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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현장검증을 가기 위해 마산동부경찰서를 나오는 이아무개씨.
14일 오전 현장검증을 가기 위해 마산동부경찰서를 나오는 이아무개씨. ⓒ 오마이뉴스 윤성효

14일 오전 11시10분 마산동부경찰서 강력3팀 사무실. 두 눈이 퉁퉁 부은 한 여인이 옷을 뒤집어쓰고 앉아 있었다. 사흘 전인 11일 새벽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잠든 사이 목을 졸라 살해한 이아무개(39)씨다.

<오마이뉴스>는 경찰과 현장 검증을 마치고 돌아온 이씨의 양해를 구해 강력3팀 사무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이씨는 인터뷰 내내 남편의 상습적 폭력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그는 특히 "술만 먹으면 욕하고, 칼 들고 죽인다면서 배와 다리에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면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남편 김씨는 아이들도 상습적으로 구타했다면서 "애 하나 둘 낳으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순식간에 그랬다"며 "애들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애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답했다.

다음은 이씨와 나눈 대화 내용 요약이다.

부인의 진술에 따르면, 남편 김씨는 각목을 늘 침대 밑에 넣어두고 폭력을 휘둘렀다고 한다. 사진은 14일 오전 현장검증 때 모습.
부인의 진술에 따르면, 남편 김씨는 각목을 늘 침대 밑에 넣어두고 폭력을 휘둘렀다고 한다. 사진은 14일 오전 현장검증 때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 남편의 폭력은 어느 정도였나.
"술만 먹으면 욕하고, 칼 들고 죽인다면서 배와 다리에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아빠는 술만 먹으면 엄마를 때린다'고 말할 정도였겠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 남편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했나.
"그날은 너무 참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순식간에 그런 생각을 했다."

- 남편이 며칠째 외박하고 들어온 뒤라 하던데.
"지난 6일 현충일이 시어머니 생신이라 시어머니와 밥을 먹고 외출했다가 5일만에 집에 들어왔다. 이전에도 외박을 자주 했고, 집에 들어와서는 옷만 갈아입고 나갈 때가 많았다."

- 남편은 의처증이 심했다고 하던데.
"언젠가 시댁에 제사가 있어 가서 음식을 했는데, 시댁에는 여자가 없다보니 시동생이 거들어 줄 때가 있었다. 그 뒤부터 남편은 '시동생과 붙어먹었느냐', '가슴 만져주니 좋더냐'면서 의심을 했다. 결혼하기 전에 살던 여자가 있었는데 결혼한 뒤 만났더니 '의처증이 없느냐'고 물어보더라. 신혼 초기이고 해서 '그런 거 없다'고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나타났다. 나 혼자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 남편이 외박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다른 여자가 있었나.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를 데리고 와서 같이 살았다. 내가 아이를 갖게 되니까 그 여자가 나갔는데, (남편이) 그 여자의 집까지 찾아가서 물건을 부수었다. (나는) 여자 생기는 거, 그런 거 신경 안 썼다."

- 목욕탕에도 자주 못 갔다고 하던데.
"이전에는 목욕탕에 갔다오면 '또 어떤 놈하고 붙어먹고 오느냐'고 말할 정도였다. 목욕탕에는 허락을 받고 갔고, 그것도 1년에 한두번 정도였다. 시장 보는 일도 그 사람이 할 때가 있었다. 바깥에서 전화를 했는데 안 받으면 의심했다. 옆집에 놀러갈 때도 무선전화기를 들고 갔다."

- 아이들을 때리는 일은 없었는지.
"애 하나 둘 낳으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8살 난 애 보고 '니 애비 찾아가라'고 말할 정도였다. (아이의) 얼굴을 때려 멍이 든 적도 있었다. 겨울에 잠옷 바람으로 쫓아낸 적도 있었다."

- 친정이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지 않았느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지만 두려웠다. 친정에 연락하면 씨를 말려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번은 집을 나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작은 오빠 올케가 창원의 한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병원까지 찾아가서 맞고 있던 링거주사기를 뽑아버린 적도 있었다."

- 시댁에서도 남편의 폭력에 대해 알고 있었나.
"시댁 식구도 다 안다. 맞고 산다는 거 다 알고 있다. 의심병이 있다는 것도 안다."

- 그래도 살인이고, 죄값을 받아야 하는데 후회하지 않나.
"순간적으로 그랬다. 애들 학교도 보내야 하는데, 애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시댁 쪽에는 애들 맡길 사람이 없다. 애들도 겁낼 것이다."

11일 새벽 남편을 살해하기 전 각목 등으로 맞아 이씨가 흘렸던 피가 수건과 이불에 묻어 있다.
11일 새벽 남편을 살해하기 전 각목 등으로 맞아 이씨가 흘렸던 피가 수건과 이불에 묻어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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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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