 비자금' 951억 의혹

① FIU 조사관은 바보?

우선 FIU가 지난해 3월 검찰에 보낸 보고서에는 하나은행의 임 회장 계좌에서 지난 4년여 동안 189회에 걸쳐 1800억원에 달하는 돈이 현금으로 입출금됐다는 사실(158차례에 걸쳐 861억8800여만원 입금, 31차례에 걸쳐 951억4100여만원 출금)이 들어있다.

'특정금융거래정보제공서'라는 제목의 이번 보고서에서 FIU는 '거액의 자금을 계좌이체나 자기앞수표로 입출금하지 아니하고 현금으로 입출금한 점'이라면서, '현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FIU는 한발 더 나아가 '대상그룹 계열사의 분식회계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여 정치권 등에 뇌물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까지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검사였던 남기춘 현 대전지검 서산지청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금'이 아니라 '계좌에서 계좌로 이체된 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FIU쪽에서 왜 '현금'이라고 밝혔는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나 FIU쪽의 반응은 다르다. FIU 조사관들이 '현금'과 '계좌이체'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 겠느냐는 것이다. 이들 조사관들은 검찰과 경찰, 국세청 등 사법기관에서 금융범죄 등의 조사 경험이 풍부한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FIU 심사분석실 관계자는 "관련 법률에 따라 해당 보고서 등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 자체를 꺼렸다. 하지만 검찰의 해명에 대해 "조사관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계좌이체'와 '현금' 거래를 구분도 못하겠느냐"고 반문했다.

② 입출금 총 규모 1800억... 내사 70일만에 '혐의 없음' 종결?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30일 인천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량 안에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30일 인천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량 안에서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의 내사 기간과 방법도 의문투성이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FIU의 문제 보고서는 지난해 3월 16일 검찰에 제출된 후 3일 뒤인 19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제1과(부장검사 남기춘)에 배당됐다.

중수부는 FIU쪽의 보고서를 토대로 내사를 벌였고, 지난해 5월 28일 '혐의 없음'이라고 결론을 짓고 내사를 끝냈다. 중수부에 배당된 지 70일만이다.

남 지청장은 "그 돈은 (임 회장이) 가지고 있던 대한종금 주식을 판 판매대금으로 확인됐다"면서 "유입된 돈의 자금원이 뚜렷한 것으로 확인돼 임 회장의 비자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그 상태에서 내사를 접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 비자금 의혹이 있는 자금 액수가 1000억원 대에 달하고, FIU쪽의 공식 수사 의뢰가 있었고, 검찰 스스로도 '계좌추적'이라는 강제 수사 방식을 동원했다고 밝혔음에도, 공개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율사 출신인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FIU의 문제제기나 자금의 액수로 봤을 때 내사의 수준을 넘었다"며 "특히 검찰 스스로 계좌추적까지 했다고 하면서 입건 처리를 하지 않은 채 내사 종결했다는 것은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③ 밑에 직원이 해명하면 끝?

특히 검찰은 4년여 동안 입출금된 액수를 합하면 1800억원대에 육박하는 자금에 대해 수사를 벌이면서 정작 임창욱 회장에 대해서는 단 한차례의 소환 조사도 벌이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남 지청장은 "(임 회장) 밑에 직원을 불러서 조사를 했고 해명이 됐는데, (임 회장을) 불러다가 조사를 할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짧은 내사 기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158차례에 걸쳐 861억원을 입금했고, 31차례에 걸쳐 951억원을 출금했는데, 이들에 대해 영장을 청구해 계좌추적을 하면서 2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다른 율사 출신의 한 의원은 "그정도 거액의 자금이라면 한 계좌만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금이 흘러간 수십개의 연결계좌까지 추적한 뒤, 영장을 발급해 수사를 해야 한다"며 "범죄 여부까지 판단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은 소요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대검찰청 청사.
서울 서초구의 대검찰청 청사. ⓒ 오마이뉴스 권우성

④ 951억의 행방은?

마지막으로, 임 회장이 4년여동안 빼간 951억원의 사용처가 어디냐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은 임 회장의 자금 출처가 대한종금의 주식을 팔아 남은 돈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계좌에서 나간 돈의 사용처에 대해선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고 있다.

당초 FIU쪽은 "거액의 현금 인출 거래로써 그 자금 용도를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 의심스럽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유입된 돈의 자금원이 뚜렷한 것으로 확인돼 내사를 접었다'고 설명했을 뿐 '정치권 등에 뇌물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FIU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이는 검찰이 임 회장이 빼간 자금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수사를 했다면 확인 가능한 내용이다. 따라서 검찰이 정말 임 회장의 자금에 대해 계좌추적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도 의혹으로 남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이번 임 회장의 추가 비자금 조성에 대한 검찰의 해명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면서 "검찰은 951억원에 대한 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임창욱 회장의 219억 비자금 조성 의혹을 재수사하고 있는 인천지검이 대검으로부터 임 회장에 대한 내사종결서를 송부받아 951억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재수사를 벌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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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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