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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소수서원에서
소수서원에서 ⓒ 이선애

첫날은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갔었습니다. 소수서원 옆에 새롭게 선비촌이라는 곳을 조성해두고, 예전 선비들의 모습과 양반, 서민의 집을 재현해 놓았더군요. 여기를 보고 뒤에 소수서원엘 갔었는데, 아무래도 집은 세월이 묻어야 그 느낌이 살아나더군요. 그리고 예전 집은 좀 작았습니다. 지금으로치면 10평 아파트보다 작은 공간에 유생들이 기거하였습니다. 그리고 집마다 이름이 붙어 있고요. 참 그윽한 공간이었습니다. 소나무 숲과 오백년은 묵은 듯한 은행나무 그 앞에 흐르는 냇가 또, 정자,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이미 아이들이 차에 다 타고 절 기다리고 있을 터여서 아쉬운 맘을 그 곳에 두고 떠났습니다.

사과 꽃이 눈부신 영주의 부석사는 절 황홀하게 하였습니다. 부석사 주변이 온통 사과밭이어서 연한 분홍색의 꽃봉오리와 흰색으로 바뀐 사과 꽃이 핀 과수원이 펼쳐진 길을 따라서 부석사로 들어갔습니다.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애틋한 전설이 있는 부석사는 '무량수전'을 보러가는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너희들, 부석사가 왜 부석사인지 아니?"
"우째서 부석사라예?"
"한자로 뜰 부, 돌 석 이렇게 뜬 돌이 있어서 부석사란다."
"진짜로 돌이 떠 있습니꺼?"
"하늘에 돌이 둥둥 떠 있단다. 지금도, 저쪽 무량수전 옆에 가면 볼 수 있단다."

내말은 금방 효과가 나타나서 아이들은 뜬 돌이 보고 싶어 수없는 계단으로 된 부석사를 열심히 올라갑니다. 지금은 문화재청장으로 계시는 유홍준 교수가 극찬한 무량수전을 보러 예전에 이 길을 걸어 올랐던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때는 겨울이어서 부석사를 오르는 길에 하얀 서리를 맞고 명상하는 듯 보이는 오래된 사과나무가 인상적이었는데, 오늘 보는 사과나무꽃이 향기로운 꽃길이었습니다.

"샘예, 뜬 돌이 없습니더!"
"우와, 거짓말 아입니꺼!"
"어, 예전에는 분명 돌이 떠 있었다고 하던데, 신라시대였나?"

선생님 말만 믿고 열심히 올라온 것이 억울해서 아이들은 항의를 해대고 난리를 쳤습니다. 뭐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아름답다는 목조 건물을 보라고 하니 씩씩거리며 힐끗힐끗 쳐다봅니다.

배흘림기둥에 대해 사회선생님께서 덧붙여 설명을 주니, 아이들은 손으로, 손으로 기둥의 모양을 만져봅니다. 옆에서 보고 배가 나왔다고 하면서 쳐다봅니다.

무량수전 앞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아이들에게 저쪽 풍경을 보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 모습을 감상하기에는 아직 어린가 봅니다.

부석사를 내려오면서 보니, 산기슭에 흰제비꽃이 무성합니다. 이곳에는 보랏빛 제비꽃보다 흰제비꽃이 훨씬 많습니다. 흰제비꽃과 사과꽃으로 제게는 부석사가 기억될 것 같습니다.

문경새재로 향하였습니다. 영남제일문이라 칭하는 문경의 새재엔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세트가 남아 있었습니다. 조금 낡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들어 가지 말라고 해도 슬쩍 의자에도 앉아보고, 후원도 거닐어보고….

새재에서 내려오는 길에 물 잡은 논에는 올챙이가 바글바글하였습니다. 남자아이들이 올챙이를 잡는다고 하면서 장난을 칩니다. 새까만 점들이 움직이는 듯 보이는 올챙이를 모처럼 보아서 저도 신기하였습니다.

조령을 넘어 수안보에서 일박을 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조인스/까페/사이버독자위원회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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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남 의령군 지정면의 전교생 삼십 명 내외의 시골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 이선애입니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 눈 속에 내가 걸어가야할 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하나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죠.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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