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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고 싶은게 유난히 많았던 동훈이
찍고 싶은게 유난히 많았던 동훈이 ⓒ 이선미
개구쟁이 남자애들이 난리를 치는 통에 사실 앉아서 신문만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신문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에 곁가지로 재미거리가 필요한 것 같아 무엇을 먼저 하면 좋을까 하다가 사진에 대해서 배워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교실에 모여 우리 나라 최초의 사진도 프린트해서 보고, 사진을 보면서 역사적 배경도 이야기해 보고, 세계 최초의 사진도 찾아서 스케치북에 오려 붙여 보았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카메라 실습을 위해 수동 카메라의 원리를 알아보았습니다.

뭔가 발견한 진규가 막 뛰어가는군요.
뭔가 발견한 진규가 막 뛰어가는군요. ⓒ 이선미
카메라에 상이 맺혀 필름에 찍히는 과정과 카메라 렌즈의 종류며 조리개가 열리고 닫히는 것을 직접 보여주니 아이들이 신기해 합니다. 셔터 속도의 차이와 간단한 노출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직접 나가서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36판짜리 흑백 필름을 사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마땅히 사진을 찍을 만한 장소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어디가 좋을 것 같니? 가고 싶은 데 있어?"
"음... 강원대로 가요, 우리!"

사진찍기에 열중한 진규
사진찍기에 열중한 진규 ⓒ 이선미
아이들은 저마다 "맞아, 맞아"하면서 강원대로 가기로 만장일치를 봤습니다. 공부방에서 강원대를 가려면 후평중학교 언덕을 지나 주공아파트 단지를 지나 10-15분 걸어야 합니다.

진규를 위시한 남자애들은 달리기 시합을 한다며 언덕을 빠르게 뛰어넘더니 중간 중간 골목에 숨어 뒤늦게 온 우리를 놀랬습니다. 그러나 새침한 우리의 수련과 아라는 거들떠보지도 않는군요.

아라도 오리를 찍는군요.
아라도 오리를 찍는군요. ⓒ 이선미
마침내 강원대에 도착했습니다. 강원대 안에는 연적지라는 연못이 있는데 이 곳이 아이들 촬영장소가 되었습니다. 가장 연장자(?)인 수련이부터 세 번씩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연적지 안에는 연못 뿐만아니라 예쁜 나무와 길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나무를 몇 번 찍고 친구들을 찍더니 뭔가 아쉬운가 봅니다. 그런데 그 순간, 진규가 혼자 카메라를 들고 "ㄷ"자로 삥 돌아 저 만치에서 좋은 게 나타났다고 좋아합니다. 알고보니 연못에 있는 오리들이었어요.

앉아서도 찍어보고.
앉아서도 찍어보고. ⓒ 이선미
다들 무슨 특종이라도 난 듯 오리를 찍겠다고 난리입니다. 줌렌즈를 가지고 오지 않아 오리가 자세히 찍히지도 않을 텐데 조그맣게 보이더라도 오리를 찍었다며 다들 신났습니다. 아마 다음 주에 사진을 직접 인화해서 자신이 찍은 그 오리를 다시 본다면 더 신나하겠지요.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 아이는 오리를, 어느 아이는 학교 건물을, 어느 아이는 친구의 뱃살을 찍겠다고 하는군요. 다들 저마다 찍고 싶은 것을 찍고 다시 공부방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승현이가 제일 재미있어 하네요.
승현이가 제일 재미있어 하네요. ⓒ 이선미
돌아오는 길에 또 언덕을 넘다가 추운 겨울 날 길거리에서 먹는 오뎅이 생각나 제가 한 턱 쏘게 되었습니다. 오뎅을 한 개씩 다 먹고는 다시 공부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오늘 길에 있던 상가 거리, 아파트 단지, 자장면 집, 게임방, 분식집을 뒤로 하고 후평중학교, 부안초등학교를 지나 공부방에 도착하니 무슨 긴 여정을 떠났다가 온 느낌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아이들이 전날 공부방에서 산천어 축제를 다녀와 피곤할텐데 아마 이날 밤 모두 꿈도 꾸지 않고 푹 잤겠지요.

덧붙이는 글 | 매주 화요일, 꾸러기공부방 4,5,6학년 아이들은 신문교실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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